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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대담]KB금융 총정리…중징계부터 사임까지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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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건호 행장은 중징계 방침이 확정되자마자 사임했습니다. 임영록 회장도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KB금융이 격랑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권순우 기자와 이대호 기자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질문1) 1주일 넘게 고민하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뒤집고 중징계 안을 확정했는데요. 왜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건가요?

기자) 최 원장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감독 의무를 현저히 태만해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 행위를 초래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원장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싱크]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KB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의 경우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함으로써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저해하였으므로, 이건호 행장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 원안대로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최 원장은 은행 IT본부장을 교체하며 은행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은행 이사회에 허위 보고한 행태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중징계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에는 제재심의 결과를 뒤집긴 했지만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진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제재심의 결과를 뒤집게 된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원장은 중징계 공개에 앞서 오늘 오전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을 면담하고 이사회가 책임지고 특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경영진 갈등을 그냥 덮을 게 아니라 철저한 인적, 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해소해줄 것을 당부한 겁니다.

질문2)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이렇게 동반 중징계를 받은 건가요?

KB금융 임원들은 주전산기를 IBM이 아닌 유닉스로 교체하기 위해 허위보고, 왜곡, 반대 의견 임원 내쫓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적발된 사실을 보면.

성능 검증 결과 처음에 유닉스 전환 비용을 산정했을 때는 3,055억원이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1,000억원 넘게 초과하자 전환 비용을 1,998억원으로 조작했습니다.

그나마도 IBM보다 높은 가격이 나오자 외주 용역비 100억원을 임의로 축소해 최종적으로 1,898억원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낸 겁니다.

반면 IBM 메인프레임 유지 비용은 유닉스 보다 높게 만들기 위해 조작을 거듭했습니다.

IBM은 1,540억원을 제시했는데 이를 1,890억원으로 과다하게 보정했습니다.

그래도 유닉스 가격보다 8억원이 적으니까 시스템 업체들이 부담하는 성능평가 비용 60억원을 임의로 더해 최종적으로 1,950억원을 만들어 이사회에 보고했습니다.

유닉스 가격은 어떻게든 낮추고, IBM 가격은 어떻게든 높여서 유닉스 전환이 유리한 것처럼 왜곡해 이사회에 부고한 겁니다.

임영록 회장은 또 유닉스로의 시스템 교체를 반대하던 국민은행 김모 본부장을 경질하고, 그 후임으로 조작 행위를 주도한 본부장을 임명했습니다.

국민은행 임원이 금융외부 컨설팅 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유닉스에 유리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이후에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특별 감사 결과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상정하려 했지만 임 회장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질문3) 이번에는 KB금융그룹을 출입하는 이대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중징계를 받게 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사실상 금융권 퇴출이라고요?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는 현직뿐 아니라 사실상 금융권 퇴출을 의미합니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사임하겠다고 공식 발표 했습니다.

이 행장은 "KB국민은행장을 이 시간부로 사임한다."며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거취 표명을 유보했습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되기 때문에, 그 전에 거취를 표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임 회장은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사임할 것인지, 거취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 의결이 됐지만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중징계'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위중하다는 방증입니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KB금융그룹을 이 두 사람에게 더 이상 맡겨 둘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은 두 사람의 동반 중징계 사안이 된 '주전산 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내분'뿐 아니라, '국민카드 고객정보 대량 유출', '국민은행 토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이 연달아 터져 사고뱅크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질문4) 이번 동반 중징계가 KB금융그룹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일까요?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KB금융그룹 임직원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은 오히려 두 사람 다 경징계를 받고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주전산 시스템 교체 외에도 인사 등 각종 사안마다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내왔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자리를 유지한다 해도 '화합형 공존'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에는 경영진 화합을 위한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두 사람이 마찰을 빚고, 이 행장이 먼저 귀가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은행은 주전산 시스템 교체 혹은 계약 연장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잇따라 해야 하는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대립형 공존'은 조직에 매우 큰 부담이었습니다.

질문5) 앞으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불확실성을 겪겠군요?

임영록 회장까지 물러난다면 KB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을 불과 1년 2개월만에 다시 선임해야 하는 초유의 일을 겪게 됩니다.

물론 새 경영진이 안착할 때까지 경영공백도 불가피 합니다.

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아도 각종 경영상 결정이 늦어져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집행부가 이렇게 흔들리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는 금융위원회 의결과 임 회장의 거취 표명 이후 공식화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단행된 KB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국민은행 임원 인사도 열흘도 안돼 의미 없는 일이 됐습니다.

회장과 행장이 다시 선임되면 그룹 사장단과 은행 임원 인사까지 다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임영록 회장은 거취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국민은행 노조는 임 회장에게 추석연휴가 끝나는 12일까지 사퇴를 공식 표명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혹시 그 사이 금융위원회에 구명로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권순우(progres9@naver.com)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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