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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기자실] 위기의 주류업계, 진흙탕 싸움 할 때가 아니다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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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맥주 업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주류 사업에 뛰어들면서 양강 구도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입 주류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산업부 최보윤 기자와 함께 최근 주류업계 동향과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오비맥주 얘기부터 해 볼까요? 오비맥주가 최근 주력제품인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논란 때문에 홍역을 치렀죠?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사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어제 오비맥주 장인수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했습니다.

일명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으로 워낙에 시끄러웠던 터러 저를 포함한 기자들의 관심이 높았는데요.

장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2년 간 맥주 품질 관리에만 1,200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경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부분 관련 공장 설비나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데 투자될 예정인데,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장 사장은 품질 강화의 일환으로 앞으로 맥주 원재료를 각 브랜드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고, 맥주 패키지에 담당자의 실명을 적는 등의 변화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입니다.

또 새로운 물류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이건 바코드에 제품 출고 일을 기록하고, 출고 순서대로 제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유도해 최상의 맥주 신선도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종합적으로 이런 내용이 기자회견의 골자였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장 사장의 의지입니다.

장 사장은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고신영달'이란 별명으로 유명한데요.

'고졸 신화, 영업 달인'의 줄임말로 고졸 학력으로 1980년 부터 33년 간 진로에서 영업을 해오다 2010년 오비맥주로 옮겨와 오비를 업계 1위 자리로 끌어올리면서 얻게 된 별명입니다.

장 사장은 이 별명을 언급하며 앞으로는 '고신영달'이 아닌 '영신생달'로 별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영업의 신, 생산의 달인이라는 건데, 그만큼 현재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졌으니 앞으로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해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겁니다.


앵커> 네, 1,200억 원 투자에 각종 시스템 변화까지 간절함이 엿보이는데요? 이렇게까지 나선 데는 그만큼 매출 타격이 컸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이번 소독약 냄새 논란은 오비맥주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습니다.

한창 맥주 성수기인 여름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항의성 불만글들이 빗발쳤고,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조사에 나섰었죠.

조사 결과 "이상한 냄새가 난 것은 사실이나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식약처의 결론이었는데 성난 소비자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실제 오비맥주 점유율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3~5%p, 도매점 역시 10%p 안팎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저녁에 식당가면 '카스'가 없는 곳도 눈에 띄게 늘었고요.

오비맥주가 정확한 출고량이나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긴 하지만 장인수 사장은 어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 후 체중이 2kg 정도 줄었는데, 카스 점유율도 그 정도 준 것 같다"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농담 삼아 한 얘기 같진 않은데요. 그만큼 타격이 컸단 얘기일텐데 앞서 발표한 쇄신책들이 점유율 회복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걸로 보시나요?

기자> 식음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품질, 그리고 거기서 얻어지는 브랜드 신뢰도 입니다.

오비맥주가 이번 일로 '이상한 냄새 나는 맥주'라는 오명을 얻은데다, 초기에 한 부실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반감까지 사버렸습니다.

오비맥주는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사과에 앞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섰습니다.

일부 온라인글들을 보면 냄새가 난다는 단순 느낌 뿐만 아니라 특정 제조일에 만든 것은 먹지 말라, 특히 임산부들은 먹어선 안된다는 등의 다소 공포스러운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압수수색을 받는 등 동종업계끼리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띄면서 더 큰 소비자들의 실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락한 오비맥주의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잠깐 하이트진로 압수수색 얘기도 나왔는데, 하이트진로가 이번 카스 논란으로 반사반익은 누렸나요?

기자> 결론적으로 그렇지도 못한 모습입니다.

대형마트를 기준으로는 카스 논란 이후 하이트의 맥주 점유율이 1~3%P 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 내준 뒤 이렇다할 반격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현재 오비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하이트의 점유율은 30% 초반까지 고꾸라진 상황입니다.

주력 제품인 하이트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d'나 '맥스' 같은 브랜드를 키우는데 집중했으나 이 역시도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까지 실적악화가 지속되면서 하이트진로는 올해들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한 인사를 단행하는 등 비상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앵커> 막강했던 양대 회사가 계속해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일단 술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요.

이런 와중에 올해 들어서는 특히 계절적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고, 주류업계가 대목을 놓친 영향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등 막강한 유통망을 갖춘 유통 공룡 롯데가 '클라우드'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맥주 사업에 뛰어들면서 오랜 양강 구도를 뒤흔든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롯데 맥주의 점유율이 출시 이후 15%대까지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하이트와 오비 맥주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괜찮아서 롯데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맥주 업계의 양강구도가 깨지고 삼국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다라는 예측도 벌써부터 나올 정도이고요. 롯데도 맥주 공장을 증설하는 등 맥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 뿐만이 아니죠, 신세계도 맥주 사업에 나선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어디까지 진행이 됐죠?

기자> 롯데에 이어 유통 맞수인 신세계 역시 맥주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신세계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에 맥주 전문점 공사에 한창입니다.

맥주 사업은 식품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주도로 추진되는데요, 다음달 말에서 늦어도 11월 중에는 맥주 전문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맥주 사업을 본격화 할 예정입니다.

사실 신세계가 진출하는 하우스맥주는 그동안 제조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돼 있었으나 최근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하우스맥주도 대형마트나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된 상탭니다.

때문에 앞으로 신세계의 맥주 사업도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앵커> 오비나 하이트도 사실 신제품 내놓고 대응은 했었잖아요, 그런데 효과가 별로 없나보죠?

기자> 네, 오비나 하이트가 이런 주류 시장의 변화에 아주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롯데주류의 신제품 출시에 앞서 두 회사는 모두 '에일맥주'라 불리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에일맥주는 일반적인 라거맥주 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색과 향이 진한 것이 특징으로 '호가든'이나 '기네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동안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 보다 맛이 없다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런 논란도 불식시키고 급성장하는 수입시장과 유통 대기업의 신규 진출 등에 대응하고자 오비와 하이트가 신제품으로 에일맥주를 택한 겁니다.

그런데 사실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산 에일맥주가 차지한 비중을 봤더니 1% 안팎이었습니다. 편의점은 더 좋지 않아 0.3~0.7% 정도로 1%도 채 안됐습니다.

앵커> 출시 1년이 다 돼 가는데 이름도 제대로 못 알린 것 아닌가 싶은데요?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 건가요?

기자> 비싼 가격도 무시 못할 것 같습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기존 라거 맥주보다 30% 비싸고 수입맥주들과 비등한 가격에 에일맥주를 출시했는데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격을 보면 수입맥주가 오히려 더 싼 경우가 많습니다.

국산 맥주의 경우 출고가 이하로 판매를 금지하는 주세법 때문에 할인 행사에 제한이 있지만 수입맥주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대형마트 가보면 수입맥주 1,000원 대전이나 묶음 할인전들이 넘쳐나는데, 할인해도 2천원 후반에서 3천원 초반에 팔리는 오비나 하이트의 에일맥주가 이 틈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실 점유율이 1% 안팎이지만 오비나 하이트는 역시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 회사는 이 제품을 내놓을 때도 '상징적'인 신제품 출시임을 공공연히 했고 마케팅이나 홍보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고요.

오히려 목표 판매량은 채우고 있다며 지금 정도의 실적이면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두 회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그런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입맥주 시장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잇단 할인행사 등의 영향으로 연 평균 30%씩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국산 맥주의 경우 맛과 품질에 대한 실망과 잇단 관리 사고로 인한 신뢰도 하락 등으로 정체기를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3대 주류업체라 할 수 있는 오비, 하이트진로, 롯데는 서로 비방 영업에 열을 올리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옥신각신 경쟁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맥주시장을 수입맥주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차피 수입맥주도 오비나 하이트가 유통하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대형마트나 소규모 업체들의 수입 맥주 유통이 크게 늘었고요.

특히 주류 시장을 넘보는 신규 대기업들이 많아졌고 주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정부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앵커> 네 어쨌든 주류 시장을 독과점하며 승승장구하던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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