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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금융①]'권력이 된 견제'..에쿠스를 타는 사외이사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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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 이사회에도 사외이사들이 존재하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사외이사들이 견제 장치를 넘어 권력화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치, 정치금융과 함께 '사치금융'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사회를 마친 사외이사들이 최고급 대형 세단을 타고 회사를 빠져나갑니다.

금융회사는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사외이사들에게 기사 딸린 에쿠스 승용차를 보내줍니다.

정식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만 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1억 1,500만원.

지난해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받은 평균 보수입니다.

비상근 이사직으로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외이사들, 1년에 회의 10여 번 참석하고 받아가는 부수입 치고는 상당한 액수입니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들도 1인당 1억 700만원을 받았고, 하나금융 6,100만원,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은 5,400만원을 받아갔습니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기본 급여가 높기도 하지만, 다른 금융사에 비해 지배구조가 불안한 만큼 이사회가 자주 열려 그만큼 거마비를 더 많이 챙겨가는 아이러니 한 상황입니다.

사외이사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에 해당 금융사 기부를 받아와 어깨에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KB금융지주가 현직 사외이사들이 활동하는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2011년 이후에만 1억 4,000만원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김기영 이사가 광운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2년, 한번에 2억원을 광운학원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누리는 것은 가득하고 권한도 막강합니다.

금융그룹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됩니다.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사의 경우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조차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마당에, (회장이 되려면)사외이사들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데다 의장직도 꿰차고 있어, 경영진 견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일어난 이른바 KB사태 속에서,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힘은 최고경영자를 무력화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에서 김중웅 의장이 이건호 행장에게 발언권도 주지 않았다."며 사외이사들이 "CEO를 꼼짝 못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주사 방침을 따라 은행 감사보고서 접수 자체를 거부하다가 금융당국에 의해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된 행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의' 수준의 경징계에 그쳤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어윤대 전 회장의 ING생명 인수 계획을 무산시켰고, 이로 인해 술자리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진 점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일부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 안건을 승인하지 않고 버티기도 했습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과거 인수와 투자를 결정한 것이 자신들이어서 배임 논란을 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금융은 일부 사외이사들이 교체된 뒤에야 저축은행을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넘어 하나의 권력이 된 사외이사. 그리고 책임이 따르지 않는 부와 권력.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의 중요한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robin@mtn.co.kr)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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