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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금융②]경영진 견제? '길들여진 이사회'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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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금융권에서 권력화 된 사외이사들을 두고 이른바 '사치금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사실 그 이면에는 금융사 경영진과의 뿌리 깊은 유착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견제와 감시는커녕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 대한민국 사외이사 제도의 현실입니다. 이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 의결 사항이 담긴 공시 내용을 '찬반'으로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 없어진 지 오랩니다. 100% 찬성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영진이 생판 모르는 사람', '우리 회사를 잘 감시해 줄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대형 금융그룹들도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고착화 돼 있습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9명 가운데 8명이 임영록 전 회장과 같은 서울대 동문입니다. 국민은행까지 합하면 사외이사 15명 가운데 13명이 서울대 출신입니다.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서울대 출신이 아닌 김명직 이사는 윤웅원 전략담당 부사장의 한양대 동문입니다.

김영과 이사의 경우 임영록 전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며,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 15년 이상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종천 이사는 활동 중인 단체가 KB로부터 상당 금액을 기부 받아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도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5명이 부적격자라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3월 주총안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동질적인 집단에서 다수의 사외이사(권태은, 정진, 히라카와 하루키)가 나오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계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필립 아기니에 이사는 신한금융과 전략적 제휴 관계인 BNP파리바의 임원이어서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바깥에 있는 사람이면 친구도 괜찮고 동창도 괜찮다는 게 우리나라 사외이사에 대한 인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별 어려움 없이 사외이사에 선임됐습니다. 이사회가 올린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소액주주들과 시민사회단체만 제 목소리를 낼 뿐, 속된 말로 '주인 없는 금융사'에서 주주총회는 '이사회가 달리는 고속도로'와 같습니다.

사외이사 후보를 사외이사들이 추천하는 '셀프 추천' 관행도 여전합니다.

주주를 대신해 외부 전문가들이 경영진을 감시한다는 게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지만, 정작 사외이사들은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습니다.

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다고 하지만, 결국 정부나 집행부(경영진)가 원하는 사람을 뽑게 된다."며, "주주총회는 세러모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에는 연간 최대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고, 회의 때마다 기사 딸린 최고급 승용차를 제공받으며, 각종 복지혜택도 누립니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가 소속된 단체에 수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금융사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은 '감시와 견제'보다 '좋은 게 좋은 것'을 택합니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사외이사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감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주인의식이 없으면 식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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