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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최수현 원장, 딸이 사준 넥타이 다시 맨 이유

제재심 경징계 이유, 최수현 중징계 상향 이유
권순우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금융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리던 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버건디 컬러의 사선무늬 넥타이를 맸습니다. 이 넥타이는 최 원장이 취임하던 날, 아버지의 금감원장 취임을 기념해 딸이 선물해준 넥타이라고 합니다.


<2014년 9월 임영록 회장 중징계 발표>


<2013년 3월 취임식>

지난 2013년 3월 취임할 때 처음 버건디 넥타이를 맸던 최 원장은 혹시나 본인의 마지막 브리핑이 될지 모를 2014년 9월, 다시 이 넥타이를 맸습니다.

남에게 총을 겨눌 때는 본인도 총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하지요. 막강한 낙하산 관료 출신 금융회사 회장을 퇴출 시킬 때 최 원장은 본인도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KB에 대한 제재를 상향 발표한 후 경질설이 돌았고 구체적으로 후속 인사까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최 원장은 왜 본인의 자리를 위협 받으면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론까지 부인하면서 중징계 방침을 고수했을까요?

금융감독원 검사반은 주전산기 교체 관련 검사를 통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중징계 방침을 정합니다. 검사반의 의견은 제재심의에 올라가기 전에 최 원장에게 보고되기 때문에 사실상 원장의 방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 명의 당연직 위원과 여섯 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제재심의 위원회는 여섯 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을 경징계로 경감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IT업체와의 유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 두 번째는 주전산기 교체가 최종적으로 성사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최수현 원장은 내부 검사반과 외부 로펌을 통해 이 두가지 경감사유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법률 검토에 시간이 걸렸고 제재심의가 마무리 된 지 2주가 지나서야 최종 결론을 발표한 이유입니다.

법률 검토 결과 IT 업체와의 유착은 검찰에서 형법상 처벌해야 하는 문제이며, 유착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행정 제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경감사유에 대해서는 주전산기 교체 사업은 이사회 의결을 거쳤고 입찰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최종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재심 이후 템플스테이 파동, 지주 임원에 대한 고발 등 KB금융의 내분이 전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반영됐습니다.

그 결과는 익히 알려진 대로입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중징계 발표 직후 자진사퇴했고, 임영록 회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금감원의 문책경고 의견보다 한 단계 상향된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받고 이사회 의결로 해임됐습니다.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며 함께 추진한 일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일본 감독당국을 상대로 한 로비였습니다.

일본 금융청은 500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이뤄진 국민은행에 대해 일본 내 전 점포 폐쇄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 원장은 직접 일본 금융청을 방문해 선처를 호소 했고, 신규 영업 정지로 제재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외국에서 점포 폐쇄 조치를 받는다면 국민은행이 다른 국가에 진출할 때, 다른 금융회사가 일본에 진출할 때 장애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습니다.

감독당국의 ‘령’은 주먹이 아니라 ‘엄중함’에서 나옵니다. 시시콜콜 가서 금융회사를 괴롭혀봐야 ‘똥’이 무서워서 피할 뿐입니다.

감독당국은 음지에서 시장에 질서를 바로잡고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규제 개혁 등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금융권 전체의 혼란을 야기했던 KB사태가 이제 수습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내부 최고경영진의 반목이 본인에게나 회사에게나, 또 업계 전체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감독당국의 수장이 ‘직’을 걸고 금융권을 단죄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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