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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내부 출신이 KB금융 수장이 돼야 하는 이유들

이대호 기자

얼마 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성낙조)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는 ‘외부출신 3인’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KB인이 KB를 이끌 수 있도록 용단을 내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그 편지를 받은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물었습니다. 이제는 내부출신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는지.

답은 없었습니다. 내부출신이 해야 한다는 대답은 단 한 사람도...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KB금융 회장에 내부출신이 돼야 하는 이유를 적어봅니다.

▲첫째, 지금 KB금융 회장에게 필요한 것이 화려한 이력과 명성, 그리고 중량감일까요?

아닙니다. 위기에 빠진 KB금융그룹에게 필요한 리더는 정치력이 좋은 사람도, 리더십이 강력한 인물도, 영업의 달인도, M&A 전문가도 아닙니다.

지금 KB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덕, 둘째도 덕입니다. 조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는 인물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겹도록 겪은 관치금융. 종국에는 외부출신 회장과 은행장이 파워게임을 벌이다 동반 불명예 퇴진한 KB. 그렇게 KB는 ‘실력자’들에 의해 멍들고 찢겨져 왔습니다.

이제는 총 들고 내려오는 낙하산, 칼을 차고 뛰어 들어오는 외부출신이 아니라 실과 바늘을 든 어머니같은 회장이 필요한 때입니다.

▲둘째, 외부출신이 KB를 얼마나 잘 알까요?

역대 KB금융 회장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던 이유로 ‘인사 실패’가 빠지지 않습니다.

KB 내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을 제대로 쓸 수가 없고, 코드 맞는 몇몇 사람만 중용하다가 가신들에 의해 눈과 귀가 모두 멀었다는 지적입니다.

실무자‧책임자 시절의 실력, 관리자 시절의 소신과 리더십, 임원 시절의 비전 등을 제대로 알고 적합한 인재를 찾아 쓰려면 KB를 정말 잘 알아야 합니다.

조직 화합이 가장 중요한 시기, 외부에서 회장이 온다면 화합형 인사를 어떤 기준으로 하게 될까요?

새 회장이 올 때마다 사람들을 잘라대는 것도 더 이상 KB의 전통이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외부출신이 제 손으로 낙하산 관행을 끊을 수 있을까요?

외부출신에게 ‘KB인을 키우고 KB만의 문화를 만드는 일’은 우선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예전 KB금융 모 회장은 CEO승계프로그램을 명확히 만들자고 하니 “내 연임 구도나 짜보라”고 했다는군요.

외부출신에게 ‘내부출신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자기부정’을 전제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외부출신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입니다.

“회장 자격을 내부인사로만 한정하면 인재 풀이 너무 좁다.”고 합니다. 과거 낙하산 회장들이 본인 입신영달에만 신경 썼지, 내부에서 후임을 키우지 않은 탓이 큽니다.

내부 인재가 적다는 이유로 외부인사만 찾다보면 3년 뒤에도, 6년 뒤에도 내부출신으로는 인재 풀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몸담아 온 조직을 위해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내 후배들을 제대로 키우는 일’이야말로 KB 선배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넷째, 채널갈등을 제3자가 와야 해소할 수 있을까요?

국민은행 내부에 존재한다는 1채널(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 갈등.

혹자는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어느 한 쪽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되면 채널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고로, 중립적인 외부인사가 회장을 맡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소립니다.

하지만 이제 그 프레임은 국민:주택을 넘어서 내부:외부로 변하고 있습니다. KB 사람들도 시야를 넓게 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회장이 어디 출신이 되면 은행장은 어디 출신, 수석부행장은 어디 출신을 써야 한다는 기계적인 중립도 내부출신이 해야 탕평인사지, 외부출신이 하면 교통정리에 불과합니다.

▲공정성 투명성 높이려는 회추위 노력 결실 보려면

안팎에서 쏟아진 ‘밀실선임’ 의혹 때문인지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특히 공정성과 투명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지난 26일 회추위 2차 회의 직후에는 이례적으로 ‘CEO 후보 자격 기준’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후보자들의 동의를 얻어 압축된 후보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 압축 과정에서 주주와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노조는 관피아와 외부출신 인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입사를 KB에서 한 ‘토종’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KB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도 내부출신 인사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겹도록 낙하산 관치금융 폐해를 겪은 KB금융그룹 임직원들은 이번만큼은 ‘우리 회장님’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가 비교적 견조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뿐 아니라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최고경영자가 내부에서 탄생합니다.

이번에도 KB금융 회장은 외부출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실력, 명망,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KB금융) 회장이 돼야 한다.”는 말에서 괄호 안을 신한, 하나로 바꿔 쓸 수 있는지. 그 차이가 무엇인지.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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