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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식품업계 '대장균 주의보'…라면ㆍ아이스크림도 벌벌

김이슬 기자

"대장균이란 사람이나 동물 장 속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어제(15) 국내 한 대표 식품회사의 임원회의에서 때아닌 대장균 브리핑이 열렸다. 주요 임원들은 '대장균이란 무엇인가'부터 번식 요인 등에 관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급하게 품질관리를 주제로 비상 회의가 소집되면서 해당 연구원들이 꽤나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식품업계에 '대장균 주의보'가 발령됐다. 세균이 검출된 유아용 웨하스 과자를 몰래 팔다 적발돼 전현직 임원 8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크라운제과부터, 대장균이 득실거린 시리얼을 섞어 제조한 동서식품까지 식품업체의 비도덕적인 위생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식품회사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이번 논란이 명백한 인재로 밝혀진 만큼, 업계 전반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만약 생산 과정상 발생한 문제라면, 소비자 반발은 단일 품목에 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도 모른척 팔아온 이상 전제품, 그리고 다른 식품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 제과업체들은 한 공장에서 제품 하나만 생산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크라운제과 역시 진천공장에서 유기농 웨하스 외 다른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다 못믿겠단 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

라면 업계도 행여 불똥이 튀진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벤조피렌, 우지파동 논란으로 발칵 뒤짚혔던 전례가 있어서다. 특히 라면과 과자을 동시 생산 판매하는 농심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 농심 역시 대표 제품인 새우깡과 신라면을 같은 경기도 안양공장에서 만들어낸다. 둘 중 하나가 자칫 잘못되면 다른 제품군까지 엮어 들어갈 확률이 그만큼 높단 얘기다.

빙과 업체들 역시 뒤숭숭하다. 이미 해태제과와 롯데제과 등 빙과업체들은 여러차례 세균 과다 검출 아이스크림이 적발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은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어 집중 관리하지 않고선 세균 번식을 막기 어려운 구조라 대장균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일부 빙과 업체들은 "이미 여름철이 다 지나갔는데 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멸균 과정을 거쳤을 뿐 아니라 영하 18도 냉동상태서 보관하면 문제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이미 한 소비자 단체서 실시한 판매처 조사에 따르면, 실제 10곳 중 6곳은 영하 18도 이상 상태서 보관하고 있었고, 일부 제품서 대장균도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세균 과자 논란을 취재하면서 과거 비슷한 위생 문제를 일으킨 업체 얘기를 안들어볼 수 없었다. 물론 그쪽 입장에선 크게 이미지를 실추한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고 싶진 않았을 터. "호랑이 담배필 적 얘기다"라며 급하게 마무리하고, 이미 다 지나간 사건으로 치부한 곳도 일부 있었다.

대장균 시리얼을 팔다 들킨 동서식품도 이처럼 잠깐 매맞다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해명이라고 한 말이 "대장균은 어디나 있다. 버리기엔 너무 많았다"라고 하니, 소비자를 봉으로 알지 않는 이상 뱉지 못할 말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앞으로도 먹는 음식으로 장난친 기업들의 얘기는 쭉 회자됐으면 한다. 식품위생법을 어긴 업체들이 과태료 500만원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마당에, 소비자 비난마저 잠깐 견디고 말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같은 일이 언제 또 반복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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