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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30년 철강왕' 도전 쉼표 찍은 김준기 동부 회장...한줄기 희망은?

이충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동부제철 열연공장 전기로>

시작은 합금철이었다. 70년대초 처음으로 철강사업에 뛰어든 동부 김준기 회장은 70년대말엔 특수강 선재사업에 진출했다.

80년대초 동부제철의 전신인 동진제강을 인수해 냉연강판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07년엔 냉연에 이어 열연공장을 착공하며 일관제철소의 꿈을 이룰 기반을 마련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제철업체로부터 열연을 공급받아 철강제품을 만드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1조 3000억원이나 투자했다.

2007년 11월 열연공장 기공식에서 김 회장은 "이번 제철사업은 원료 자립을 위한 오랜 숙원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9년 완공한 열연 공장은 업황부진으로 만성적자를 이어가며 제철 사업전반에 부담을 줬다.

결국 김준기 회장은 가장 애착을 가지고 키워왔던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지난 22일 채권단에 넘겨주기로 했다. 동부제철 경영을 맡은지 30년만의 일이니 김 회장이 고뇌가 얼마나 컸을 지는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말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동부가 매물로 내놓은 동부특수강의 경우 현대제철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합금철사업을 하는 동부메탈은 매각 대기중이다. 동부메탈까지 팔리게 되면 철강 금속사업은 모두 동부 품을 떠나게 된다.

김 회장에게 그나마 남은 한줄기 희망은 채권단에 넘어간 동부제철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 청구권.

동부 측은 채권단이 동부제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지분을 팔 때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 7월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후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가장 쟁점이 됐던 사항이 우선매수청구권 보장 문제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채권단은 결국 동부 측의 요구를 수용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우선매수청구권 부여와 관련된 내용을 명문화 했지만 조건을 달았다.

김준기 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영정상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될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김준기 회장의 모든 재산과 주식은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만큼 당장은 추가 사재출연이 불가능하다는 게 동부의 입장이다.

추가 사재출연을 위해선 김 회장 재산에 대한 담보를 풀려야 하는데 동부제철 회생으로 채권단이 채권을 회수한 뒤에야 가능하다.

동부로서는 경영권 회수를 위해 어떻게든 동부제철 회생 작업에 협조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앞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언젠간 경영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금은 여력이 없어 동부제철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언제라도 허락되는 한 모든 것을 바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동부와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에서 명예회장이나 고문직을 주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지만 30년간 동부제철 경영을 직접 맡아온 김준기 회장 입장에서는 못 마땅할 수 있다.

30년 철강왕 도전에 쉼표를 찍느냐 마침표를 찍느냐, 당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놨지만 김준기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동부제철 회생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머니투데이방송 이충우 기자(2thin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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