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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대기업 압박 중소원두커피업계 '씁쓸하거나 달콤하거나'

심재용


청어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귀갓길에 청어 10마리를 사서 아내에게 건냈습니다.

하루 2마리씩이면 닷새는 청어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저녁상에 청어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이유를 묻자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이이도 참, 그제 저녁에 당신 하나, 나 넷. 어제 저녁에 당신 하나, 나 넷. 꼭 10마리 맞잖아요”

경제학 에세이에 가끔 등장하는 우화입니다.


◆동서식품의 수상한 셈법

이야기 속 아내의 이런 천연덕스런 셈법은 적합업종과 관련해서 대기업을 취재할때마다 떠오릅니다.

지난 8월부터 원두커피의 적합업종 재지정을 놓고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동서식품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서식품은 재지정 협의가 시작된지 한달여가 지난 9월경에 기습적으로 원두커피 제품을 출시해 중소기업측의 반발을 샀습니다.

중소기업측은 동서식품이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확장자제‘ 권고를 어겼다는 것입니다.

원두커피는 재지정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달 말까지는 적합업종의 지위를 보장 받습니다.

문제가 제기되자 동서식품은 “출시 제품은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것일 뿐이며, 따라서 ‘확장자제’ 권고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동서식품의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며 우리의 원두커피 사업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당신 하나, 나 넷’의 셈법에 익숙한 대기업의 욕심이 담겨있습니다.


◆동서식품, 커피업계 절대강자

커피시장은 크게 인스턴트와 원두커피 시장으로 나뉩니다.

인스턴트커피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원, 원두커피 시장은 3천 억원 정도 규모입니다.

그 가운데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절대 강자입니다.

흔히 ‘커피 믹스’로 불리는 제품들인데 10년 넘게 80%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카누’를 앞세워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시장 점유율도 80%로 끌어올렸습니다.


◆지는 인스턴트, 뜨는 원두

그런데 동서식품은 이제 원두커피 시장에도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원두커피 시장은 성장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서식품은 커피산업에서 언제나 1등이었습니다.

“원두커피 마켓 쉐어가 한 자리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도 80%로 높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혹시 동서식품의 마음속에는 ‘당신 하나, 나 넷’의 셈법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문제는 현재 원두커피 시장에는 수 천개의 중소, 영세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인스턴트 시장을 점령한 대기업을 피해 약 20년 동안 창업과 폐업을 거듭하며 시장을 키워왔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두렵고 불안합니다.

원두커피의 적합업종 합의 시한은 11월말입니다.

“합의가 불투명해서 답답하시죠”라는 물음에 중소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원래 써요”라며 씁쓸한 속내를 내보였습니다.

양보와 타협,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면 달콤한 커피의 맛도 즐길 수 있겠지요.

머니투데이방송 심재용 기자(m3rdjo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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