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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중개 보수 인하...'짜고 치는 고스톱' 촌극

강효진


◆ 부동산 중개 수수료 인하 공청회 파행...현장에선 무슨 일이

지난 10월 23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의 국토연구원 대강당에는 수백 명의 공인중개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후원하고 국토연구원이 주회한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 공청회'가 열린 날이었는데요. 기자가 현장을 가서 육안으로 확인한 숫자만 족히 600명은 넘었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의 격렬한 항의 때문에 공청회는 시작 10분 만에 철회됐습니다.

현장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속 중개사들의 고성과 확성기 사이렌 소리로 도저히 공청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중개 수수료 인하 방침에 반대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날 공청회에 모인 것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한 것일까요? 10분만에 공청회가 철회된 이유는 이들 중개사들이 국토연구원장의 개회사 까지는 봐줬기 때문입니다.

정부 또는 국토연구원 측의 방안을 소개하는 본 발표가 시작된 게 2시 10분이었습니다.

발표자가 자기 소개를 함과 동시에 반대측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둘이 나서더니 금새 대여섯이 됐고 이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결국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핏대가 선 중개사 한 명이 "에어컨 좀 틀어, 무슨 서비스가 이래"
라고 외치차 친절한 국토연구원측 사회자 마이크에다 대고 이렇게 답합니다.

"에어컨을 좀 가통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 "짜고치는 공청회 계속 들어야 합니까"

단상을 점거한 중개사 중 한 명이 외칩니다.

"짜고치는 공청회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합니까".

당사자인 공인중개사들의 의사가 0.1%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한 소립니다.

지난 17일 공인중개사협회에서 자체 공청회를 열어 국토교통부측 공무원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개사들이 이번 공청회가 정부의 요식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윱니다.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을 현장에서 메모해봤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중개 보수 인하에 반대한다.
-공인중개사들도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중개 보수 인상하라.
-정부가 공인중개사들이 과다 경쟁하도록 문을 열어놔서 지금도 힘든데 이제 와서 보수를 인하하는 것은 고사하라는 소리다.
-각종 공공요금은 오르는데 중개 보수를 내린다는 게 말이 되냐.

◆ 중개업소도 짜고치는 고스톱이긴 마찬가지다

생존권을 주장하며 공인중개사협회는 고정요율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세의 경우 1억~3억 사이는 현행 '0.3% 이하'의 수수료를 받게 돼 있는데 이것을 0.4%로 고정하자는 겁니다.

3억원 이상의 경우 현재 요율 0.8% 이하에서 협의하도록 돼 있지만 이것도 0.6%로 단일화하자는 게 협회의 요구안입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고정요율제는 쉽게 이야기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 관계자 또한 "현재 요율 관련 모든 국내 법제가 모두 상한요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업체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업체가 상한선을 요구해도 잘못은 아니지만 업체 사정에 따라 손님 유치를 위해 수수료 인하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런데 부동산 전문가들과 정부의 해석을 보면 협회의 요구는 경쟁을 통한 수수료 인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고정요율제라는 것입니다.

결국 집 사는 사람들,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복비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른바 짜고치는 고스톱은 정부가 아니라 복덕방이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의 중개 수수료 부담을 늘리는 고정요율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청회를 주최한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는 질문에 잘 안다는 답변은 7.2%에 불과했습니다. 33%는 잘 모른다 였고 55%는 대략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이 통계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복덩방이 집 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규정을 교모하게 활용하더라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립니다.

◆ 전세 복비 왜 2억은 0.3%인데 3억원 0.8%인가?

현행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은 2000년에 정해졌는데 전세의 경우를 보면
전세 2억은 수수료가 0.3%인데 3억원부턴 갑자기 0.8%대로 뜁니다.

즉 2억 9900만원 전세는 복비가 89만 7천원인데 3억 전세를 계약하면 24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무려 150만원 돈이 차이납니다.

2000년 당시에는 3억 전세면 고가 전세에 해당됐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했습니다. 고급 전세를 얻을려면 그만큼 복비도 더 부담하란 뜻입니다.

사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집세 100만원 차이를 두고 복비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건 수요자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 서울 기준 3억 이상 전세의 비중은 2000년 0.8%에서 지난해 30%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국 기준으로하면 0.3%에서 6.7%로 증가합니다.

서울만 보면 2000년 당시 고가 전세가 이젠 일반화됐다는 이야깁니다.

◆ 돈 없는 서민들..."집 값, 복비도 다 내렸으면 좋겠다"

정부는 복비를 현재보다 절반 가량 낮추겠다고 하고 부동산 중개 업체는 결사 반대하겠다고 하는데 집 구하는 사람들 입장은 정부도 중개사도 어느 편도 아닐 겁니다.

정부가 중개사들을 윽박질러 복비를 현재보다 낮춰주겠다고 하면 집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가운 것도 아닙니다.

일단 전세값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수도권 주택 평균 전셋값이 2억이 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서민들 입장에선 정말 '억!' 하고 넘어갈 일입니다.

돈 2억 가지고도 수도권에선 집 한 채 제대로 구할 수 없다는 소립니다.

결국 서민들 입장에선 치솟는 전셋값에 허리가 꺾이고 비싼 부동산 복비에 현기증이 나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공인중개사협회 등 이해 당사자들이 부동산 중개 보수 개선과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진 몰라도 치솟는 전셋값과 고액의 복비, 집 없는 사람들의 이 이중고통을 먼저 이해하고 해법을 찾는 게 순서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각종 부담을 떠안고 있는 집 없는 사람들은 정부나 공인중개사 협회,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공청회를 보면서 한가지 의미심장한 광경이 있었습니다.

개회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례를 했는데 전선을 형성한 양측 모두 국민 의례는 같이 했습니다.

국민의례가 끝나자마자 고성이 오가고 격렬한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진짜 국민들 눈에는 이 모든 게 짜고치는 고스톱 촌극일 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강효진 기자 (standup@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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