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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정년퇴직' 고사하고 '명예퇴직'만 해도 좋겠단 은행원들

신새롬 기자

(사진=news1)

“STX관련해 국가 수출금융을 적극 한 게 무리했던 것 아닙니까.”

“채권자들은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조선경기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계십니까. 너무 과다하게 물렸습니다. 책임진 사람 있습니까.”

“규정상 어긋난 게 없었습니다.”

“보증해 준 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판단을잘못한 거 아닙니까. 책임진 사람 없었어요?”

농협 국정감사 당일 김무성의원과 농협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의 질의응답입니다.

부실여신이 과도했다는 국회의원의 지적도, 규정상 적합하게 이뤄진 대출을 부실났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금융지주 회장의 해명도 일견 타당하게 들립니다.

대통령이 금융권 보신주의를 질타한 지 벌써 3개월이 흘렀습니다.

시중은행은 ‘보신주의 타파’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직원 제재를 90% 이상 줄이고, 회사 자체징계로 위임하는 등 고의 중과실이 없는 부실 대출은 면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부실 대출에 대한 책임 추궁은 여전히 '버거운 짐'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정부와 당국, 국회가 나서지 않더라도 금융사 내부 제재도 녹록지 않습니다.

때문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종종 "정년퇴직은고사하고 명예퇴직만 해도 좋겠다"는 푸념을 하기도 합니다.

사건 사고 많은 금융권에서 명예퇴직만 할수 있어도 영광(?)이라는 우스갯소리입니다.

규정상 이뤄진 대출의 부실엔 책임을 물을수 없다는 임종룡 회장의 말을 곱씹어보니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규정상 이뤄진 대출은 부실이 나도 아무도 책임을 안 져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책임을 위해서는 두 가지 필요한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자유로운 행위’와 ‘법칙’입니다.

칸트의 윤리학에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의지결정의 결과로 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임 회장과 김 의원의 대화 속에서는 ‘법칙’과 ‘결과’는 있지만, ‘자유로운 행위’는 없었던 것 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사의 보수적인 문화가 있는 한 명예퇴직은 멀고도 험하다고 합니다.

본점은 물론 영업점에서도 상사가 대출을하겠다고 하면, 그 이하 직급의 여신 담당자들은 원치 않는 대출에도 승인을 할 수 밖에 없는 문화라는 겁니다.

승인을 거부한다면 다음 인사 발령까지 죽기를 각오하고 힘겨운 회사생활을 견뎌야 하니 순순히 승인해주고 문제가 안 생기길 바라는 것이 속 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운이 나빠(?) 문제가 생길 경우엔 대출을 추진한 상사는 물론 부하직원들도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게 됩니다.

금융권의 보신주의에서 놓친 바로 그 한가지입니다.

금융인 스스로가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릴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에 ‘책임’이란 애꿎은 문책이 될 뿐입니다.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대출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처벌로 생기는 책임이 아닌 소신을 바탕으로 한 책임만이 진정한 의미의 ‘보신주의 타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방송 신새롬(shinno@m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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