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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현대중공업,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을까

조정현

현대중공업이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의 쌍두마차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31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지난 8월과 9월, 잇따라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 회장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을 지내 최고의 조선 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맡으며 불황 속에서도 매출 2배 신장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승부사적인 추진력과 친화력을 동시에 갖춰, 위기 관리에 적격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과 권 사장을 극심한 업계 불황과 경영난에서 돌파구를 찾아낼 적임자로 꼽는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조선업황이 정점을 찍었을 때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을 함께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최 회장의 경영 능력과 권 사장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충격 요법으로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지난달엔 임원 전원의 사표를 받은지 나흘 만에 임원 31%를 감축해 충격파를 던졌다. 그로부터 엿새 뒤엔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계열 3사의 선박영업본부를 통합하고 전체 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줄였다.


ⓒ권오갑 사장이 출근길 직원들에게 노사화합을 호소하고 있다.

'내치기식 구조조정'만이라면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렵다. 권 사장은 19년 만의 파업 위기를 앞두고, 비를 맞으며 "힘을 모아 달라"고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공장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직원들의 의견도 들었다. 제도개선전담팀을 마련해 현장 직원들의 애로 사항도 직접 챙기기로 했다.

불과 열흘 안팎에 단행된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조선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의 새 체제를 구축한 현대중공업은 이 참에 모든 것을 털고 갈 심산인 듯 하다.

'제로 베이스에서 새출발 하겠다'는 의지는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손실은 무려 1조 9천346억 원. 상반기 영업손실 총액 1조 3천억 원을 가볍게 뛰어 넘는 기록적인 어닝쇼크다.

그런데 2조 원에 이르는 손실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사손실충당금이다.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3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해 4분기부터는 정상화를 이뤄 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모든 프로젝트의 원가를 점검해 예측 가능한 손실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4분기에는 5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건은 노조 파업이다. 이미 파업 찬반투표에선 노조원 과반수 이상이 파업에 찬성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제시안은 10만 원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성과급 등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양 측은 31일 오후까지 집중 교섭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파업이 본격화될 경우 하루 1,03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3분기까지 누계로 무려 3조 2천27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파업은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자 한 현대중공업의 의도는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영 여건 속에 진행되는 파업은 지역 경제와 협력업체 뿐 아니라, 철강업계 등 연관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이 솔로몬의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방송 조정현(we_friends@mtn.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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