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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택배업계 반발 빗겨간 롯데 '무혈입성' 가능할까

이충우

(사진=news1)

'농협이냐, 롯데냐'. 기존 택배시장을 뒤흔들만한 두 대형기업의 등장에 긴장하던 택배업계가 타겟으로 삼은 것은 우선 농협이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대한 반대명분은 뚜렷하다. 운수사업법 대신 농협법의 적용을 받는 농협은 민간택배업체와 달리 차량증차 제한이 없어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택배업계의 반발이 농협에 집중되면서 한숨 돌리게 된 것은 롯데다. 농협에 앞서 택배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바로 롯데의 시장 진출이다. 하지만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소식이 나오자 상황이 바뀌었다.농협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택배시장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화살은 롯데에서 농협으로 돌아간 것이다.

항간에서는 롯데가 머리를 잘 썻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롯데는 농협에 앞서 택배시장 진출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35%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지난 7월말이다. 하지만 농협과 달리 택배시장 진출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단지 지분투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말은 지분 투자라지만 사실 롯데는 농협보다 오히려 택배 시장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서있다. 이미 롯데는 미래전략실장과 센터장을 현대로지스틱스 등기임원으로 선임해 경영에 어느정도 관여하고 있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인 오릭스 지분 35%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들고 있어 향후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로서 시장 진출이 용이한 상황이다.

반면, 농협은 이달 중소형 택배사 인수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제야 겨우 상견례를 가진 수준이다. 인수할 수 있는 대상도 한정적이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택배업체는 동부익스프레스와 KG옐로우 캡이다. 각각 3~4%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택배사도 중소형 택배사 인수를 검토 중이어서 농협이 인수경쟁의 승자가 될 지도 장담할 순 없다. 인수를 한다고 해도 롯데가 인수할 수 있는 현대로지스틱스와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업계 2위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과 기존 택배업체들의 마찰이 장기화될수록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바로 롯데라는 주장도 나온다. 농협에 관심이 쏠린 사이 롯데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유통채널과 시너지를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진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향후 반발 여론 등 변수를 계산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여기에 농협의 택배진출에 대한 문제는 쉽사리 풀릴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상황은 롯데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과열 경쟁에 따른 택배단가 하락으로 택배 기사들의 처우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택배업계와 마찬가지로 농협의 명분도 만만치 않다.

우체국 토요 휴무로 농수산물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어 농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택배업계 사장단과 가진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 농림위 소속 의원도 농민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정책간담회 자리에는 현대로지스틱스 대표이사도 참석했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대한통운 부사장과 3위 한진 대표와 함께 농협 진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만 '현대'일 뿐이지 사실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 현대로지스틱스다. 현대 뒤에서 롯데가 농협진출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현대로지스틱스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농협 진출 반대건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충우 기자(2thin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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