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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은행장들도 모르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내정

이대호 기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차기 전국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18일.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 한 시중은행장은 역으로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은행연합회장 누가 될 것 같느냐”고...

당일 저녁 또 다른 은행장들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말은 “아 그래요?”, “그런 기사가 나왔어요?”, “아직 전달받은 게 없는데...”, “오늘 OOO을 만났는데도 아무 말씀 없으시던데?”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하영구 회장 내정’ 기사에 언급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멘트는 이렇습니다. “은행장들이 하영구 전 행장을 은행연합회장에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작 은행장들은 의견을 모으기는커녕 누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은행장 10명과 현직 은행연합회 회장 부회장 등 12명으로 구성된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오는 24일 열립니다.

안 그래도 요식행위에 불과한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금융당국은 ‘공식적인 요식행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덕분에 10개 시중은행장들은 당국의 꼭두각시가 됐고, 은행권 비전을 그리던 다른 후보들은 민망한 들러리가 됐습니다.

“최근의 협회장 인선을 보시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10월 1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중 협회장 인선 개입 관련)도 한달만에 ‘안하느니 못한 말’이 됐습니다.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불과 한달 전 KB금융그룹 회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KB 회장에서 떨어지자마자 가장 강력한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정·관계 고위층과 매우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데 하 전 행장이 씨티그룹 인맥을 활용해 도움을 준 일화는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언젠가 보은을 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는 등 한나라당을 지원하던 조윤선 변호사를 법무담당 부행장이라는 직제까지 만들어 영입(2007년)한 것도 하영구 행장의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조윤선 전 부행장은 현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선견지명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오는 24일 은행연합회 이사회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일 그가 정말 12대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된다면 풀어야 할 오해(?)와 바꿔놔야 할 평판(?)이 많습니다.

한국씨티금융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 1조 1,994억원을 용역비로 지출하고, 5,515억원을 배당한 것을 두고 국부유출 논란이 여전합니다. 그는 이 문제로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적악화가 지속되는 한국씨티은행은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버텨가고 있습니다. 거의 매년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면서도 본인은 매년 30억원 가까운 연봉을 챙겼습니다. 이런 와중에 KB금융 회장에 도전하겠다며 씨티은행을 떠나자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국민은행 노조)까지 샀습니다.

은행연합회장은 22개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은행권 최고의 명예직(연봉도 7억원)입니다. 물론 정.관계 인맥이 훌륭하다면 대관업무를 잘 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정당성을 세우지 못한 인선 과정’과 ‘존경심을 사지 못한 과거 행보’는 은행연합회장이라는 명예직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 비등합니다.

하영구 씨의 은행연합회장 내정을 금융권을 넘어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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