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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통일되면 북한에 땅 살 수 있나요?

권순우 기자

[이슈N현장]통일되면 북한에 땅 살 수 있나요?

■ 방송 : MTN 이슈N현장
■ 일시 : 2014년 11월 25일 (11:00~11:50)
■ 진행 : 이주호 앵커
■ 출연 :권순우 기자

남북관계에 가장 관심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일본 미야기현에 재난 연수를 간적이 있습니다. 쓰나미와 지진으로 동네가 파괴되고 원자력 발전소가 멈춘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장이었습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쓰나미로 망가진 차량>


기자: “이런 곳에서 살면 무섭지 않나요?”

그 사람들은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일본사람: “당신들은 지구상 몇 안되는 분단국가, 전쟁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무섭지 않습니까?”


남북관계는 ‘휴전중’ 입니다. 한반도는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 남한과 북한에게 주어진 미래는 통일 아니면 전쟁입니다. 혹시 전쟁이 나더라도 그 결론은 통일입니다. 통일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 모르지만 결국 한반도의 미래입니다.

70년만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통일 이후 금융정책 청사진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한 통일금융 TF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금융당국에서 통일 이후의 계획을 발표한 것은 분단 70년만에 처음입니다.

이번 발표가 의미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전에는 한번도 이런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함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북 출신이라는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생활을 할 때 금융서비스는 필수적입니다. 북한과 통일을 해도 당연히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대비한 계획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땅을 살 수 있나? 땅 주인은 누구지?

북한 땅을 살 수 있느냐는 북한 땅의 주인이 누구냐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 북한의 모든 땅과 집은 정부 소유입니다. 통일 이후 북한 자산과 관련해서는 자산관리공사가 <통일 이후 북한지역 국유재산 관리방안 연구>에서 연구한 바 있습니다.

통일 직후 북한 땅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캠코는 토지나 주택의 소유권은 일단 국가가 가지고 이용권만 사유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독일의 경우 세입자에게 우선권을 줬더니 세입자가 돈이 없어서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합니다. 재개발하면 원주인들이 돈이 없어서 더 변두리로 가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집과 땅이 없으면 일자리를 찾아 남한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주 노동자 100만을 북한 사람으로 대체하자는 허황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엄청난 혼란이 야기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에게 적용되는 특혜와 기본적 사회 보장 등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토지를 모두 국유화하기 전에 땅문서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6.25 이전에 월남한 사람들도 북한 땅 문서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원소유권을 인정했다가 부동산 반환 소송이 223만건이나 제기됐습니다. 그 소송을 다 해소하는데 10년 이상 걸렸다고 합니다. 캠코는 반환보다는 상징적인 수준의 보상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좌표 없는 항해 통일, 금융시스템 계획 현실성 있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통일금융의 역할과 정책과제를 발표하기에 앞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신제윤 위원장이 제시한 망망대해>

아무것도 없는 바다. 신 위원장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을 두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7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와 그들은 많이 달라졌고, 그들이 현재 어떻게 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데이터도 없습니다.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님이 재미난 비유를 들었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공장에 다녀서 버는 돈이 한 달에 500원 정도 되는데 4인 가구 한달 생활비가 10만원이랍니다. 그러면 9만 9500원은 어디서 나서 먹고 사냐는 거죠.

조 교수는 이미 북한은 2004년부터 시장을 허용했고, 이른바 장마당 경제가 공식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북한 관련 통계를 내고 있는데 쉽게 공식적인 500원만 통계로 계산하고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통일 이후 정부 재정만으로 북한을 개발한다면 그대로 남한 주민들의 부담이 됩니다. 금융은 남는 돈을 부족한 곳에 투입해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치입니다. 금융이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면 남한 국민들이 걱정하는 막대한 통일 비용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금융위가 계획하고 있는 통일 금융의 과정은?

금융위원회는 한반도 경제 통합시 금융정책 과제를 발전, 이행, 통합 3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고 시장 경제로 이행해 두 개의 경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진행 될 것입니다.

성장을 하기 위한 산업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재건하고, 대외 개방, 지역 개발을 하는 단계가 발전단계입니다.

가격 자유화, 재산 사유화, 시장 제도를 정착하며 시장 경제 체제의 핵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이행단계이고 법제와 금융인프라, 시장을 통합하는 통합 단계입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갈 텐데 어디서 돈을 구하나?

개발비용과 통일비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 비용은 북한 주민들의 복지와 실업 등 통일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말합니다. 개발비용은 말 그대로 북한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을 의미합니다.

금융위가 추산한 개발재원은 5000억 달러, 약 550조원입니다. 현재 북한의 1인당 GDP 1251달러를 20년후 1만달러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철도, 도로, 전력 등 기본 인프라를 육성하는데 1400억 달러, 북한의 농업, 광업, 전기전자공업 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350억 달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자금들은 해외원조, 정책금융, 민간자금, 북한의 세수 등 4가지 방법으로 조달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부 제정을 통한 막대한 자금 투입과는 다른 관점입니다.

해외 원조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자금은 170억 달러로 전체 개발재원에 3%에 불과합니다.신제윤 위원장은 “해외 원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이번 연구의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발재원의 가장 많은 부분은 정책금융입니다. 5000억달러의 절반 이상인 3000억 달러입니다. 불모지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민간인은 없기 때문에 정책자금이 들어가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놓으면 민간자금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곳에는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북한이 성장하면 그만큼 세금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합쳐서 5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입니다.

자금을 주고 받으려면 은행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개발 단계에 이어 이행 단계에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에는 조선중앙은행 1곳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과 남한의 기능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배급제 사회라고 하면 군대에서 보듯 밥도 주고 옷도 주고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게 전표를 줘서 쌀, 옷 등을 사게 합니다. 북한에서는 상품이 부족해 전표로 사려고 해도 물건이 없답니다. 그러면 그 전표가 쌓이게 됩니다.

은행에 그 전표를 맡기게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금융에 대한 인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는 추첨제 저금이라는게 있는데 은행은 분기마다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1등은 50%, 2등은 20%, 3등은 10%의 이자를 지급하기도 한답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은행의 기능이 남한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현재 북한에 은행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은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금융위는 통일이 되면 전국 지점망을 갖춘 상업은행을 설립하고, 우리나라 및 외국계 은행은 지점 형태로 허용해 차근차근 은행망을 갖출 계획입니다. 또 국영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하고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은행 시스템 안착 추이를 지켜보며 육성해 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권 전무는 “베트남, 라오스 등 체제이행국의 예를 보면 초기에 은행도 중요하지만 사회주의 국가 사람들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 금융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만 해도 개인들에게는 계나 일수, 상호금융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정부가 뺏어간다는 인식이 있는 환경에서는 사금융, 대부거래를 체계화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돈을 맡기면 보장해준다는 인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예금 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은행이 망하지 않도록 금융감독 기구를 마련하며 장기적으로는 증권시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행단계에 속합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 돈과 남한 돈 어떻게 되나?

화폐 통합은 국민들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의 화폐를 1:1로 교환을 해줬습니다. 가치가 다른 선진국의 100원과 후진국의 100원을 동등하게 교환을 하고 나니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동독 주민들은 돈을 쓸 줄 몰라 흥청 망청 썼고, 서독 주민들은 이런 동독 주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합니다. 100원짜리 1000원에 팔아도 동독 주민들은 싼 줄 알고 샀다는 거죠. 나중에는 이게 사회 문제가 되고 동독과 서독 주민간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한 독일인은 “멀쩡한 사람도 사기를 치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중환율, 가격제도를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공식 환율이 1달러당 고정적으로 250원 정도라고 할 때 시장 환율은 3500원이 넘습니다. 대동강 맥주가 포장마차에서 5400원인데 백화점에서 커피 마시면 450원입니다. 말이 안되지요? 백화점은 공식 가격으로 팔고 포장마차는 실제 가격으로 팔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화폐를 통합할 경우 양국간 경제력 격차, 경제성장률 등 거시변수, 통화제도의 동질성 확보등을 감안해 교환대상을 세분화하고 교환 비율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고정환율제도를 폐지하고 그렇다고 한번에 국제 시장 가격을 반영하면 혼란이 크기 때문에 관리변동환율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통일 이후 남한 경제가 받을 충격은 어떻게 감당할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박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화를 하나 소개를 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차관보 시절 통화스왑을 위한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신 위원장은 미국의 성 김 대사에게 북한의 급변 사태가 나면 미국이 한국에게 통화스왑을 해줄 수 있냐고 제안했습니다. 성김 대사는 관할이 아니라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신 위원장은 동맹국이 전쟁으로 무너지나, 금융으로 무너지나 결국 무너지는 것인데 책임을 져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글로벌 위기 이상으로 통일은 대한민국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지금까지의 어떤 충격과도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금융당국의 통일금융 연구는 좀 더 체계적인 보완과 연구이 필요합니다.

통일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닐까 합니다. 북한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통일 이후 어떤 환경이 펼쳐질까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겁니다. 정치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의 문제로. 그렇게 서로의 공감대를 키우고 통일을 준비한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않을까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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