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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그들만의 리그 'IPO'

임유진 기자

[머니투데이방송(MTN) 임유진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제일모직 공모. 앞서 지난주 수요예측에서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며 흥행성공을 예견했다. 46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여기엔 평소 어김없이 수요예측에 달려들던 위장 기관투자자,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은 초대받지 못했다. 수요예측 주관사인 JP모간이 국내증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해외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막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검은 머리 외국인을 다 막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검은머리인지, 노랑머리인지 정확히 가려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이다.

제일모직에서 보여준 검은머리 배제 움직임은 금융투자협회가 검은머리 외국인을 걸러내기 위해 모범규준을 개정한 이후 등장한 첫 사례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일 '대표주관업무모범규준'을 개정했다. '위장 기관투자자에 공모주 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란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머리를 맞대 고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동안 검은머리 외국인이 공모주 시장에 위장 참여해 부당수익을 챙겨간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개인과 달리 기관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어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고, 청약증거금을 면제 받는다는 혜택 등을 노린 것이다.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우고 외국인으로 위장하는 수법으로 이들 검은머리 외국인은 공모주 시장에서 많게는 200%가 넘는 부당이득을 챙겨갔다.

일부 중소기업의 공모시장에서는 공모가 버블이라는 심각한 문제점도 대두된다. 공모 규모가 크지 않아 소수 검은머리 외국인이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을 '뻥튀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나선 것이다.

당장 개정 직후 이 규준을 준수한 첫 사례가 등장한 만큼 출발은 긍정적이다. 주관사들이 자발적으로 규준을 준수할 만한 충분한 유인책이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에게도 그동안 물량을 배정받자마자 바로 팔아버리는 검은머리 외국인은 골칫덩어리였는데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의심돼도 형평성을 고려해 소량이라도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규준으로 주관사들이 당당히 검은머리 외국인을 배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위장 외국인은 과감히 배정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기관 정상 투자자들에게는 역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당국과 협회의 노력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협회의 규준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이를 계속 준수할지 여부가 미지수다. 흥행 성공을 위해 검은머리 외국인을 배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려는 검은머리 외국인은 전체 참여자의 1% 정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을 수요예측에 배제한다고 해서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모주 청약이 몰려있단 점은 주관사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기관과 개인 간 청약증거금의 차별이 존재하는 한 외국법인으로 위장하려는 유혹이 남아있단 것이다. 현재 청약증거금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업계 관행상 개인에게만 최소 50%에서 100%를 부과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007년 전까지는 기관에도 똑같이 청약증거금을 받아왔지만,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발행시장 참여 유도를 위해 제도가 개선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관에 청약증거금을 받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전무후무하다"며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이란 사전절차를 거쳐 투자하기로 했다 지키지 않는 경우 불성실수요예측자로 지정돼 불이익을 받는만큼 청약증거금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실제 청약하지 않아도 받게 되는 불이익은 일정기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법적인 제재가 아닌데다 과징금조차 물지 않아, 일단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보자는 허수 투자자를 막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수요예측에만 참여했다 실제 청약하지 않는 사례가 작년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에만 청약증거금을 면제하는 명분이 설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청약증거금을 면제하는 한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똑같이 대접받으려는 유혹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기관에만 특혜를 주는 청약증거금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한다는 개미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연말까지 남은 공모주 청약은 모두 30여개. 공모주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할 시점이다.

한편으로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전용펀드를 한층 더 활성화할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IPO 직접 참여를 불안하게 본다면 이 수요를 간접투자로 이끌 만한 상품과 세제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임유진(mindelle87@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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