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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시민들 걱정 키우는 제2롯데월드…이번에도 침묵하는 신 회장 일가

최보윤

요즘 세간을 크게 뒤흔드는 기업 관련 이슈들이 있다. 하나는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촉발된 대한항공 3세의 갑질 논란이고 또다른 하나는 수족관 누수, 천장ㆍ바닥 균열에 이어 극장내 진동으로 인한 상영관 폐쇄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이다.

둘 다 있어서는 안될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땅콩 회항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이 훨씬 심각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들의 대응방식은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 측이 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나마 뒤늦게라도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부녀는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자식을 잘못 가르친 아버지를 용서해달라", "상처입은 당사자들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겠다"는 사과는 어느 정도 진정성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들끓던 여론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news1/10일 오전 누수 현상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이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반면 롯데는 언제나 그랬듯이 요지부동으로 입을 닫고 있다.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당국마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데도 누구 한명 나와서 사실이 어떻고 어떤 식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계획이라는 말을 안한다. 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동안의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해못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직 공사중인 제2롯데월드가 지난 10월 임시 개장했다. 123층짜리 초고층 타워는 2016년쯤 완공될 예정이지만 타워를 감싸고 있는 저층부 상업동이 먼저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간 것이다. 개장 전부터 문제가 된 석촌호수 물빠짐이나 공사장 안전 문제 등은 차치하고, 개장 뒤만 따져봐도 참 정신없이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동)은 개장과 동시에 곳곳에서 균열 현상이 드러나고 건물에서(롯데시네마 상영관) 큰 진동이 느껴지는 등 공포스러운 일들이 터져나오고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형수족관과 천장 등에서 물이 새는 누수 현상이 드러나면서 시민 불안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는 바빠질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장을 찾아 균열이 간 곳, 진동이 느껴졌다는 곳, 물이 샌다는 곳, 직접 다 둘러봐야 한다. 현장에서 '사실'임을 확인했다. 원인이 뭔지, 대책은 뭔지 알아봐야할 내용이 산적하다. 한시가 바쁜 사안이다. 그런데 꼬이기 시작한다.

"누수가 있던데,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새어 나왔죠?"(기자)
"아…그건 일단 시행사인 롯데물산에 물어봐야 하는데…."(롯데그룹 홍보 담당자)

"누수가 있던데,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새어 나왔죠?"(기자)"
"관리 주체인 롯데자산개발 쪽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롯데물산 홍보 담당자)

"누수가 있던데,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새어 나왔죠?"(기자)
"그건 운영사인 롯데월드 측에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롯데자산개발 홍보 담당자)

"누수가 있던데,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새어 나왔죠?"(기자)
"아 보셨다시피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요. 살짝 물방물이 맺히는 정도로…"(롯데월드 홍보 담당자)
"어쨌든 누수가 있는건데, 원인이 뭐죠?"(기자)
"그건… 시공사인 롯데건설 쪽에서 알고 있을 겁니다."(롯데월드 홍보 담당자)

(중략)

대략 이런식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서로 잘 모르고, 책임 주체가 아니라고 발부터 뺀다. 심지어 지난 10월 말 취재 당시 선명했던 바닥 균열이 얼마 전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을 기자가 확인했다. 롯데가 남몰래 시멘트로 덮어 균열의 흔적을 없앤 것이다. 처음 균열 문제를 취재할 때만 해도 "전혀 균열이 아닙니다. 그건 가보셨으면 알겠지만 80년대 길거리를 재현한 곳이라 당시 길거리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균열 디자인을 연출한 겁니다"라고 했던 롯데다. 이게 불과 한달여 전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디자인이라고 했던 바닥에 보수 공사를 진행한 이유가 뭔지 롯데 측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바닥에 왜 시멘트를 덮는 보수공사를 한 거죠?"(기자)
"그건, 저희가 잘 모르는데.."(롯데그룹 홍보 담당자)
"그럼 누구한테 물어보죠?"(기자)
"일단 쇼핑몰 운영사인 자산개발에…"(롯데그룹 홍보 담당자)

"바닥에 왜 시멘트를 덮는 보수공사를 한 거죠?"(기자)
"아, 그건 시공사에서 하는거라 롯데건설에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롯데자산개발 홍보 담당자)

속이 터진다. 균열이나 누수, 진동 현상까지. 어느 하나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도무지 총괄 책임자가 누군지, 누굴 통하면 속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사진=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

제2롯데월드는 오피스와 호텔 등이 들어서는 초고층 타워와 백화점, 마트, 영화관, 수족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3개동 구조로 이뤄진다.

타워 매출을 제외하고, 복합쇼핑몰에서만 연간 1조 5,000억 원의 매출고를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마디로 거대 기업이 하나 탄생하는 셈이다.

계열사별 대표가 아니라 이 모두를 아우를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제2롯데월드는 모든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1억 명의 사람들이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히 롯데의 복합쇼핑몰이 하나 오픈하는 정도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시행사는 계열사인 롯데물산인데,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앞으로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할 이익 중 일부는 일본롯데홀딩스로 흘러가게 된다는 뜻이다. 일본 롯데는 신 회장의 첫째 아들인 신동주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한국 롯데는 둘째 아들인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다.

고령의 신격호 회장이나 일본에 있는 신동주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다면 한국에 있는 신동빈 회장이라도 이제는 공개석상에 나서야 한다.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것도 아닌데 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롯데의 주장처럼 작금의 상황이 '별 게 아닌 문제'라면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안전문제들이 터져나오는 것인지 명명백백 제대로 알리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의문들도 속시원히 풀어줘야 한다. 롯데의 안전불감증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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