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밥도 안주고 선물도 안준'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대호 기자

CEO들의 기자간담회는 보통 오찬이나 만찬을 겸하며 진행됩니다.

자산 수백조원, 순이익 1~2조원 규모의 대형 금융그룹 회장이라면 기자 간담회는 꽤 좋은 호텔에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자간담회가 끝나면 홍보부에서 기자들 손에 몇 만원짜리 답례품도 쥐어줍니다.

좋은 밥과 답례품은 곧 '좋은 기사 부탁한다.'는 무언의 당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밥도, 답례품도 없었습니다.

기자간담회 장소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 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것은 인터넷 연결선과 음료수가 전부였습니다.

회장 뒤에 병풍처럼 늘어서던 임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급적 간소하게 하자", "임직원들이 그 시간에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윤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1월 25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기자간담회 모습>

윤종규 회장은 지난 10월 2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회장직에 내정됐음에도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11월 21일) 되기 전까지 약 한달간 각종 의전을 마다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임시 집무실을 인근 호텔에 마련했던 전임 회장들과 달리, 지주사 건물 빈 사무실에 사무집기 몇개만 갖추고 회장직 인수를 준비해 왔습니다.

회장 집무실도 도배만 새로 했을 뿐입니다. 전임 회장들이 집기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인테리어를 싹 바꾸던 관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윤 회장은 조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인사 전까지 비서실 직원, 운전기사까지 전임 회장과 일했던 사람들을 중용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의 이런 모습이 '의전과 관행'에 젖어 있던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출입기자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아닙니다. 홍보담당 직원들이 '그래도 기자들에게는...'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윤 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낯설긴 해도 불편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전직 장관급, 차관급 회장보다 상고출신 회장에 사람들의 시선은 편안해졌습니다.(물론 그의 이력서는 놀랄 만큼 화려합니다.)

누구에게나 허리를 숙이고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등 진정성 있는 그의 모습에 KB 내외부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당장 밥과 선물이 없어도 말이죠.

누구나 어려워하는 노조를, 사외이사들을, 언론을 그렇게 윤 회장은 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만 남았습니다.

회장 취임 후 금융위원회를 찾아간 자리에서 윤종규 회장은 "LIG손보 인수를 재검토 하라"는 무안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전임 회장 때와는 크게 달라진 사업계획서를 내밀며 끝까지 LIG손보 인수 승인을 간곡히 요청했다는 후문입니다.

이후 윤 회장은 잇따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며 KB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좌초하던 KB호에 선장으로 올라선 윤종규 회장.

그가 KB를 안전하게 정박시킬 수 있을지, 가장 거센 마지막 파도를 넘는 모습을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