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수족관의 눈물과 '홈런만 치려는' 롯데

강효진



◆ '물 새는' 제2롯데월드 수족관 영업 중단

콸콸 샌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씩 말그대로 '찔끔' 나왔습니다.

안전 문제라고 하기엔 너무 찔끔이어서 '이게 무슨 대수냐' 싶었지만 결국 제 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수족관)은 지난 17일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시는 안전 불안, 시민 염려를 이유로 수족관 정밀 진단과 거기에 따른 보강 공사가 이뤄질 때까지 사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영업 중단 첫날 현장 수족관 입구 곳곳에는 휴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연간 회원 중 일부는 벌써 환불을 해가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수족관 입구는 다가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 창 냈는데 '내려진 셔터' 처럼 제2롯데월드 수족관의 올해 크리스마스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국민안전처도 이곳 수족관 누수 문제가 불거지자 롯데측에 정밀 안전 진단 명령을 내렸고 롯데는 해외 수족관 전문 업체인 '셈락 랜드스케이프' 사를 선정해 누수 원인과 하자 보수 방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 수족관의 눈물, 외면한 롯데

롯데월드몰 관련 계열사 사장단은 수족관과 영화관에 대한 사용제한이 적용된 당일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과문의 핵심은 '시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사죄하고 서울시의 사용 제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과문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에서 롯데 측의 모습은 사과를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었습니다.

롯데월드 수족관을 관리하는 일명 '수족관 대표' 이동우 사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메인 수조 터널에 계측기를 달아서 측정을 해보니 누수되는 부분에서 한방울이 떨어지는데 15초에서 20초가 걸린다. 새벽 3시에 측정한 물의 양과 6시 50분에 측정한 것을 비교해보면 종이컵 반 컵 정도의 양이다. 우리는 이런 걸 미세누수로 본다. 미세누수는 영업 중단을 할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억울하다는 항변이었습니다.

눈물 한 방울가지고 웬 소란이냐는 말이었습니다.

서울시와 국민안전처가 지시하고 여론이 들끓어서 영업 중단은 하지만 '롯데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소리였습니다.

크리스마스 '대목 장사'를 놓쳐버린 가게 주인의 하소연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눈물 한 방울의 의미...그 뒤에 감춰진 것은

수족관 누수는 정말 눈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도꼭지를 꼭 잠궈도 물 한방울은 떨어지는데 정말 여론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 방울이 두 방울이 되고 나중에 양동이로 쏟아붓는 양이 될 수 있다는 식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눈물이 일어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희노애락에 대한 자각→ 관련 감정들의 교차와 혼합→ 주변 여건 인식 → 그리고 표출'일 것입니다.

표출은 '왈칵' 일수도, '주르륵' 일수도 '찔끔' 일수도, '맺힐'수도 '고일'수도 있습니다.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지만 눈물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감정은 매우 복잡한 뒤섞임의 과정을 거치고 그 무게 또한 대단히 큰 것입니다.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족관의 눈물은 20초에 한 방울입니다.

대수롭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뒤에 뭐가 감춰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수족관 설계의 문제인지, 시공방법의 문제인지, 그보다 더 큰 제2롯데월드몰 건축 구조 자체의 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괜한 걱정'도 문제지만 '무책임한 태도'는 그보다 더 심각합니다.

◆ 롯데가 진정 점수를 따려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원우 롯데물산 사장은 "안전을 최우선 경영가치로 삼고 안전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쇼핑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홈런만 치려고 해서는 절대 점수를 딸 수 없습니다.

여기서 홈런은 장삿속, 점수는 안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진루타를, 희생타를 칠 수 있어야 그 팀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을 수 있습니다.

홈런은 루에 나가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뭔가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장삿속이 앞서면 고객이 눈에 안 보이고 눈 앞에 고객도 안 보이는 마당에 안전이라는 개념은 머리만 아플 뿐입니다.

홈런으로 한 방에 점수를 따는 게 아닌 진루타, 희생타를 섞어 차곡차곡 점수를 쌓는 롯데가 된다면 원래 목표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강효진 기자(mshyojin@hanmail.net)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