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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누가 금융회사의 주주권을 침해하는가?

권순우 기자

[MTN현장+]누가 금융회사의 주주권을 침해하는가?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취약점은 사내 정치든 사외 정치든, 그로테스크한 정치금융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2012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계류중입니다. 지배구조에 간섭 받고 싶어하지 않는 재벌그룹들의 로비가 상당하다는 후문입니다.

더 이상 법 통과를 기다리지 못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만들었습니다.

주인이 없는 은행들은 큰 반발이 없지만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14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고 경영자와 등기 임원을 선임하기 위한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임원의 자질 등 자격 요건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주가 명확한 보험업 등은 경영 환경과 정책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표이사와 임원을 선임하는 것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며 반발했습니다.

CEO승계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대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주주의 최고경영자 선임 권리만 침해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즉 대주주가 결정을 하면 되는 거지, 왜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하냐는 논리입니다.

모범규준은 말 그래도 모범규준이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그렇게 의사결정을 내린 이유를 1년에 한번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만 하면 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반발이 거세다”고 말했습니다.

‘주주권’이라는 명분하에 최소한의 투명성도 용납할 수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주주권은 절대 불가침의 권리일까요?

사실 여기서 논의되는 주주권은 '대주주권'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면서 주인의 권리는 '무한정' 행사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인사 절차를 원하는 다수의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게하고, 공시를 통해 어떤 CEO가 어떤 절차를 통해 임명이 됐는지 알고 싶다는 요구가 ‘소액’ 주주로서의 권리로 과도하지 않을 겁니다.

재벌 그룹들은 ‘주주’ 자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행태는 대주주만을 위한 ‘완장’ 자본주의에 가깝습니다.

금융회사의 성격과도 배치됩니다. 한화생명의 경우 시가총액은 7조원 수준이지만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60조원이나 됩니다. 금융회사를 움직이는 돈의 대부분은 주주의 돈이 아니라 고객들의 돈입니다.

그래서 금융회사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고 고객대표를 이사회의 멤버로 선임하는 선진국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감독당국의 간섭이 많은 이유도 금융회사의 공공성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인 재벌들의 반대에 부딪힌 금융위원회는 모범규준 적용에서 한 발 물러설 것으로 보입니다.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설치를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적용하고 보험, 증권 등 2금융권에 도입하는 것은 추후에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CEO와 모든 사외이사를 퇴진시킬 때보인 서슬퍼런 금융당국의 모습은 거대 자본권력 앞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내용의 모범규준은 크리스마스 이브, 24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이 재벌그룹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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