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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하나·외환 '은행장 만년필'은 누구에게?

이대호 기자

하나은행에는 '은행장 만년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이 김승유 행장에게 이름을 새겨 물려준 몽블랑 만년필입니다.

이후에도 전통은 이어져 윤병철-김승유-김종열-김정태-김종준 전 행장까지 5대에 걸쳐 내려왔습니다.
<대물림 되고 있는 '하나은행장 만년필'. 전임자가 새 은행장의 이름을 새겨 전달해준다.>

이 은행장 만년필은 과거 하나은행이 IMF 이후 처음으로 외자 유치에 성공했을 때나, 충청은행·보람은행·서울은행을 인수합병할 당시 등 매우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그 전통의 만년필을 손에 쥘 사람이 없습니다.

김종준 전 행장이 지난해 10월 사임하면서 하나은행은 김병호 부행장의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있어 이 만년필의 여섯번째 주인이 누가 될지 더욱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전임 하나은행장이 신임 행장에게 '행장 만년필'을 전달하는 모습. 좌측부터 김종열 전 행장, 김정태 현 회장(당시 행장), 김종준 전 행장>

통합은행장의 유력 후보는 두명으로 압축됩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하나금융그룹 내 유일한 현직 은행장이라는 점, 피인수 기업인 외환은행의 임직원 사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가장 어려운 노조와의 문제를 풀어 나가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김 행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이 원만하지 않고, 지주사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진도가 느려 아직 낙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나금융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봤을 때 김한조 행장이 (통합은행장)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이라며, 다만 "김 행장이 하나은행을 잘 모르고, 김정태 회장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행장이)통합은행장이 돼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적자(嫡子)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배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하나금융그룹은 전통적으로 내부에서 CEO 후보군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업무를 맡도록 하고, 때로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쥐어주기도 하고, 회장 은행장이 정부 당국자나 유력 언론인들을 접촉할 때 동석 시켜서 대외적인 접점을 만들어 주는 방식 등입니다.

현재 하나금융에서 그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부행장)입니다.

김 행장 직무대행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전임 CEO들에게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받아왔습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설립을 기획(팀장)하기도 했고, 지주 CFO를 맡기도 했습니다. 하나은행에서는 경영관리, 기업영업, 마케팅총괄, 글로벌사업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특히 서울대 영문학과, 미국 UC버클리대 경영학 석사 출신인 김 행장 직무대행은 김승유 전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의 협상에 내보낸 하나금융의 '선수'로 통합니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통합은행장까지 맡을 수도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습니다.

두 은행 합병의 목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통합 초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회장이 진짜 욕심을 낸다면 3파전은 의미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국내 은행사에 한 획을 긋게 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초대 통합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금융권에서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금융은 2월 중으로 초대 통합은행장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윤병철 하나은행 초대 행장의 회고록 '금융은 사람이다'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중략) 내외의 신망이 두터워야 한다. 신망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지금 은행장 할 사람이 누구지요?"하고 물으면 '아! 그 사람'하고 자연스레 중론이 모아지는 사람을 말한다.」

하나금융에서 자연스레 중론이 모아질 사람은 누굴지 궁금해집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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