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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백일 잔치도 못하는 제2롯데월드, '반전'의 계기 찾아야

최보윤


"100일이요? 악몽같은 시간이었죠, 뭐."

100일 잔치는 커녕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문을 연 지 이제 100일이 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몰 이야기입니다.

몰 내 종사자들은 개장 100일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하나같이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운영주체인 롯데그룹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 반응입니다.

소위 말하는 '오픈발'도 없었습니다. 여러 구설 때문인지 개장 초기부터 방문객 수가 롯데 측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안 좋아졌습니다. 잇달아 안전사고가 터져나오면서 방문객들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실제 롯데 추산으로도 오픈 초기 일 평균 10만 명이던 방문객 수는 최근들어 5만 명으로 반토막났습니다.

입점업체들의 매출도 방문객 감소와 비례합니다. 고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소규모 패션 업체 사장들 모두 "'오픈발'도 없었는데 그나마 나오던 매출도 최근엔 30~50% 이상 줄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사진=머니투데이)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에게 '방문하기 찜찜한 곳'이란 선입관을 줬기 때문입니다.

제2롯데월드몰은 개장 이후 각종 안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닥과 천장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되는가 하면 장식물과 문짝이 떨어져 행인을 덮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급기야 영화관과 수족관은 각각 진동과 소음, 누수현상 탓에 서울시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내몰렸습니다.

당초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안전사고', '개장 초기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던 롯데 측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 이미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고 더 이상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통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선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롯데의 낡은 기업문화가 자초한 사태라는 동정여론까지 일기도 했습니다.

롯데는 수습에 한창입니다. 작은 변화의 조짐도 보입니다. 최근에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한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제2롯데월드에 대한 면밀한 안전 관리를 약속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이원준 대표는 불안에 휩싸인 입점업체들을 달래기 위해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 영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할 수 있게 돕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뻔한 정답만 되풀이하는 롯데 식 대응에 불과하지만 탄생 백일 동안 큰 홍역을 치룬 만큼 앞으로 행동에는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흘러나옵니다. 잠실을 오가는 시민 뿐만 아니라, 도통 장사가 안돼 속만 끓이고 있는 입점업체들을 위해서라도 말뿐이 아닌 실질적 변화가 시급합니다.

보통 신생아가 100일을 넘기면 소소하게라도 잔치를 치룹니다. 생명체로 거듭나는 큰 고비를 넘겼다고 보는 겁니다.

물론 제2롯데월드에 잔치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100일 고비도 제대로 못 넘겼는데,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입니다. 제2롯데월드의 핵심인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은 지금도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난 100일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롯데는 '가장 높은 랜드마크' 건설보단 '가장 안전한 랜드마크'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최보윤 기자(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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