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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왜 택시, 버스와 교통사고가 나면 더 피곤할까?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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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왜 택시, 버스와 교통사고가 나면 더 피곤할까?
- 미미하게 시작한 공제감독, 창대한 결과 맺을 수 있을까

■ 방송 : MTN 이슈N현장
■ 일시 : 2015년 1월 26일 (11:00~11:50)
■ 진행 : 이주호 앵커
■ 출연 :권순우 기자

왜 택시, 버스와 사고가 나면 더 피곤할까?

택시, 버스와 교통사고가 나면 굉장히 보상받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택시는 일반 자동차가 가입하는 보험이 아닌 택시 공제에 가입이 돼 있습니다. 택시공제는 아무래도 일반 보험에 비해 보상 서비스가 체계적이지 않고 보험금도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택시들이 내는 보험료가 싸니까 당연히 보험금도 적습니다. 택시, 버스와 교통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단순한 오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제조합 가입차량과 사고 피해자로부터 공제 조합의 부당한 보상에 대한 민원과 분쟁조정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6년 1718건이었던 민원은 2012년 5474건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공제조합에서 보상업무를 할 때 택시사업자가 보상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택시 공제는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서 하는데, 택시의 이익집단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오죽하면 교통사고가 나면 택시, 버스 운전자가 회사를 통하지 않고 공제조합에 바로 신고를 하도록 바꾸고 승객이 직접 신고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공제가 무엇이길래, 택시, 버스는 왜 보험 가입을 안하고 공제에서 할까요? 공제는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서 문제가 생길 경우 서로 돕는 사업입니다. 보험과 비슷한데, 보험업이 발전하기 전에 나타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있는데 공제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보험이 없는 분야가 있습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대수의 법칙이 성립돼야 합니다. 가입자가 많아야 하고 가입자 사이의 공통점이 지나치게 많으면 안됩니다. 보험회사에서 취급하기에 전체 규모가 너무 작으면 보험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모두 보상을 원한다면 보험은 망하겠지요.

그래서 특정 사업군을 중심으로 공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관이 순직을 하면 전국의 소방관들이 1만원씩 모아서 약 1억원의 성금을 걷어주는 관행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일종의 생명보험 역할을 하는 공제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공제가 몇개나 있을까?

보험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공제기관은 92개로 조사가 됐습니다. 잘 알려진 공제로는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도 있고요. 택시, 버스공제조합, 세월호 사건 때문제가 됐던 해운공제도 있습니가. 이밖에도 건설폐기물, 의료폐기물, 금속캔자원협회, 종이팩자원순환협회 등 처음 들어보셨을 만큼 특정 사업군만 해당하는 공제도 있습니다.

초반에 공제는 금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서 나타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92개 공제중 2000년 이후 47개 공제가 신설됐습니다. 이전에는 공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 특정 사업군의 사람들이 본인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경향이 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정책성 공제나 사회보장적 성격의 공제, 이익집단으로써의 공제가 주를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공제는 또 보험형 말고도 저축형도 있는데요.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은 사망, 퇴직급여, 복지급여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또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과학부 등은 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 일부를 공제사업을 통해 마련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주유소공제사업, 의약품공제조합도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협회의 이름을 공제라고 붙이기도 한 겁니다.

특정 사업군의 사람들끼리 상주상조하면서 잘해보겠다는데 뭐가 문제?

공제는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불립니다. 이미 나타난 사례를 보겠습니다.

#1.
지난 2012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 집단으로 인식되는 전국교수공제회의 사기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전국교수공제회의 민낯은 다단계 사기집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설립자 이모씨와 이씨의 가족들은 10여년 동안 공제회를 운영하며 교수 5486명이 낸 6771억원 중 558억원을 횡령했습니다.

공제회를 설립하기 전까지 이씨 일가의 재산은 5억여원에 불과했지만 공제회를 운영하면서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구입하고 공제회장에게 고급승용차 4대를 건네는 등 조합원들의 자산을 탕진했습니다. 결국 공제회에 노후자금을 맡긴 교수들은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습니다.

#2.
“공제회 이사장은 선거를 통해 결정이 돼요. 이사장이 당선이 되려면 회원들에게 고금리를 약속을 해야 하죠. 현실성 없는 고금리를 제시한 사람이 당선이 되면 공약을 지키려고 무리한 투자를 합니다. 결국 손실이 나죠. 그러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게 되는 거에요”

공제회의 기금을 위탁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이 공제의 부조리를 토로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2% 내외입니다. 군인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의 금리는 최저 5% 이상입니다. 이런 고금리를 주기위해 부실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3.
국민권익위원회 지적 사례

1. 시장금리와 급여이자율 차이로 적립금 부족액을 직영사업 운용수익으로 보전. (13년 7월 권익위 실태조사

2.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대체투자에 집중 투자해 당기순손실 발생(13년 5월 감사원 감사)

3. 퇴직급여를 위해 안정기금 잔액이 2007년 8000억원에서 11년 1700억원으로 급감, 향후 안정기금으로 퇴직급여 원리금 지급 어려워(13년 5월 감사원 감사)


본인들끼리 잘먹고 잘살겠다는데 주위에서 괜히 감놔라 대추놔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일단 두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택시, 버스 공제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다른 국민들을 위해 그 공제를 감독할 제도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둘째. 군인공제, 경찰공제처럼 적자가 나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하는 공제가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제라면 공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사진=news1)

공제 감독의 구조적 한계

예전에 국토부의 택시, 버스 공제를 취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공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에 택시공제에서 한명, 버스공제에서 한명, 보험업계와 관련이 깊은 손해보험협회에서 한명, 보험개발원에서 한명 파견을 나가 공제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사무관 한명과 대여섯명의 이해관계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공제 감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합니다.

공제는 보험이든 예금이든 금융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전문가가 아닌 담당 부처의 사무관 1명이 다른 업무를 하면서 공제 관리까지 맡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물리적으로 감독이 불가능합니다.

아까 공제가 92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건 금융당국이 어거지로 찾아낸 것만 92개고, 실제 몇 개나 있는지 정확한 수치도 없습니다. 조합원은 1개 공제에 많게는 100만명, 다 합치면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5명중 1명은 공제의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감독의 사각지대에 둬야 할지, 걱정입니다.

감독의 사각지대 공제감독, 개선할 방법은 없나?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경찰공제회를 비롯한 대형공제회 이사장은 모두 해당 부처 낙하산 출신으로 소중한(?) ‘낙하산 자리’를 내놓을리 만무합니다. 알토란 같은 자리를 금융당국에서 감독하겠다고 나서자 관계 부처들은 즉각 반발한 겁니다.

본인들이 감독 잘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또다시 감독을 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것이 관계부처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자기 구역에 손대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평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공제에 대해 재무건전성 협의, 공동검사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보험업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공제와 관련된 11개 부처는 즉각적인 반대에 나섰습니다. 7개 부처는 공문을 통해 반대의사를 타진했고, 4개 부처는 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관계부처 벽에 부딪힌 금융당국

금융위가 요구하는 것은 보험과 유사한 공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인들이 버거워하는 분야에 대해 대신 해주겠다는 건데 장부가 드러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감독의 사각지대라고 매번 지적 받는 분양를, 전문성이 있는 금융당국에서 같이 감독을 하자고 하는데, 이를 반대할 명분이 있냐는 겁니다. 공제 입장에서야 감독 받는게 귀찮으니 그럴 수야 있지만 감독 부처에서는 당연히 응해야 하는게 상식적이지 않냐는 거지요. 또 자기가 감독하는데 왜 다른 부처가 와서 뭘 하려고 하냐고 한다면, 최소한 자기들이 어떻게 잘 해보겠다는 계획이라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발 양보한 금융당국, 공동 검사 요구는 소관부처가

결국 합의점을 찾은 건, 공동검사의 요구를 금융당국이 아닌 소관 부처가 하도록 한 겁니다. 처음 금융위 안은 금융위가 검사를 같이 가자고 요구하는 방식이고, 수정안은 소관부처가 금융위에 같이 가자고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자료 제출 요구는 당초엔 기초서류만 요구할 수 있었는데, 개정안에는 재무건전성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검사 요구는 관계부처가 하지만 관련 자료 제출 요구 범위는 확대됐습니다. 관련 내용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법제처에서 심사중입니다.

금융위가 한발 양보를 한 건데요. 사실 소관부처가 금융위를 안부르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사고가 난 공제에 검사를 나갈 때만 금융위를 불러서 시체처리반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해 관계자로 똘똘 뭉친 공제의 시작과 끝에, 그나마 금융 전문가라는 금융당국이 감시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또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공제에 대한 감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곪을데로 곪은 공제 왜 그동안 개선이 안됐나?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사람은 첫째 공제에 가입한 회원들입니다. 본인들이 낸 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언젠가 빵꾸가 날 수 있는데, 이걸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는 건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입니다. 당장 한두푼 지금 더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 국민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돈과 관련한 이해집단은 절대 스스로 자정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완전히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돌아갑니다. 그쪽에서 사고가나면 세금이 나가는 이야기고, 본인들이 공제 회원들과 사고 났을 때 직접 부딪히게 되는 내용입니다.

이런 사안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이익이 되고 특정 소수에게 불편한 일은, 찬성하는 다수는 침묵하고 반대하는 소수는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또 공제의 경우 개별 산업 영역에 따라 특수성이 천차만별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한가지 기준으로 감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일단은 재무건전성이라는 금융의 잣대로 감독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가 생겼지만, 그 외에도 합리적인 이해관계 조정 등을 거쳐야 할 일이 수두룩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일 수록 더욱 합리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까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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