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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모험자본 전도사 된 대통령, 천군만마 얻으려면...

임유진 기자

[머니투데이방송(MTN) 임유진 기자]

"주가조작에 대해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한다"

취임 직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돌연 주가조작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통령의 주가 조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증권가에서는 그 진심을 헤아리느라 분주했다.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주가조작 철폐로 표출됐다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정리가 됐던 듯 하다. 진의야 어찌됐건 주가조작 뿌리뽑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후폭풍은 거셌다.
당장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주가조작 근절대책을 쏟아냈다. 금융위원회 안에 주가조작 조사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는 자본시장조사단을 야심차게 출범시켰다. 기존에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 조사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가 직접 나선 것이다. 여기에 검찰과 금감원, 한국거래소도 인력을 파견하며 가세했다. 또 별도로 금감원 내부에도 특별조사국‘을 신설하며 기획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주가조작은 얼마나 줄었을까? 수치 자체만 보면 분명 줄었다. 올해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새롭게 접수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은 178건으로, 2013년보다 4%, 과거 3년 평균보다는 21% 감소했다. 주가조작과의 전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알고리즘 매매 등 수법은 점차 지능화되고 있고, 다수 종목의 주가를 동시에 조작하는 등 불공정거래가 대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결과적으로 주가조작 범죄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그 규모는 커졌고, 수법은 더 교묘해진 것이다. 실무자들은 주가조작을 명확히 걸러내서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기에 테마주는 어떤가. 대선이 한참 남았지만 유력 정치인에 대한 이슈가 불거질 때면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며 자본시장을 좀먹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주가조작 근절대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의 특별조사국, 자본시장조사국 사이의 차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상 별반 차이 없다"며 "대통령의 지시에 정부가 성과를 내세우려 일을 벌려놓은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대통령의 주가조작 근절 지시는 결과적으로 의중은 좋았지만 오히려 규제만 늘리고 말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가조작을 뿌리 뽑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고, 시기도 적절치 못했단 지적이 잇따랐다. 증시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증시 활성화에 써야할 에너지를 엉뚱한 데 썼다는 것이다.

취임 3년차로 접어든 박 대통령의 입에서 이제 주가조작과 관련된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그 자리를 대신 메운 게 바로 '모험자본'이다.

엊그제 열린 금융투자인 대회에 박 대통령은 동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위기상황에 처한 금융투자업계에 박 대통령은 "우리 금융계가 기존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투자기법과 모험자본의 공급을 통해 창의적 인재와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동적인 자본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모험자본 공급, 역동적인 자본시장 만들기가 마침내 대통령의 입에서 터져나온 감동의 순간이었다.

위험이 있지만 창조의 에너지를 상상하는 만큼 낼 수 있는 투자시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작년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회가 날 때마다 위험 자본의 투입을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최근 발언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시장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얼마 전 부산지역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이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래소를 비판하고 나섰다. 불똥이 튄 거래소는 부랴부랴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부서 신설에 나섰다.

모험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지 정부의 계획은 야심차다. 대출로 요약되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를 투자 중심의 선순환 구조로 바꿔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마른 논(중소기업ㆍ벤처기업)에 물 대기' 전략. 올해 업무보고에서 이를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의 인수합병 특화 증권사를 지원하고 창조경제 혁신펀드 조성 등의 대책을 세워 모험자본의 단계별 정책지원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중 좀 더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 구상이 제대로 먹힌다면 실물과 금융을 한꺼번에 되살리는 윈-윈전략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 이후 정부부처 뿐 아니라 금투협회, 거래소, 그리고 증권사들까지 동분서주 바쁘기만 하다. 얼핏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 지시가 내려졌던 취임 초기의 데자뷰가 연상되기도 한다. 명분만 움켜쥔 채 다그치고 서두르기만 해서는 그 성과가 소소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진정성있는 논의와 실행이 절실하다.

당장 파생상품시장이 왜 고사하고 있는지, 모험자본이 왜 벤처와 코스닥시장에 잘 돌지 않는지, 인수합병(M&A)은 왜 이렇게 부진한지부터 실질적으로 파고 들자. 그래서 문제의 '전봇대'를 추려내고 과감히 버리자.

이번 모험자본 육성은, 급작스레 떨어진 주문이 아니다. 시대적 과제다. 은행 예금금리가 2% 아래로 떨어졌다. 모험자본이 활개칠 수 있는 텃밭, 즉 자본시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가계와 기업, 정부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가조작 척결자에서 모험자본의 전도사로의 이미지 쇄신에 한발 내디딘 박 대통령. 대통령은 이미지를 넘어 부디 온몸으로 그 길을 꾸준히 가시라. 이미 코스닥시장이 연일 상승하며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시장을 살리면 천군만마의 우군이 가세할 게 자명하다.

머니투데이방송 임유진(mindelle87@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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