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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혁신하라고 팔목 꺾고 줄 세우는 금융당국

이대호 기자

금융당국의 '내맘대로식 줄세우기', '팔목꺾기', '멱살잡이'라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금융위원회가 28일 내놓은 '은행 혁신성 평가'를 놓고 나오는 말들입니다.

은행들의 혁신성은 '기술금융 확산' 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50점, '사회적 책임 이행' 10점 등으로 순위 매겨졌습니다.
<지난 28일 금융혁신위원회>

연관성을 보면 '기술금융 실적'이 절대적입니다.

일반은행 가운데 혁신성 평가 1~3위를 차지한 신한·우리·하나은행의 순위는 기술금융 대출 실적 순위와 일치합니다.

'혁신=기술금융'이라는 공식이 세워진 셈입니다.

소매금융이 강한은행, 농촌지역에 강점 있는 은행, 저신용자 대출에 특화된 은행, 외환이 주무기인 은행 등 은행별 개성은 완전히 무시됐습니다.

아마도 지금이 기술금융 아니, 창조경제의 시대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직원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큰 은행들은 난데없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혁신성 평가 우수 은행은 '총이익대비 인건비' 비중도 낮은 반면, 미흡한 은행은 총이익대비 인건비 비중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高인건비=非혁신'라는 공식도 완성된 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혁신적인 은행'이 되려면 기존 중소기업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옷 갈아입히고, 연봉 높은 고령직원들을 자르고, 신입직원도 뽑지 않으면 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나옵니다.

실체가 없는 기술금융도 문제입니다.

기술력 있는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기 보다는 기존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포장만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금융은 불과 6개월만에 8조 9,247억원(2014년 12월말 기준)이나 급증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어든 점이 이를 반증합니다.

대출이 급증하면 당연히 부실화 우려도 높아질 텐데, 이런 보여주기식 실적 때문에 "부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기술금융 옷 갈아입히기'에 대해 한 은행 임원은 "금융위원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기술금융 초반 실적을 위해 까놓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은행은 공공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무슨 근거로 민간은행의 사업 방향을 한쪽으로 몰아세우고, 임원들의 급여까지 깎으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자신들이 설계해 준 '임직원 성과보상 체계 개편안(은행의 내부관행 개선 세부추진계획)'을 민간협회(?)인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도록 하는 꼼수도 선보였습니다.

한 은행 임원은 "기술금융 방향은 좋지만 금융당국이 '유도'해야 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며, "우리가 공무원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월 3일 금융권 공동세미나를 연다고 합니다. 이른바 금융혁신을 위한 대토론회, 끝장토론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팔 꺾이고 멱살까지 잡힌 금융권 임직원들이 얼마나 입을 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혁신이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앞서가기 위해, 필요에 의해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힘 있는 사람이 줄을 세우고 점수를 매기면 혁신이 될 것이라는 발상은 탁상공론의 진수를 자랑하는 듯 하네요.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제1차 금융혁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5년은 한국금융의 미래 30년을 좌우할 중대한 기로라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30년까지 지켜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끝난 3년 뒤에도 기술금융의 자취가 남아 있는지, 그때도 이렇게 은행들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열심히 기술대출을 실행하고 있는지 딱 그거 하나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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