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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롯데, 온-오프 가격차 백만원도 넘는데…'옴니채널'이 뭔가요?

최보윤


"옴니채널 구축과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임직원 여러분의 역량을 모아주십시오."(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년사 中)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 '옴니채널'과 '제2롯데월드'를 꼽았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신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껌 제조로 시작해 자산규모 90조원, 재계 서열 5위의 그룹을 만든 그가 올해 '옴니채널'에 전사적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흔 셋, 고령의 나이지만 아직도 백화점과 호텔을 둘러보며 직접 경영 지시를 할 정도로 누구보다 사업적 감각이 뛰어난 그가 꺼내 든 '옴니채널'은 과연 뭘까?

'옴니(omni)'는 사전적으로 '모든 것의, 모든 방식으로, 모든 곳에'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한 마디로 '복합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니 신 회장이 말하는 '옴니채널'에는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제 각각인 유통채널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뜻이 담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 회장의 지시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옴니채널 구현을 위해 계열사별로 별도 팀을 만들어 움직이는가 하면 그룹은 이를 통합하는 TF팀을 구축했습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신동빈 회장 주재 하에 백화점과 마트,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이비카드 등 19개 계열사 대표가 모여 옴니채널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운영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롯데는 올해 말까지 옴니채널을 위한 9가지 실행 과제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그 중 '매장 픽업 서비스'와 '위치 기반 마케팅' 정도는 시범 사업에 들어갔고, '롯데 통합 회원제'나, '배송센터 구축', '모바일 결제기반 구축' 등은 남겨진 과제입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백화점에서 찾을 수 있는 롯데백화점의 '스마트픽업데스크' 서비스

이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어떤 쇼핑환경이 구현되느냐, 가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예를들어 직장인이 오전 출근길에 롯데마트 모바일앱을 통해 당일 저녁 상차림을 위한 장을 본 뒤, 배송지를 집 앞 세븐일레븐으로 하면 퇴근길에 집 앞 세븐일레븐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상상만으로는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신속한 '총알 배송' 서비스 구축과 더불어 모든 유통시설 내에 대형 물품 보관 시설을 만드는 일이 필수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도 많이 들 작업입니다.

게다가 각 계열사별 얽히고 섥힌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대형 과제가 남습니다. 소비자는 '통합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제공자들은 각기 개별 법인 체제 속에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앞서 예를 든 사례에서 소비자에게 주문 물품을 차질없이 제공하기 위해 롯데마트가 아닌 세븐일레븐이 우선 물품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롯데마트는 추후 세븐일레븐에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은 협력업체도 다르고 프로모션 등 계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비용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즉 롯데마트가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롯데마트가 제 시간에 자사 물품을 세븐일레븐에 보낸다 쳐도, 세븐일레븐에는 해당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필요합니다. 또 물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도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그만큼 각종 재고 관리와 비용 처리 문제 등이 서로 얽혀 복잡한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일입니다. 롯데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옴니채널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아웃렛, 홈쇼핑, 하이마트, 롯데닷컴 등 유통 계열사면 10여 개에 달합니다. 판매 품목이 같더라도 가격은 제각각입니다.

아웃렛이라고 해서 백화점보다 싼 것도 아니고, 온라인이라고 해서 오프라인보다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관련 취재 기사 참고)

1. 같은 '롯데'인데…'온-오프라인, 백화점-마트' 가격차 100만원 '훌쩍'
2. 롯데, 계열사별 판매가격 제각각…소비자 혼선
3. 롯데, 백화점보다 아웃렛이 비싼 이유는?

기사에 나오듯이 이렇게 계열사별 가격정책이 다른데, 단순히 온라인 쇼핑 물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게 한다고 해서 '옴니채널' 구축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제가 봤을땐 적어도 이러한 가격 정책을 얼마나 통합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옴니채널의 활용도가 갈릴 것으로 보여집니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은 벌써부터 역신장의 늪에 빠진 모습입니다. 신 회장이 옴니채널을 서두르는 데는 이런 현상에 대한 선경지명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배송지를 다각화하는 방식의 옴니채널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평등하고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유통채널 통합작업을 이번 기회에 해내야 할 것입니다.

10여 개의 유통업체, 19개의 유관계열사들이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최보윤 기자(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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