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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신세계, 12년 만에 월별 공시에서 영업익 빠진 이유는?

김이슬 기자

유통업계 빅3 중 하나인 신세계는 다른 유통회사들과 달리 '월별공시'를 합니다. 대부분 기업들이 분기별 공시를 하는 것과 달리 매달마다 전달의 실적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1800여 개의 상장사 가운데 이렇게 월별공시를 하는 기업은 15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신세계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월별 실적을 공개하면서 '투명경영'의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회사 측도 월별 공시에 대해 영업실적과 경영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로라고 공공연하게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신세계의 입장이 바뀐 모양입니다. 지난 1월 실적 공시를 살펴보니 대다수 란이 비어있습니다. 실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총매출액 뿐입니다. 아래 기타사항을 보니 신세계 측의 입장이 반영돼 있습니다.

"당사는 14년까지 매출액 및 영업이익에 대해 월별 공시를 진행했으나, 15년부터 매출액에 대해서만 월별 공시할 예정입니다. 영업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분기별 공시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신세계가 지난 13일 발표한 1월 잠정 영업실적 공시 자료>


신세계는 더 이상 매달 실적을 완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신세계 측에 확인해보니 주요 배경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외국인은 대부분 바뀐 회계기준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이들에게 월별 공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신세계 측은 "매출액은 공개하는만큼 투자자들이 유통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남겨뒀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신세계의 외국인 투자자는 현재 53%로 높은 편입니다. 유통 대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5%, 롯데쇼핑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17%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2~3배 이상입니다.

하지만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 갑자기 상황이 달라진 걸까요? 신세계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은 것은 10년이 훌쩍 지난 2002년부터입니다. 이후 중간에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했지만 꾸준히 50%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게다가 IFRS가 도입된 것은 2011년으로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진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신세계가 왜 월별공시를 시작했는지 당시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세계가 월별 공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03년 7월입니다. 당시는 신세계의 신규 사업인 이마트가 승승장구할 때입니다. 투자자들은 월 공시를 통해 매달 이마트의 높은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월별공시를 도입한 시점부터 신세계의 주가도 급등해 4년여 만에 10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고 50만원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신세계는 돌연 이마트를 따로 떼어내 분리상장하게 됩니다. 당시 신세계 오너 일가는 분리상장 첫날에만 15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렸습니다. 이명희 회장이 99억원, 두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각각 42억원과 14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받았던 분리상장은 결국 빛을 바랬습니다. 신세계와 이마트 주가는 분리 상장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경기 침체와 영업규제 등의 영향으로 성장이 정체됐고, 주가도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5020억원으로 2013년보다 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5% 줄어든 1900억원에 그쳤습니다. 최근 세 달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난해 백화점 매출이 10년 만에 역신장으로 돌아섰다는 암울한 발표도 나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세계 내부에서도 공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전후 맥락을 짚어보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매달 실적을 보여주는 것이 주가 상승기에는 도움이 됐는데, 이제는 역으로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되다보니 비공개로 돌아섰을 것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월별공시는 기업의 의무사항이 아니라지만 신세계의 이런 셈법의 배경을 과연 투자자들이 모를까요? 국내 소액투자자들을 위해 도입했던 월별 공시를 없앤 이유를 좀 더 솔직히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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