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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무차별적 관피아법, 과연 옳은가

권순우 기자

[MTN현장+]고위 공직자 1만명이 노는 미래의 공직사회, 금감원의 현실

금융감독원이 국장급 인사를 앞두고 1960년생, 61년생 국장들에게 퇴직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만을 바라 보며 보낸 30여년을 보낸 인생. 나름의 능력을 인정 받아 실무 책임자인 국장까지 올랐지만 이제 조직은 그들에게 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로 56세인 60년생은 60세 정년이 보장된 금감원에서 강제로 퇴직해야 할 나이는 아닙니다. 또 조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금감원에는 국장을 거치고 보직에서 벗어난 50년대 후반 출생 연구위원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금감원은 국장급 간부가 보직에서 빠지면 연구위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연구위원은 이름처럼 연구를 하는 인력이라기 보다 금융회사에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기다리던 자리입니다. 몇 달, 길어야 1년 안에 그들은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4년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고 금감원 간부들의 금융회사 재취업이 전면 제한됐습니다. 몇 달 안에 자리를 비우던 연구위원들은 몇 년씩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사무실 구석에서 그저 세월이 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금감원이 나이가 더 많은 연구위원이 아닌 60년생 국장들의 퇴직을 종용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인사 적체가 해소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50년대 후반 출생 연구위원을 억지로 내보내고 60년생 국장들을 연구위원으로 이동시키면 내년, 내후년에 또다시 그들을 내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구위원은 정년까지 남은 시간이 적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며 “60년생 국장들을 내보내면 진 원장 임기 중에 한번 더 억지로 사람을 내보낼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올해 3월 말부터 ‘관피아법’이 시행되면 취업 제한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납니다.

지금 나가면 2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점,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나가야 2년 후에 재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대상이 된 한 국장은 핀테크 기업에 가서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취업 제한이 풀리면 그때 금융권에 재취업하라는 제안도 받았다고 합니다.

영세한 핀테크 업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고연봉의 금감원 간부 퇴직자의 재취업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물론 금감원 조직이 나서서 취업을 주선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나가서 2년을 기다린다고 현재 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재취업을 도와줄지도, 아니 본인들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그것만 믿고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설 명절이 끝나면 금감원 국장급 인사 곧장 단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마무리 작업을 거쳐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설 연휴 직후에 국장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그나마 설 명절에 가족들 보기 민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배려라는 말도 들립니다.

금감원의 인사적체에 관심을 보여야하는 이유는 공직사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말부터 '관피아법' 시행에 따라 강력한 취업제한이 시작되면 공직사회의 인사적체 폭풍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4년전부터 취업제한이 시행된 금감원은 인사적체가 상당히 진행됐고 이제 수용 가능한 한계치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들의 운명도 2년만 지나면 금감원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1900명 금감원 조직에서 1%, 18명의 고위직(연구위원)이 일 없이 앉아 있고 그 아래 후배들이 퇴사를 종용 받고 있습니다. 100만명의 공무원에서 1%, 1만명의 고위직이 일 없이 앉아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현재 고위공무원단 총원이 1172명입니다. 1,2,3,4급 공무원을 모두 합치면 1만 66명입니다. 2년, 길어야 3년 안에 현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고위 공직자들이 뒷방에서 퇴직도 안하고 놀고 있게 되는 겁니다.

공직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으로 낙하산을 가던 악습은 분명 변화해야 할 적폐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시행된 무차별적 공직자 취업제한은 엄청난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에 앞서 재취업을 위해 몇몇 공직자들은 취업 심사를 의뢰했습니다. 행정자치부는 법 시행 이전부터 '개정될 법규을 기준으로 심사를 하겠다'며 아직 법규에 없는 취업심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퇴직을 강요 받는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애틋함은 접어두겠습니다. 모든 고위 공직자가 65세로 늘어난 정년을 기다리며 10년간 뒷방에 앉아 놀고 있게 될 대한민국의 공직사회가 우려될 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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