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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매거진]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전략적 제휴…'신의 한 수' 될까

이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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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국내 1위 모바일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우군으로 등장한 건데요. 의결권 대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엔씨의 자사주를 넷마블이 인수하면서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됐습니다. 산업부 이규창 기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전략적 제휴'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 국내에서 엔씨소프트는 PC 온라인게임 1위,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1위 기업입니다. 두 회사가 협력해서 각자의 장점으로 시너지를 내보자는 건데요. 엔씨의 PC 온라인게임을 넷마블이 모바일게임으로 만들고, 반대로 넷마블의 모바일게임은 엔씨의 손을 거쳐 PC 온라인게임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죠.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이 가장 탐내는 게임이 엔씨의 '아이온'인데요. 넷마블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아이온 모바일' 혹은 '모두의 아이온'을 내놓는 겁니다. 반대로 넷마블의 모바일RPG '몬스터 길들이기'가 엔씨소프트의 PC 온라인게임으로 나올 수도 있는 거죠.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잘 나가는데, 특히 '모두의 마블'은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1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과 엔씨의 신작 모바일 게임의 '크로스마케팅'도 가능합니다. 엔씨의 모바일 게임을 다운로드받으면 '모두의 마블'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는 방식인데요. 전세계 1위 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COC)이 다른 게임의 마케팅을 해주면서 돈을 많이 벌고 있죠.

두 회사는 향후 합작법인을 만들거나 공동 투자를 해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같이 공략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경영진끼리 큰 틀에서 합의만 한 상태이고 실제로 어떤 협력이 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앵커 : PC 1위, 모바일 1위 두 회사가 협력하면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 같은데, 업무에서만 협력하는게 아니라 지분도 서로 맞교환했죠?

기자 : 엔씨소프트는 보유중인 자사주를 넷마블에 넘겼습니다. 지분 8.9%를 3900억원에 팔았는데, 그 돈으로 다시 넷마블의 주식을 샀습니다. 3자배정 유상증자로 신주 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금액과 지분율을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상법상 10% 이상 주식을 서로 교차 보유하면 의결권을 가질 수 없는데, 9.8%와 8.9%를 서로 맞교환 했으니까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도까지 지분을 갖게 된 셈입니다. 서로 상대방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맞게 되면 '백기사'로 나설 수 있게 된 거죠.

앵커 :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넘긴 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수순으로 보이는 데요.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까 우호세력에게 넘겼다고 볼 수 있겠죠?

기자 :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17일 전략적 제휴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넷마블과의 제휴와 경영권 분쟁은 무관하다고 부인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논의를 해왔고 드디어 발표를 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엔씨가 손해를 본 것 같다는 게 주변 반응인데요. 지난해 텐센트가 투자했을 때보다 엔씨가 넷마블의 주식을 산 가격이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넷마블이 실속을 차렸는데, 경영권 분쟁으로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엔씨가 손해를 감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넥슨의 달갑지 않다는 반응만 봐도 이번 지분 매각이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굳이 그렇게 비싸게 주식을 사야했느냐는 겁니다. 넥슨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전화녹취]넥슨 관계자
"이번 자사주 매각 결정이 진정 주주들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구요. 향후 추이를 좀 주의깊게 지켜보고…"

앵커 : 그러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 넷마블이 엔씨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서 최대주주 넥슨의 영향력은 더 줄어들게 됐습니다. 주주명부 기준일이 달라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넷마블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넥슨이 엔씨의 경영권을 가지려면 이 날 승부를 보거나, 이후에 5% 이상 지분을 더 끌어모아서 임시주총을 열어야 합니다.

그동안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3자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라고 요구해왔는데요. '경영 참여'를 통해 나와 협력하자는 제스처를 보인 거죠.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모바일에서 넥슨보다 한 수 위인 넷마블과 손을 잡았습니다. 모바일 대응도 하고 타사와 협력도 했으니까 됐지? 라고 반박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오히려 넥슨의 경영 참여 요구가 엔씨와 넷마블의 관계에 촉매제가 된 셈이죠.

이제 넥슨의 선택이 관건인데, 지분경쟁을 하거나 경영 참여를 포기하고 손을 털 가능성 모두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 그런데 한편으로 궁금한 부분은, 넷마블이 왜 이 싸움에 끼어들었냐는 건데요. 자금이 아쉬운 게 아니라면 굳이 신주를 발행하면서까지 엔씨소프트와 제휴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자 : 넷마블은 퍼블리셔, 즉 게임을 유통하는 업체입니다. 지마켓, 옥션, 11번가 이런 여러 유통업체들이 경쟁을 하는데 다른 업체에는 없는 인기 상품, 히트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쟁에 더 유리하겠죠. 넷마블이야말로 제휴의 실익을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 넷마블에겐 넥슨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일 겁니다. 둘 사이에 악연이 있었거든요.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외산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제외하고 국내 1위인 게임이 '서든어택'인데요.

점유율에서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는 '서든어택', 이걸 원래 넷마블이 서비스했었는데 넥슨에게 빼앗겼습니다. 참 뼈아픈 경험이었는데, 이번에 넥슨의 뒤통수를 칠 수 있게 됐으니 나름 복수할 기회를 잡은 거죠.

설마 이런 이유 때문일까 싶긴 하지만, 기자간담회를 설 연휴 전날 잡은 것도 왠지 의심스러워요. 넥슨 일본법인의 경우 도쿄에 상장돼있죠. 그런데 일본은 구정 설을 쇠지 않으니까 엔씨와 넷마블은 깜짝 발표를 하고 연휴를 즐기는 동안 대책 마련하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느라 바쁘게 만들려는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머니투데이방송 이규창 (mrtrendrepor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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