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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혁신'의 조건…안경 회사가 애플 누른 비결은?

이규창 기자

'혁신'(innovation), 수많은 기업들이 지겹도록 이야기하는 단어죠.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혁신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합니다. 마치 '혁신'이 우리 일상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만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Innovation)이 몇년간 가장 남발되고 오용되고 지루해진 단어"라고 지적했습니다.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새로운 것은 무조건 혁신적인지, 혁신적이라는 무언가를 똑같이 흉내내면 그 역시 혁신적인 건지, 알쏭달쏭합니다. 과연 '혁신'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혁신을 내세우는 많은 기업들은 'OO의 애플'이 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죠. 그러나, 안경을 판매하는 업체가 애플을 누르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혹시 아시는지요?

올해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입 기업(Most Innovative Companies 2015) 상위권에는 애플(2위), 알리바바(3위), 구글(4위) 등 익숙한 기업들이 포진해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건 워비파커(Warby Parker)라는 국내에선 이름도 생소한 안경 판매업체입니다.

혹시 '구글 글래스' 처럼 IT 신기술로 도배된 웨어러블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로 오해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평범한 안경을 인터넷에서 판매할 뿐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한 독자께서는 실망하시겠지만, 워비파커는 이 단순한 아이템으로 창업 5년만에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워비파커(Warby Parker) 홈페이지


지금부터 워비파커가 어떻게 평범한 것에서 '혁신'을 이끌어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워비파커의 홈페이지를 처음 방문한 고객은 일단 가격에 놀랍니다. 안경테와 렌즈를 합쳐 95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안경테 목록을 보니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오히려 선택의 고민이 줄었습니다.

내 사진을 올리면 안경을 썼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경은 인터넷에서 구입하기 꺼려지는 아이템이죠.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안경테 5개를 고르면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5일간 무료 체험해보고 돌려달라고 하는데, 반송할 때의 배송료도 워비파커가 부담합니다.

게다가 내가 안경 하나를 구매한 순간, 또 하나의 안경이 낙후된 지역의 누군가에게 기부가 됩니다. 기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구입하고, 게다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니 만족감은 더 높아집니다.


↑워비파커 고객은 5개 제품을 5일간 무료 체험할 수 있다

닐 블루멘털(Neil Blumenthal) 공동창업자는 "안경 가격이 최신 아이폰과 맞먹을 만큼 비쌀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에겐 그의 말이 크게 와닿습니다.

워비파커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워비파커는 시력이 좋지않은 7억명의 사람들이 안경없이 생활하고 있고, 이들에게 안경을 주는 것만으로 생산성은 35%, 개인 소득은 20%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워비파커는 비전스프링과 함께 저소득 근로자에게 안경을 주고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 일을 합니다. 지금까지 35개국에서 1만8000명이 수혜를 입었습니다.

'혁신'은 거창한 아이디어나 기술만을 의미하는건 아닙니다. 평범한 아이디어라도 소비자에게 가치와 만족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입니다.


↑워비파커의 안경 기부 활동을 소개하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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