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사라지는 문방구…대형마트 규제로 살릴 수 있을까?

최보윤

동네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생인 저 때만해도 '문방구'는 참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코 묻은 돈' 이라고 하죠. 어려서 받은 용돈은 거의 문방구에서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등ㆍ하교길 습관처럼 들러 새 연필과 지우개를 사들였고, 친구 생일때면 나름 목돈을 들여 선물세트를 샀던 추억도 있습니다.

또 문방구 문 앞에 놓인 오락기 탓에 하루종일 문방구에서 놀다 해질녘 부모님한테 잡혀가기 일쑤였습니다.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와는 서로 비밀을 공유하기도 했을만큼 꽤 돈독한 사이였고요.

그런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고 있다니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통계상으로도 문구소매점 수는 2006년 2만여 곳에서 2012년 1만 5,000여 곳으로 25% 줄었습니다. 2010년 이후 감소 폭이 커진 걸 감안하면 현재는 거의 2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았을 걸로 예상됩니다.

@문구소매업 점주들이 대기업과 상생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추억의 문방구가 사라지는 데는 대형마트 탓이 크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대형마트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판매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확 바뀌었습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생활용품부터 가전ㆍ가구까지, 없는 게 없으니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현실입니다. 학용품도 마찬가집니다. 동네 문방구보다 신제품이 빨리 들어오는 데다, 때 되면 '신학기 대전', '1+1' 같은 행사를 열어주니 편리할 수 밖에요.

대형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문구류 수만 2000~3000개에 달합니다.

영세 문방구 입장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 싸움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런 이유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문구 사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동네 상권과 상생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사업 규모를 좀 줄이고, 학용품 할인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겁니다.

대형마트들은 겉으론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속으론 '쓸데없는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문구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으로 미미해 자신들이 동네 문방구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대형마트 3사의 전체 매출을 합하면 30조원이 넘습니다. 어림잡아 보면 대형마트 3사의 문구 매출이 3,000억 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죠.

국내 문구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2010년 기준)입니다. 1/5을 대형마트가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를 단 이른바 'PB상품'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책과 연필 등 제조사들에 하청을 줘 브랜드만 바꿔 단 상품을 파는 겁니다. 값이 싸지니 판매량이 많아지고 일반 제품보다 판매 마진도 높아 대형마트들은 저마다 PB상품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대형마트의 문구 '판'은 커질대로 커진 상황입니다.

때문에 한참 늦은 동반위의 권고 조치가 동네 문방구를 얼마나 되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더욱이 대형마트들이 강제성 없는 권고안을 언제까지 지킬 것인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미 대형마트 쇼핑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게도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권고에 따라 할인 행사를 자제하겠다고 하니, 가격면에서도 소비자가 손해입니다.

동반위도 이런 문제 때문에 대형마트의 문구업 확장을 '금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약발'은 덜 할 수 밖에 없겠죠. 대형마트들과 감독당국에 부탁합니다. 현대화라는 중요한 과제와 소비자 권익을 지키면서, 남은 동네 문구점들과 대형마트가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해 주길..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응원하는 미덕도 잊지 말아야할테고요.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boyun7448@naver.com)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