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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건전성 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권순우 기자

[MTN현장+]건전성 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했을 때 금융개혁이 끼어 있다는 사실에 금융권 사람들은 의아해했습니다.

노동/교육/공공 부문의 문제점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금융은 어떤 문제가 있길래 네 손가락 안에 드는 개혁 분야에 꼽혔을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시중에 돈은 넘쳐나고 있다는데 창업 벤처기업은 여전히 기술금융에 목말라 있다”면서 “기술 금융을 가로막는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에 대한 박 대통령의 문제 의식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산업계로 들어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로 읽힙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던 금융정책은 금융 산업이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경제성장의 도구로서의 금융에 방점을 찍었다면 신 위원장은 경제성장의 한 주체로서의 금융에 중점을 뒀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내에서조차 금융 혁신에 대한 방향은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와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현재 금융권에 자금이 모여 있는 것은 투자할 곳이 없는, 수요의 문제이며 이를 보수적 금융 관행이라는 공급의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면 해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던 개발 시대에는 정부가 육성할 산업을 선정하고 은행을 통해 특혜적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의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선진화된 금융시장에서 팔 비틀어 돈을 풀어봐야 부실만 늘어날 뿐입니다.

이와 중에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새로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습니다.

임종룡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것이 금융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금융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내정자의 발언은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언급과 맞물려 ‘건전성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경제 성장을 위해 자금을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풀이 됩니다.

예금자의 돈을 가지고 영업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경제성장을 위해 무작정 돈을 풀도록 하는 정책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금융권은 ‘설마’하는 분위기와 함께 임 내정자가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건전성은 세계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건전성 규제의 큰 틀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임 내정자가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맥락을 농협은행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은행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농협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지켜온 깐깐한 여신심사, 자산건전성 분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을 전환되면서 시중은행이 지키고 있는 기준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금감원과 마찰을 빚었고 이를 실무자들은 규제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임 내정자의 경험이 일반화 될 수 없고 그런 건전성을 양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지요.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한다든지,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적게 쌓는다든지 하면 금융회사의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전성 규제는 금융회사의 생명선이고, 이를 너무나 잘 알기에 건전성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금융당국의 수장은 없었습니다.

임 내정자는 오랜 관료생활과 현장 경험을 통해 금융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금융인들은 예금자들의 알토란같은 돈을 까먹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성장을 위해 풀도록 팔을 비틀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일 것이라고 기대를 담아 말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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