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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애플 vs 삼성전자,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디자인

이규창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

최근 수년간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맛봤습니다. 두 기업의 처지를 뒤바꾼 핵심 요소는 바로 '디자인'(design)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을 개화시킨 아이폰(iPhone)은 '작은 화면'에 발목이 잡혀 한동안 주춤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큰 화면을 주문했지만 애플은 시리즈 '5'까지 기존 디자인을 고집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더 큰' 화면을 내놓은 삼성전자로 갈아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이익도 급증했습니다.

아이폰6에서 애플은 드디어 고집을 버렸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큰 화면, 게다가 선택 가능한 두 가지 버전을 내놓으면서 단숨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90%를 독차지했습니다.

때마침 삼성전자는 애플과 비슷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세계 1위' 타이틀을 얻은 자만이었을까요. '프리미엄 브랜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값 싸 보이는 플라스틱 재질을 고집하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스마트폰 업계에 '다섯 수'라도 있는 건지, 갤럭시S5도 아이폰5와 유사한 실패를 경험합니다. "소비자들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확신과 애플과 차별화된 경쟁 요소를 유지하려는 고집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월급을 동결하는 위기까지 몰리자, 결국은 고집을 버렸습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세'인 메탈 소재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교체형 배터리'라는 기능적 우위도 포기했습니다.

고집을 버리고 디자인을 바꾸니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홈버튼과 아이콘 모양 등 아직 '못생긴'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골격과 피부를 바꾸니 확 달라져 보입니다.

'갤럭시S6'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드디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예뻐지기 시작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그 다음이 궁금할 겁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더 예뻐질 수 있을지, 샤오미 등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의 추격을 따돌리고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지 말이죠. 저는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그 근거로 삼성전자는 연초에 영국 디자인 회사 탠저린의 공동 대표를 지낸 이돈태 전무를 글로벌디자인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이돈태 전무는 탠저린 시절, 삼성 래미안 아파트의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삼성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능력을 검증받았습니다. 특히 2000년 영국 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에 승객이 일자로 누울 수 있게 좌석을 디자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탠저린이 디자인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

게다가 '탠저린'은 애플, 삼성전자와 긴밀한 인연이 있는 회사입니다.

탠저린은 1990년대초 애플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이 회사에 다니던 20대의 젊은 디자이너가 애플로 이직해 디자인 총괄을 맡게 됐죠.

그가 바로 아이맥, 아이팟 등 디자인으로 애플의 혁신을 주도한 조너선 아이브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사후에 팀 쿡 CEO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애플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립니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았다면, 조너선 아이브는 '영혼'을 물려받았다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탠저린' 출신이 활약하는 애플과 삼성전자, 그들이 내놓는 스마트폰 아이폰과 갤럭시가 서로 닮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갤럭시S'가 더 예뻐질 거라 생각하는 또 다른 근거는 젊은 경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존재입니다.

중장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배터리 탈착식' 디자인을 과감히 포기하고 "아이폰과 닮았다"는 평가를 감수하고 메탈 소재를 채택하는 결정에 그의 입김이 작용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학 시절부터 애플 제품을 애용하면서 장단점을 잘 꿰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는 애플의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그가 진두지휘한 첫 작품 '갤럭시S6'는 처음 모습을 공개하자 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통'처럼 고수됐던 갤럭시의 여러 디자인 요소를 과감히 버리고 다시 소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의 선택,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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