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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차고 넘치는' 금융 CEO 등극 사연..."아무도 몰라"

금융그룹 회장·은행장 인선 우여곡절...가십에 그쳐선 안돼
이대호 기자

"진짜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더라"

최근 일어난 은행권 CEO 인사를 두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명 한명의 스토리를 짧막하게 살펴볼까요?

▲ '모피아 낙하산'에서 '21세기 제갈공명'으로...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최근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참 특이하게도 '적(敵)'이 없는 사람입니다.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이 있을 법한데, 그 많은 출입기자들이 아직 임 회장 흉보는 사람을 못봤습니다.

기획재정부 관료 시절 그에게 승진에서 밀려 좌천된 선배조차 임 전 회장을 칭찬할 정도니 말 다했죠.

지난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맡을 때도 그랬습니다.

"모피아 낙하산은 안된다."고 반발하던 노동조합은 오히려 취임식날 그를 환영했습니다.

임 회장이 취임 전 노조 집행부를 찾아가 본인의 선임 배경과 역할, 경영 비전 등을 제시하며 진심으로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등에 성공하고 자산운용 강화, 대표 투자상품 런칭 등 경영실력을 발휘하자 농협 노조는 오히려 "임 회장 임기가 2년으로 너무 짧다."고 우려할 정도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회장같은 낙하산이면 얼마든지 환영"이라는 말이 회자됐습니다.

이후 임 회장은 1년 반만에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했고, '모피아 낙하산'에서 '민간에서 인정받은 유일한 관료'로 기록됐습니다.

▲ '짐 두번 싼' 윤종규 KB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에서만 두번 퇴사, 세번 입사한 스토리로 유명합니다.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지난 2002년 3월,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 끝에 재무전략본부장(CFO)으로 영입됐습니다.

하지만 2004년 금융감독원이 김정태 행장을 밀어내기 위해 휘두른 칼날(2003년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할 때 조세를 포탈하기 위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윤 회장도 동반 중징계를 받고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던 그는 다시 2010년 어윤대 회장에 의해 KB금융지주 CFO로 돌아왔고, 어 회장 임기가 끝난 2013년 다시 KB를 떠났습니다.

당시 그는 국민은행장에 내심 욕심을 내봤지만, 어 회장과 상극이던 임영록 사장이 회장에 오르자 바로 뜻을 접고 짐을 쌌다고 합니다.

그러나 2014년 '출신 배경이 다른'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내분을 벌이다 동반퇴진하는 KB사태가 벌어졌고, 차기 KB 회장은 '내부출신'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윤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대법원에서 2003년 당시 회계처리가 부정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면서 윤 회장은 명예회복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윤 회장은 어려운 가정 환경과 고졸 출신이라는 스토리만으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그가 만 10년 동안 KB에서 겪은 일은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 'KB 입구에서 유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전에서 사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하영구 회장이었습니다.

당시 그가 '14년 최장수 은행장' 타이틀과 '3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내던지고 한국씨티은행을 나온 데는 'KB금융 회장 자리'가 금융당국과 약속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이러한 '신호'를 무시했고, 처음으로 내부출신 회장을 탄생시켰습니다.

안 그래도 KB사태 때문에 입지가 좁아졌던 KB 사외이사들은 이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더 높은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게 정설입니다.

KB에서 낙방한 하영구 회장은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급격히 전국은행연합회장 자리로 돌렸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대한민국 은행장들은 금융노조와 기자들을 피해 겨울비를 맞으며 시내 모처로 내달렸고, 비밀 회의 끝에 하영구 회장을 선임했습니다.

▲ '가장 유력한 은행연합회장'에서 언론사 사장으로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행장 재직 시절에도 '다음에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됐습니다.

중소기업은행장으로서 중소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커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과 은행연합회장을 맡으면 업계를 잘 대변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조 전 행장 본인도 평소 은행연합회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구상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KB 회장으로 가지 못한 하영구 회장이 갑자기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며 조준희 전 행장은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러던 조 전 행장이 YTN 사장에 내정돼 언론계와 은행권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은행장 출신 언론사 사장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언론에 매우 우호적이었고, 기업은행 '송해 광고 카피'를 직접 쓰기도 했던 조 전 행장이 언론사 사장으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금융권과 언론계 관심이 높습니다.

▲ '연임 가능성 99%'였던 서진원 신한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가 행장으로 재직한 4년간 신한은행은 신한사태를 뒤로 하고 '실적이 가장 좋은 은행', '금융사고가 가장 적은 은행'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한동우 회장을 이을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감 1순위로 꼽혀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에 내정되는 행운(?)을 안았습니다. 신한은행이 지금처럼만 굴러간다면 그는 2년 뒤 회장직에도 도전할 수 있는 '직행 티켓'을 받은 셈입니다.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조 사장은 표정관리부터 해야 했습니다.

라응찬 전 회장 라인 색깔이 약해 '비주류'로 분류되기도 했던 조용병 사장은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이 그러했듯, '중립성'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 하나-외환 초대 통합은행장은 누구?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하나-외환은행 초대 통합은행장 1순위로 꼽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외환캐피탈 사장이던 김한조 행장이 외환은행장에 오른 데는 내부출신인 그가 후배들을 조기통합으로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격렬한 반발은 계속됐고, 급기야 노조가 제기한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며 조기통합 추진은 잠정중단 됐습니다.

김 행장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종준 행장 퇴임 이후 하나은행장직을 비워두고 통합은행장 임명만 준비하던 하나금융지주는 예상치 못한 '플랜B'를 가동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은행장에 선임된 사람이 김병호 행장입니다.


김병호 행장은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앨리트 코스'로 키운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김병호 행장도 통합은행장 유력 후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기통합 재추진 과정에서 김한조 행장이 다시 존재감을 높일 가능성도 큽니다.

하나-외환 통합은행장 자리가 불꽃 튀게 됐습니다. 물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을 한다는 가정 하에섭니다.

▲ 대한민국에서 은행장이란?

위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가십, 누군가에게는 무용담으로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짧막한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그룹 회장, 은행장 인사는 CEO 한명 인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자산 수백조원, 임직원 수만명이 그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잘되면 법인세만 해도 수천억원을 냅니다. 반대로 은행에 부실이 생기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합니다.

때문에 은행권 CEO 인선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많고 관심도 뜨겁습니다. 연봉도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20억원을 넘기도 하니 그 자리를 욕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때로는 당국의 개입, 과열 경쟁이 벌어져 인사가 혼탁해질 때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위와 같은 CEO 스토리를 통해 무언가 배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관치금융으로 민간 금융사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경영진 내분으로 스스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버리는 일은 절대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외부출신임에도 내부에서 어떻게 인정받게 됐는지, 어떻게 잡음 없이 CEO 자리를 승계하는지는 서로가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금융이 사람을 지배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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