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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소주 1만원 시대 앞당기려나?…제멋대로 술값, 들쑤시는 정치권

최보윤

(사진=머니투데이DB/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얼마 전 강남에 위치한 한 일본식 선술집에서 신년모임을 가졌습니다. 인원수가 제법 있다보니 주종으로 사케보다 저렴할 것이란 생각에 소주와 맥주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계산서를 받고서는 큰 오산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계산서에 소주 참이슬이 한 병 당 8,000원, 맥주 카스는 6,000원, 맥주 클라우는 8,000원이나 찍힌 겁니다. 차라리 사케 두어병 마시는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

알아보니 현재 강남 일대에선 소주값이 4,000원에서 8,000원 사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선 1만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대학가 유흥주점들은 3,500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 프랜차이즈 술집들이 100원 소주(일명 '땡소주') 등을 미끼로 손님몰이에 나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이마트 기준) 참이슬(360㎖)과 처음처럼(360㎖)이 한 병 당 각각 1,070원, 카스(500㎖)와 하이트가(500㎖) 각각 1,240원, 클라우드(500㎖)가 1,45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보다 주점의 술값이 4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비싼 셈입니다. 유통 경로가 다르다는 점, 주점은 비싼 임대료와 유지비 등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도 조금 야속한 가격입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 오비맥주 등 제조사가 공장에서 내보내는 출고가격과도 한 번 비교해 볼까요?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한 병을 961.7원에 출고합니다. 롯데는 처음처럼을 이보다 16원 정도 싼 946원에 출고하고요. 맥주 클라우드는 500㎖ 병을 기준으로 1,250원입니다. 오비맥주는 대표 맥주 카스(500㎖ 병 기준)를 1,081.99원에 출고하고 있습니다.

출고가격에는 제조원가에 세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주와 맥주 모두 출고가격의 53.1%는 세금(주세+교육세+부가세)이 차지합니다. 예를들어 961.7원에 출고된 참이슬에는 510.6원의 세금이 붙은 것으로 제조원가 451.1원보다 세금이 더 높습니다.

원가 500원이 채 안되는 소주를 1만원까지 주고 사먹어야하는 구조라니, 일부 판매자들이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 나올만도 한데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정치권 등에서 주세를 더 올리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담배값처럼 세금을 더 올려 국민건강도 증진하고 세수도 확보하자는 논리인데요. 그렇게 된다면 과연 어떤 후폭풍이 뒤따를지 진지하게 고민했는 지 의문입니다.

술값이 판매자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업종에 따라 제멋대로인 것은 담배와 달리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담배는 가격 신고제에 따라 제조사가 판매가격을 정해 정부에 신고하면 판매자는 누구든지 정해진 가격으로만 담배를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술값은 담배와 달리 판매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판매자들에게 세금인상은 판매가를 제대로 올릴 수 있는 명분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술값 구조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은만큼 주세를 100원만 올려도 판매자들이 이를 기회삼아 1,000원을 올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지역 상권끼리 술값을 담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홍대 골목 주점 상인들이 소주는 4,000원, 맥주는 5,000원으로 통일하자 합의를 하는 겁니다. 실제 동네 술집들은 술값이 다 엇비슷합니다. 이미 소매점주들 사이에선 정치권의 주세 인상 논의가 알려지자 '가격 인상 시기가 찾아왔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섣부른 논의가 조만간 무분별한 술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혹은 벌써 일부 오름세를 탄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만 원 소주가 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기도 하고, 또 사회적 부작용들은 얼마나 많이 생길까 우려가 앞섭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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