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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서로 '안 하겠다'는 농협금융 회장

이대호 기자

총자산 393조원 . 업계 선두권을 달리는 은행,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을 거느린 국내 3대 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론되는 후보들도 쟁쟁합니다.

장관급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대기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허경욱 전 OECD 대사, 관료 출신으로 은행장만 두 번 지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등 이름만 들어도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분위기는 싸합니다.

다른 ‘좋은 자리’처럼 서로가 선임되려고 로비전을 펼친다거나 경쟁이 달아올랐다는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로 ‘고사했다’는 얘기만 들려옵니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내가 아는 한 지금 거론되는 관료 출신들은 모두 ‘안 하겠다’고 했다.”며 농협금융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거론된 후보 중 일부는 애초 써치펌(헤드헌팅 회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부터 “내 이름 빼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는 “제의가 와도 고사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 100% 자회사로, 회장직도 여타 금융그룹 회장과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직함은 회장이지만, 그 서열은 농협중앙회 회장, 부회장, 농업경제 대표, 축산경제 대표 보다 낮은 서열 5~6위로 취급됩니다. “농협중앙회 이사진까지 합하면 서열 20위 밖”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옵니다.

관료 출신으로 자기주장이 강한 신동규 전 회장은 농협만의 이런 독특한 지배구조 하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갈등을 빚어오다 자진사퇴 하기도 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봉도 매우 낮습니다. 2억 5천만원 정도로 시중은행 부행장보다 적습니다. 경쟁 금융그룹 회장에 비하면 1/10 수준입니다.(타 금융그룹 회장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때문에 장차관급 관료가 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두고 ‘재능기부하러 간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입니다.

전임자의 후광이 너무 밝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임 전 회장은 농협금융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골리앗(KB)을 이긴 다윗으로 만들었고, 그룹 자산운용 체계를 강화하고 대표 투자상품(올셋)을 런칭하는 등 금융그룹의 기틀을 닦아 놨습니다.

임종룡 전 회장이 ‘너무 잘해서’ 후임 회장은 “잘해야 본전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한 두 가지 시나리오는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관료출신’이 되거나 ‘내부출신’이 되거나.

한 고위급 인사는 “임종룡 전 회장도 원래 농협금융 회장에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위에서 가라고 해서 간 것”이라며, “이번에 거론되는 관료 출신들도 본인이 고사한다고 해도 결국 위에서 가라고 하면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출신 회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직후 ‘진짜 초대 회장이 선임되지 않아서’ 약 4개월간 신충식 당시 농협은행장이 회장을 겸직한 것을 제외하면, 내부출신이 제대로 회장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임종룡 전 회장과 코드를 잘 맞춰왔다는 면에서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직전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며 지주사 기틀을 마련한 김 행장은 임 전 회장이 구상한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직원들로부터 신망도 두텁습니다. 내외부를 통틀어 노조와 마찰 없이 동행할 가장 무난한 카드로 꼽힙니다.

농협 내부 전직 고위직의 이름도 나오지만 대부분 STX 부실여신 등 경영상 책임을 지고 나간 사람들이 많아 ‘회장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습니다.

농협금융은 지난 17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써치펌을 통해 추린 후보들을 선별해 곧 면접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쪽 생리에 밝은 사람들은 회추위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임종룡 전 회장도 지난번 회추위 초반에는 명단에 없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한 전직 관료는 농협금융이 늦게나마 회추위를 구성하자 “이 정도면 위에서 신호가 왔다는 뜻”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그 신호를 받은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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