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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경남기업과 신한은행...'주채권은행'의 자격은?

이대호 기자

① 주채권은행은 약정의 이행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하여야 한다. (중략) ③ 주채권은행은 제1항에 따른 점검결과를 기초로 해당 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의 지속 여부 및 해당 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평가·점검하여 협의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후략)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제9조 내용입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두고 채권단 사이에서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향한 불만이 가득합니다.

요약하자면 '주채권은행이면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겁니다.

경남기업의 자본전액잠식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할 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수천억원 채권을 가진 금융기관들도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이 경남기업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자행 출신 인사를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포함시켜 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경남기업이 불과 1년 전에 받아간 5,300억원을 다 까먹고 또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지원을 요청해오니 그 당황스러움이 짐작 갑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신한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먼저 경남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거나 지원 필요성 유무를 판단하지 못하고 다른 금융기관 눈치만 살피다 채권단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경남기업과 신한은행은 당장 이달 말까지 지원이 안 되면 상장폐지, 법정관리행이라며 벼랑 끝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는 채권단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입니다.

자금 지원이 필요하면 정확한 회계실사를 거쳐 필요자금 규모를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이 지원 여부와 규모를 확정하는 것이 절차입니다.

한 채권기관 관계자는 "(관리기업의)상황이 이 정도라면 작년 하반기에는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이 점검해서 채권단이 대비하도록 해야 했는데, 채권기관들은 홍두깨 맞은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경남기업과 신한은행이 이런 식으로 채권단 지원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10월 경남기업이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도 긴급자금 1,000억원 지원은 단 하루만에 결정됐습니다.

특히 당시 채권단 첫 회의는 신한은행이 아닌 금융감독원에서 열렸습니다. 은행 담당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금감원으로 불려갔다고 합니다. 1,000억원 긴급 지원이 그 자리에서 결정되다시피 했다는 전언입니다. 외압이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짙습니다.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이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특히 금융을 관장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당시 경남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 출자전환, 신규자금 3,800억원 추가 지원, 전환사채 1,000억원어치 인수, 500억원 규모 지급보증.'이라는 대규모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일로 금융감독원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진행 과정이 포함된 금감원 감사 결과는 4월쯤 나올 전망이라고 합니다.

물론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권력 앞에서 힘없는 은행'일뿐이라는 변명도 가능합니다. 다른 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았어도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은행이 주관하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보여 온 행동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과거 팬택, 대한조선, 교학사 등 기업 구조조정 때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가장 먼저 발을 뺀 은행이 바로 신한은행이기 때문입니다.

국책은행이거나 정부가 최대주주인 은행들이 당국에서 어떤 압박을 받건, 신한은행은 나홀로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해 당국의 손을 덜 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은행에게는 무엇보다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신한은행의 행동이 곧 '리스크 관리를 가장 잘 하는 은행'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금융기관 사이에서 신한은행은 얄미움을 자주 삽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우수한 실적과 건전성을 두고 "비올 때 우산을 가장 먼저 빼앗기 때문"이라는 뼈있는 농담이 오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3년 경남기업 지원 때는 권력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으니, 업계에서 신한은행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짐작할 만합니다.

과거에는 그토록 반대하던 채권기관들을 움직여 경남기업 지원을 이끌어낸 신한은행이 이번에는 경남기업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데 다른 채권기관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따갑습니다.

먼저 지원 방안을 만들거나 법정관리 신청을 주장하지도 않고, 경남기업 측의 요구안을 그대로 부의하며 '채권단 표결을 따르겠다.'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은 자타공인 리딩뱅크입니다. 실적도, 지배구조도, 기업문화도 확실히 은행업계 선두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기업 구조조정에서는 은행업계의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을 향한 지적을 리딩뱅크에 대한 질시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까지 신한은행은 되새겨야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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