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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농협→우체국→증권→은행' 거친 대포통장, 다음 종착지는?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금융권 다 거친 대포통장 다음 종착지는 인터넷전문은행?

풍선효과.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문제가 되는 부분을 규제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대포통장 근절 과정은 풍선효과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


- 대포통장 농협, 우체국, 증권거쳐 은행으로

금융사기범들은 금융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맞춰 농협-> 우체국-> 증권-> 은행에서 대포통장을 만들어 이용했습니다. 아니, 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먼저 만들고, 금융당국이 뒤늦게 단속을 강화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포통장 근절 방안이 시행된 이후 2013년 상반기까지 대포통장의 근원지는 농협이었습니다. 전체 전자금융사기 이용계좌 3만 6417건중에 농협과 농협은행은 무려 2만 4740건, 68%에 달했습니다.

시중은행과 농협이 통장 개설 절차를 강화하자, 대포통장은 하반기 금새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으로 넘어갔습니다.

0.98%에 불과했던 새마을금고의 대포통장 발급 비중은 2013년 하반기 18%까지 늘었고 우체국도 1.2%에서 17.2%까지 급등했습니다.

우체국과 새마을금고이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장 발급 절차를 강화하자 이번에는 대포통장 근절 대책 이행 대상에서 제외됐던 증권사로 이동했습니다.

이전까지 0.1%에 불과했던 증권사의 대포통장 발생 비중은 2014년 상반기 14%까지 급상승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은행에만 시행하던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증권사에 확대 적용했습니다.

이제는 모든 통장을 막았으니 멈추겠지.

방심은 오산입니다. 방심했던 시중은행에 대포통장의 검은 기운이 자리 잡았습니다.

은행권의 모범생으로 꼽히는 신한은행은 3.5%에서 2014년 하반기 10.5%로 모든 권역을 통틀어 가장 대포통장이 많은 은행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도 3~4배 가까이 대포통장 발생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정리하자면 2013년 상반기에는 농협, 하반기에는 우체국, 2014년 상반기에는 증권사, 하반기에는 은행 순으로 대포통장은 발생했습니다.

두더쥐 잡기처럼 이곳 저곳을 두드리는 사이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3만 3496건에서 4만 4705건으로 30%나 늘었습니다.

모든 금융회사가 통장 개설 절차를 강화했으니 정말 대포통장이 없어지기는 하는 걸까요?

- 신규 개설 통장에서 기존 개설된 통장으로

범인들은 이제 통장을 개설해 대포통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통장을 개설한 사람들에게 통장을 사서 대포통장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만 해도 계좌를 개설한지 5일 이내에 대포통장으로 이용된 경우가 5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통장 개설이 힘들어 지자 최근 신규 개설을 통한 대포통장 비율이 5%로 줄었습니다.

아무리 통장 개설 절차를 강화해도 이미 만들어진 통장을 사서 대포통장으로 이용한다면,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계좌의 자동화기기 자금 인출 한도를 70만원으로 축소했습니다. 통장을 파는 사람을 분석해보니 본인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통장을 판다는 특징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왜 70만원일까요?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에서 거래되는 대포통장 가격이 약 100만원~120만원 정도 된다”며 “통장을 사서 70만원 밖에 인출하지 못한다면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4대 시중은행에만 적용중인 미사용계좌 자금 인출 한도 제한을 다음달 중에 전 은행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온라인 거래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대포통장 근절 방안은 사기범들과 금융권의 꼬리 잡기 싸움입니다. 금융회사가 조금만 방심하는 기색이 보이면 몰려가 금융사기의 숙주로 이용합니다.

금융당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한국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국외로 쫓아내는 것입니다. 사기범들이 외국에 있어서 잡는데 한계가 있으니 금융 거래를 못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대포통장 근절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 시중은행 대포통장 담당자는 말합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계좌를 개설할 때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거기로 몰려가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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