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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외환은행과 론스타, 두가지 사건과 한가지 진실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외환은행과 론스타, 두가지 사건과 한가지 진실

<편집자주: 잊을만 하면 한번씩 다시 불거지는 외환은행과 론스타 관련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론스타 관련 내용은 10년 넘게 진행된 사건이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진실과 거짓이 혼재돼 복잡하게만 느껴집니다. 법원 판결문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진=론스타 홈페이지 / 머니투데이DB)


첫 번째 사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2003. 11. 24~28)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는 카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고, 외환카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환은행의 지원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외환카드에 얼마를 더 지원해야 정상화를 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유일한 해법은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외환카드를 합병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주가가 급등할 것이 불 보듯 뻔했고, 주가가 오르면 외환카드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외환은행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3년 11월 19일 론스타측 외환은행 이사들은 조선호텔 1층 커피숍에서 만나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작전, ‘감자설 유포 작전’을 계획했습니다.

감자에 필요한 최소 2~3개월이 걸리고, 외환카드는 그 정도 시간을 버틸 여력이 없었지만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감자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인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론스타 측 이사들은 실제로 “외환카드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합병 전에 외환은행에 대한 감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21일 이달용 외환은행장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카드와 외환은행 합병 전에 외환카드 감자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계획대로 외환카드의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5030원에서 2550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외환카드 주가가 떨어질 수록 유리한 론스타는 급락하는 주가를 보며 쾌재를 부릅니다. 론스타측은 주가가 하락하자 “점점 재미있어 진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감자를 하지 않을 거라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고 외환은행 주가는 27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외환은행은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28일 곧장 합병을 결의했습니다.

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하락시킴으로써 외환은행은 싼 값에 외환카드를 인수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의 피해액은 124억원입니다. 대주주인 론스타 역시 지분 희석이 덜 일어나 10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LSF-KEB 홀딩스 SCA(론스타)에 대해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고, 이를 주도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징역 3년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감자설 유포를 통해 이득을 얻은 당사자 중 하나인 외환은행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증권거래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행위자인 유회원 전 대표는 처벌을 받게 됐지만 법인인 외환은행은 처벌에서 피할 수 있었습니다.

외환은행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외환카드 조작 사건에 대한 도덕적 면죄부를 받았다고 보긴 힘들어 보입니다.

두 번째 사건. 올림푸스캐피탈 부도 협박 사건(2003. 8. 27 ~ 11. 19)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와 합병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24.7%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 올림푸스캐피탈이었습니다.

부실해진 외환카드를 합병하려면 감자를 하거나 합병을 해야 하는데 2대주주인 올림푸스캐피탈은 감자에 반대했습니다.

만약 감자 없이 합병을 하면 올림푸스캐피탈이 가진 부실한 외환카드 주식을 우량한 외환은행 주식으로 바꿔주는 꼴이 됩니다.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외환카드의 부실을 털기 위해 올림푸스캐피탈에게 감자를 받아들이거나 지분을 팔 것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외환카드는 부도위기에 몰려 있었지만 올림푸스캐피탈은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외환카드 부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감독당국이었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카드가 부도가 난다면 외환은행은 앞으로 카드업 허가를 받지 못하고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습니다.

또 론스타와 올림푸스캐피탈에 대해서도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제대로 영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절대 부도를 내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는 올림푸스캐피탈은 대주주만 감자를 하든, 감자 없이 합병을 하든,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습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의 프리라이딩에 맞서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벼랑끝 전술을 폅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상황, 외환카드 부도를 현실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외환카드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이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는 “19일 당장 자금 지원을 의결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론스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추천 이사들도 외환카드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자금 지원을 의결하지 않았다”며 “가까스로 하루를 넘기긴 했지만 정말 부도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외환은행이 정말 외환카드가 부도가 낼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올림푸스캐피탈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중재 하에 2003년 11월 19일 외환카드 지분을 팔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렇게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의 시작과 올림푸스 캐피탈 부도압박 사건의 마지막을 알리는 11월 20일 이사회가 열립니다.

이날 이사회 안건은 올림푸스캐피탈 지분 매입, 외환카드에 3500억 유동성 지원, 외환카드와의 합병이었고 감자설 유포도 이 자리에서 논의됐습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이 지분을 매각한 이후 외환카드는 부도가 나지 않았고, 감자도 하지 않았으며 외환은행과 합병해 정상화가 됐습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은 6년 후인 2009년 2월 26일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부도설로 협박해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했다’며 매매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는 소송을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했습니다.

청구금액은 3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는 472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습니다.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3억달러는 올림푸스캐피탈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얻게 됐을 이익 규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1년 12월 13일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는 올림푸스캐피탈에 손을 들어주며 65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20억원을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이 이긴 소송이지만 처음 제기했던 3억 달러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올림푸스캐피탈이 처음 외환카드 지분에 투자했던 원금대비 손실 규모 정도 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결로 계좌를 동결당한 론스타는 급한대로 6550만 달러는 올림푸스캐피탈에게 지급하고 2012년 외환은행을 상대로 전액 구상권을 청구하는 소송을 다시 싱가폴 국제 중재 재판소에 제기했습니다.

2015년 1월 싱가포르 국제중재 재판소는 올림푸스캐피탈에게 지급한 6550만 달러를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5:5로 배분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3750만 달러와 지연이자를 합해 430억원(지연이자, 소송비용 포함)을 지급했습니다. 외환은행과 론스타 모두 중재 판정을 받아들임에 따라 올림푸스캐피탈 부도 협박 사건도 마무리가 됩니다.

한 가지 진실. 국내 분쟁을 보며 웃는 론스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430억원(지연이자+소송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대한민국은 논란에 휩쌓였습니다.

첫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외환은행이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에게 왜 배상을 하는가,

둘째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430억원을 지급한 것이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맺은 외환은행 매매 계약서에 있는 ‘이면계약’ 때문 아닌가.

셋째. 배상금을 이사회 의결 없이 지급한 이유는 뭔가.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카드의 부도 가능성을 유포한 것과 관련해 무죄가 확정되었으므로 올림푸스 캐피탈을 압박해 주식을 매입한 것은 외환은행의 경영 행위가 아니라 론스타 측에 의하 자행된 불법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론스타-외환은행 중재결정문과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사이의 2차 주식매매계약에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분담에 관한 계약 정보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지적에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고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외환은행이 무죄를 받은 사건은 첫 번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이번에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한 이유는 두 번째 ‘올림푸스캐피탈 부도 협박 사건’ 때문입니다.

외환은행이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배상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두 개의 사건을 혼동하면서 제기된 겁니다. 무죄를 받은 사건 때문에 배상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면 계약설 역시 불필요한 음모론입니다. 국제 중재 재판부의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것이지 매매계약에 따른 지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올림푸스캐피탈 손해배상금 지급건에 대한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중재재판 결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의 압박에 못이겨 외환은행이 중재 판정 자료나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면, 웃게 되는 건 비밀유지 약정 위반 배상금을 청구할 론스타입니다.

외환은행이 배상한 근거가 적정한지에 대한 세 번째 질문은 진웅섭 금감원장의 말에서 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진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참석해 “은행 내규에 의거해 은행장이 지급을 결정했고 이사회에서도 중재판정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들여다본 결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의사결정이었다는 겁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고액 국제 분쟁의 경우 지연이자 규모가 엄청 크기 때문에 배상금은 일단 신속하게 지급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할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외환은행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면 웃게 되는 주체는 5%에 달하는 고금리 지연이자를 받게 될 론스타입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 밑바닥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을 둔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합의서를 지키라는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고 합병을 추진하는 하나금융 경영진과 그에 맞서 경영진을 론스타의 하수인으로 몰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조.

양측 모두 이런 식의 갈등이 론스타에게만 이로운 일임을 알면서도 당장 서로를 ‘나쁜놈’으로 만들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내부 전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15일부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을 위한 노사협의를 재개했습니다. 재판부가 "누가 대화를 안하는지 봐야 한다. 대화를 누가 열심히 하는지 참작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놓고 서로를 비난하진 않는 냉전의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양측이 전투 모드로 돌아선다면 휘발성이 강한 '론스타'라는 단어는 또다시 하나의 카드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다음달부터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투자자-국가간 소송 중재 재판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소송 규모는 무려 4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만약 하나금융그룹 내부의 불화로 인해 대한민국이 막대한 돈을 배상하는 일이 발생하면 하나금융 경영진이든 외환은행 노조든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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