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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가짜 백수오 논란과 가격제한폭

유일한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유일한 기자] 코스닥시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내츄럴엔도텍.
최고 9만1,200원(4월16일, 시가총액 1조7,630억원) 하던 주가가 27일 종가 4만5,400원이다.

국민적 이슈가 된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발표가 있던 22일 하루만 봐도 주가흐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장중 8만6,000원에서 7만3,700원까지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주주들의 손실이 9천억원에 육박한다. 통제불가능한 대형 악재가 터지며 거래도 없는 하한가가 나흘째 이어졌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사측은 27일 이사회에서 1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소비자원, 회사, 식약처간 3자 공방에 따라 그리고 백수오의 진위 결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널뛰기 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폭락하자 가격제한폭 확대를 탓하는 여론이 형성될 조짐이다. 6월 중순부터 30%로 확대되는데, 백수오 파동에서 보듯 '코스닥시장의 체질이 허약한데 버틸 수 있겠느냐'는 조언이 뒤따른다.
나아가 주가가 워낙 등락이 심하니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격제한폭 확대를 연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시장전문가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맞지, 15%에서 30%로 바로가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래야할까. 기자는 가격제한폭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30%를 서둘러 50%로 넓히고 이후 궁극적인 폐지로 가야한다고 감히 얘기한다.

백수오 논란 이전으로 잠깐 돌아가 보자.

백수오를 원료로 갱년기 호르몬 건강식품을 만들어 홈쇼핑에 팔아 대박을 낸 회사가 있었다.
매출 증가세를 보자. 2012년 216억원, 2013년 841억원, 2014년 1,240억원.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 193억원, 207억원 순으로 성장했다. 상장을 2013년10월31일에 했다. 상장에 성공한 해의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매출 비중을 보면 백수오 여성호르몬제의 비중이 76%,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이 8.3%다. 백수오 매출이 85%에 이른다. 자세한 내용은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회사의 순자산을 보자. 2012년 90억원, 2013년 508억원, 2014년 716억원으로 비약 성장했다. 2~3년전만해도 그야말로 흔한 중소기업이었는데 백수오 홈쇼핑 판매로 그야말로 대박을 낸 회사다.
사람으로 치면 팔자를 고쳐도 제대로 고친 케이스다.

회사 연혁을 보면 여기까지의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5,3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다양한 바이오 관련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 천연추출물을 통한 치료에 특히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백수오를 통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게 2010년께로 파악된다. 그해 미국인 대상 임상시험이 있었고 FDA의 NDI 승인(EstroG-100,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이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어느날 백수오 부자가 돼 있더라'는 식의 회사는 아닌 것이다.
부단한 노력 끝에 갱년기 여성들의 입맛에 딱 맞는 아이템을 만들었고 홈쇼핑 채널 덕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몫이 됐다. 노령화와 함께 건강식품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직원수는 49명, 작년말에는 79명이었다. 1인당 매출액이 17억원(2013년), 16억원(2014년)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2012년 임직원수가 26명이었다. 참고로 경영진과 연구진을 보면 서강대와 서울대 인맥이 주축이다.

이런 회사가 상장을 했다. 여기서 잠깐 애널리스트 목표가를 보자. 3월초 유진투자증권이 6만7,000원의 목표가를 냈다.
이후 3월13일 삼성증권이 10만원의 목표를 냈다. 교보증권이 3월30일 10만원의 목표가로 따라붙었다. 키움증권은 2, 3월 목표가 없는 리포트를 내더니 4월6일 9만9천원을 냈다. 이후 다른 증권사는 백수오 논란에 별다른 코멘트가 없다. 삼성증권만 소보원 발표 당일 투자의견을 내리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목표가는 변함없이 10만원이다. 10만원이면 시총이 1조9,300억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제품을 잘 만들어 이익을 잘 내는 것과 회사의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것, 이른바 밸류에이션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 매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와 이 회사의 주식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여기서부터 계산이 복잡해진다. 주가는 시시각각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것이다. 오죽하면 '오직 신만이 주가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까.

물론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면 주가는 대체로 우상향하게 된다. 문제가 되는 건 주가의 경우 투자자들의 감정과 판단에 따라 빈번하게 위로 또는 아래로 쏠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시장은 그 쏠림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그많은 정치투기주가 여전히 극성을 떠는 것을 두고 혈연과 지연, 학연을 강조하는 동아시아적 문화가 시장에 배어들었다고 평가한다.

회사의 CEO가 특정 정치인과 동향이라는 것과 기업의 가치는 완전 별개라고 그렇게 말해도 투자자들이 이런 정치투기주에 쉽게 흥분하는 것을 두고 심지어는 동아시아적 유전자(DNA)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원래 우리시장에는 정치투기주가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 현실이 이렇다.

그런데 학연 지연은 비단 우리사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재임 시절 뿐 아니라 정계에 입문한 내내 지연과 학연으로 스트레스 받은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불운하게도 닉슨의 정적 중 존 F. 케네디가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시장에만 견고한 이런 불합리, 극단적인 쏠림의 기저에는 가격제한폭이라는 '투자자보호장치'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루 등락폭을 두어 주가의 움직임을 통제해 이로써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보호장치가 투자자들을 제대로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가격제한폭 덕에 모럴헤저드가 기승을 부리고, 결국 밸류에이션마저도 상식과 객관성을 잃고 주관과 쏠림에 좌우되고 마는 악순환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내츄럴엔도텍 역시 백수오 제품이 인기를 얻어 이익을 내는 것과 밸류에이션은 차별화됐어야한다. 단일 품목이 갖는 사업리스크, 진입장벽, 회사의 자산가치, 국내시장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어야한다.
목표가 10만원 기준 시가총액을 지난해 순이익으로 나누면 96.6배라는 PER(주가수익비율)이 나온다. 97년에 걸쳐 작년처럼 벌어들일 이익에 맞먹는 돈을 내고 그 기업의 주식을 사는 셈이다. 올해와 내년, 그 이후 이익이 아무리 증가한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이다. 50년 넘게 생존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데 말이다.

비단 이뿐 아니다. 순자산(자산-부채)이 1천억원이 안되는 상장사를 수천억, 심지어 수조 원에 사고파는 게 일상화된 게 우리시장의 현실이다. 임대수익이 5%인 순자산 3억원짜리 아파트가 매매되는 가격을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 안된다.

물론 세계적인 신약 개발에 성공해 매우 뛰어난 부가가치를 스스로 내는 식의 기업이라면 그 이상의 밸류에이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바로 이런 밸류에이션의 합리성을 강제하고 있다. 실체를 따져 냉정하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라면 이제 더더욱 설자리가 없다. 하루빨리 동아시아적, 비이성적 쏠림에서 탈출해 투자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한다. 한국증시는 그간 비싼 주식이 인기를 끌었다. 그래도 돈을 벌 수 있었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비싼 주식만 짧게 짧게 매매해왔으니. 이런 '부패'를 가격제한폭이 옹호하고 지원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와 더불어 이제 싼 주식을 찾아 오래 투자하는 체질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런 실력이 없다면 간접투자로 서둘러 둥지를 옮겨야한다. (그래서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실력 향상이 시급하다. 펀드로 갈아타고 싶은데, 믿을 만한 운용사나 매니저가 없다면? 이 저금리 시대에...)

끝으로 가격제한폭이 없는 여건에서 가짜 백수오 논란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 지도 상상해보자. 단 하루동안의 거래를 통해 가짜 논란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과 주가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다. 하한가가 사흘 나흘 가는 비효율성은 설 자리가 없다. 주주와 회사 그리고 검사결과를 발표한 소비자원간의 공방이 지금보다 훨씬 격하게 진행될 것이다. 막대한 손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곧바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 애널리스트 그리고 소비자원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신중하고 덜 뜨거워졌을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우리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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