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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 무산 작전(?)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백기사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 무산 작전

“호반건설은 사실상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였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입찰한 호반건설의 인수가를 받아든 채권단은 농락당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뺏을 것처럼 기세등등했던 호반건설은 마지막에 꼬리를 내렸습니다.

금호산업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박 회장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동원할 채비를 갖춰야 했습니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 선수라면 어떻게든 박 회장의 한계를 넘어선 가격을 제시해야 합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은 6007억원. 박삼구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의 한계치라고 보기에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입니다.

또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보기도 부족해 보입니다.

“그냥 박삼구 회장이 가져갈 금액을 정해준 거지요”

대한민국 재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호반건설은 박 회장의 장애물을 치워주고 충분히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해줬습니다.

호반건설은 어떻게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가 됐던 걸까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12일. 금호산업의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부터입니다. 금호산업 M&A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질문에 호반건설은 저평가된 주식에 대한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후인 14일 1%의 지분을 더 사들여 6.16%를 보유하며 박삼구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호반건설은 그렇게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호반건설의 진심을 믿지 않았습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호남을 대표하는 경제인 박삼구 회장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있을까하는 점에서 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이 금호를 뺏으면 지역에서 얼굴 들고 못 다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항변하듯 호반건설은 지난 2월 딜로이트안진을 금호산업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며 공식적인 인수전 참여자로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짜고 치는 고스톱' 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여전했습니다.

호반건설은 ‘박삼구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에 제출했고 박삼구 회장도 호반건설과 손을 잡게 되면 매각 방해 행위로 간주돼 우선매수권을 박탈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김상열 회장은 “우리 자기자본만 2조원이 넘는데 인수가격 1조원을 조달하지 못하겠느냐. 1조원 이상 써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과감한 베팅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삼성, SK, 롯데, CJ 등 대기업 그룹이 거론되고 신세계는 실제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하며 금호산업 인수전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뜨거운 관심에 박삼구 회장은 “모든게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금호산업 본입찰 하루 전날인 지난 27일 하나금융이 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호반건설이 보유한 현금에 4천억까지 지원 받으면 최소 7000~8000억은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했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놀란 탓인지, 사모펀드는 한 곳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호반건설만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결과는 6007억원, 주당 3만 900원이었습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며 쏟아 부은 돈만 주당 11~15만원 수준입니다. 회계법인을 통해 평가한 주당가치 6만원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허탈한 채권단은 바로 회의를 소집해 단독 입찰자인 호반건설을 탈락시켰습니다. 가격은 물론이고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 제시됐다는 후문입니다.

호반건설 측은 "실사를 통해 가치평가를 하고 프리미엄을 포함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산정했고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격외 조건은 가격이 안좋으니까 다른 조건까지 안좋아 보이는 것이며 협상자로 선정된 이후에 합의를 해서 수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호반건설을 사실상 탈락시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과 직접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입찰을 거쳐 나온 가격이 6000억원 수준인 만큼 채권단의 기대치인 7~8000억원대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박삼구 회장과 김상열 회장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금호산업 인수 무산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호반건설은 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요? 처음부터 박삼구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했던 걸까요?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는 경쟁 없이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무혈입성하게 될 박삼구 회장임이 분명합니다. 지역 건설업체인 호반건설도 인지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최대 피해자는 채권단입니다. 채권단이 쏟아부은 돈은 국민의 세금과 예금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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