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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하나금융-외환 노조, 하나의 2.17합의서 두 개의 시각

임명찬 기자

(사진=news1)

'라쇼몽 효과'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지난 1950년'라쇼몽'이라는 영화를 발표한 이후 생겨난 말입니다.

이 영화는 한 살인사건에 대한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진술이 주요 내용인데요.

이처럼 같은 사건이라도 관점의 차이에 따라 서로 해석이 다른 현상을 '라쇼몽 효과'라고 합니다.

자신의 입장에 맞게 사실을 '취사선택'하는건데요. '라쇼몽 효과'는 영화에서 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대단히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최근 조기통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논의과정에서도 '라쇼몽 효과'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9일 회동을 갖고 2.17합의서 수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회동 이후 양측은 서로 입장문을 내고 장외 공방을 벌였는데요.

포문을 연건 외환은행 노조 입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측에서 2.17합의서의 완전한 폐기와 즉각적인 조기통합 추진을 전제로 한 새로운 합의서의 초안을 제시했다"며 "이는 수정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17합의서의 핵심인 최소 5년간 독립법인유지조항의 완전폐기와 조기통합을 전제로 한 새로운 합의서 체결 제안은 상호양보를 전제로 한 진정성 있는 협상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맞서 하나금융은 "고심끝에 기존 2.17합의서 기본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합의서를 제시했다"며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식으로 제안을 하다보니 외환은행 노조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회동에서 외화은행 노조가 자신들이 요구한 양식대로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은데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합의서는 수령했다"며 "노조측에 면밀한 검토 후 대안제시를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하나의 2.17합의서를 놓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각각 '2.17합의서 기본정신에 기초했다"와 "아니다"라는 서로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대립하는 양상입니다.

2.17합의서에는 ▲독립법인 유지 ▲독립경영 보장 ▲구조조정의 금지 ▲근로조건 개선 ▲기타 ▲시행일 등 총 6개의 조항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에서 강조하는 2.17합의서의 기본정신은 '5년간 독립법인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입니다.

반면 하나금융에서 주장하는 2.17합의서의 기본정신은 '근로조건', '인사'등에 좀 더 무게가 실린 듯 합니다.

같은 합의서에 있는 조항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취사선택해 2.17합의서의 기본정신이라고 주장하는겁니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의 운을 뗀 뒤, 지금까지 통합논의에 진척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환은행 노조도 하나금융이 5년간 독립경영 유지조항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5년 독립경영에 훼손이 간다면 2.17합의서 전체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뭔가에 대해서는 하나금융에서 답을 줘야한다는 거고요.

반면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은 상수인만큼 지켜야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것들은 더이상 해줄만한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미 협상과정에서 웬만한 것들은 다 제안을 했다며 더이상 뭘 어떻게 해줘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양측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 통합논의를 시작한 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조기통합이 가시화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2.17합의서 기본정신'에 대한 양측의 의견조율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당국과 법원을 향한 보여주기식 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임명찬(cha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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