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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기업 구조조정 '내밀한 조정자' 금감원의 빈자리

권순우 기자

(사진=news1)


성동조선 지원 방안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인 무역보험공사가 앞서서 반대했고 3대 채권자인 우리은행 역시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피력했습니다.

6년간 끌어 온 구조조정에 채권은행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추가 지원은 없을 거라는 성동조선의 실사 보고서는 10개월 만에 무의미해졌습니다. 저가 수주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채권은행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동조선과 SPP조선의 합병도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두 회사의 합병 논의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합병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고 고용 효과가 큰 조선업의 특성상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도 부담입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은행간의 의견 조율만으로 두 회사를 합병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며 “정부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동조선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본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동조선 문제를 채권 회수의 문제로 본다면 법정관리로 보내면 되지만 조선업의 재편으로 본다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업을 관장하는 산업부가 함께 논의해주었으면 하는데 협조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안그래도 복잡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은밀한 조정자’ 금융당국의 존재감도 느낄 수 없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의 불똥을 맞은 금융당국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을 구조조정 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금감원의 권한 범위는 주채권은행의 선정 관련 보고 통보 와 채권행사 유예요청 등에 국한되어 있을 뿐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해 관계가 첨예한 기업 구조조정을 음지에서 조율해온 금감원은 당혹스러운 반응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은행에 자금 지원 종용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정말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도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개입에 피해자인 채권은행들조차도 감사원이 금융 현실을 모른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개입해 은행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정도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기업 구조조정의 ‘총대’를 매려는 주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입니다. 사활이 걸린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국민들의 예금을 다루는 은행은 희생을 할 때 하더라도 한푼이라도 덜 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상거래 채권을 받을 수 있을지 협력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지역 경제가 악화돼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정치인도 부담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금감원의 개입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월권을 행사한 금감원의 권한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한을 명확히하는 이유는 그만큼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체계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 보이지 않습니다. 법적 권한도 명확치 않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많은 마찰을 겪었던 금융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됐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을 함께 논의해야 할 대상은 많습니다. 단순히 망한 기업의 채권을 어떻게 회수해야 할 수 있는지만 논의할 거라면 은행들끼리 해도 됩니다. 전 금융권의 건전성까지 고려한다면 금융당국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큰 그림, 우리나라 전체의 산업 구도나 지역 경제까지 고려하려면 산업부 등 관계부처, 정치권도 구조조정에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의 혼란이 단순히 금감원 일개 직원이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채권은행을 협박한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면 더 이상 누구도 기업 회생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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