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아무 것도 안했는데, 컴퓨터가 이상해!"…정말일까?

이규창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규창 기자]
'컴맹'이 아니더라도 컴퓨터가 먹통이 돼 고생해 본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겁니다.

먹통이 되거나 속도가 느려지고, 광고 팝업창이 계속해서 뜰 때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해집니다.

전원을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한 뒤 지인이나 회사의 컴퓨터 관리 부서로 가져갑니다.

이 때 똑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난 아무 것도 안했는데, 컴퓨터가 이상해졌어요"

그럴리가요. 거짓말입니다. 기계는 사람이 시킨 일을 할 뿐입니다.

다만, 사람이 명령을 잘못 내렸거나 스스로 무슨 명령을 내렸는지 인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 '자동차'…구글 "사람 대신 컴퓨터에 맡기자"

미국에서 4세~34세 인구의 사망 원인 1위는 자동차 교통사고입니다.

사람에게 암, 총기보다 위험한 존재가 '자동차'인 셈입니다.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미국에서만 매년 3만3000명, 전세계로 보면 120만명에 달합니다.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 거래·소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총기 업체들이 "더 위험한 자동차 소유를 제한하라"고 태연하게 맞받아치곤 합니다.

얄밉긴 하지만, 통계만 보면 일리있는 반박입니다.

이런 위험한 교통사고의 원인 중 90% 이상은 사람의 실수입니다. 단 1~2초의 부주의가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총기로 혹은 자동차로 타인의 생명을 헤치는 그 주체는 바로 사람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람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겁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무인차)를 개발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자동차 운전을 컴퓨터에 맡겨서 사람의 실수를 배제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지난 6년간 총 170만마일(약 273만km)를 주행하는 동안 교통사고를 11번 냈습니다. 모두 가벼운 접촉사고였고 사람이 다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상대 운전자의 실수 등으로 부득이한 사고를 몇 차례 내기는 했지만, 지구 68바퀴를 달리는 동안 인명 사고 한 번 없었다고 하니 안전은 어느 정도 입증된 셈입니다.

↑구글이 개발한 2인승 무인차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100% 자율주행차로 설계됐다.


△ '무인 자동차' 이어 '무인 비행기' 개발…추락 사고 없어질까

편리한 데다 더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2020년에는 누구나 탈 수 있게 됩니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 테슬라, 벤츠 그리고 국내 업체인 현대차까지 2020년 상용화를 선언했습니다.

그 다음엔 비행기도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가 열립니다.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에 뒤이어 '자율주행 비행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자율주행 비행기를 개발하는 구글의 '프로젝트 윙'(Project Wing) 부서는 아서 화물 운반용 드론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호주의 사막 한 가운데서 거주하는 주민에게 개 사료를 드론으로 배달해주는 동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역시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죠.


↑구글의 '프로젝트 윙' 부서는 화물 운송용 무인기를 개발해 시험운행중이다.

구글은 내친 김에 화물기 뿐만 아니라 여객기도 컴퓨터가 운전하게 할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윙을 총괄하는 데이브 보스가 최근 '무인 여객기' 개발 사실을 밝히면서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비행기 추락 사고, 상당수는 조종사의 실수가 원인입니다.

비행기 사고의 경우 추락시 탑승객의 사망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더 위험합니다. 납치나 테러의 타깃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모든 비상 상황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 운항을 맡긴다면 어떨까요.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처럼, '자율주행 비행기'도 항공 사고를 줄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더 나은 세상'과 '완벽한 세상'의 간격

구글은 회사의 정체성을 '인공지능 회사'로 정했습니다. IBM, MS, 애플 등 여러 기업들도 '인공지능'을 개발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사람의 오류, 실수, 부정확 등의 요소를 배제하는 일…기업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버스와 택시, 택배 등 '운전'이 생업인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높은 연봉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비행기 조종사들 역시 수요가 줄게 되겠죠.

기계, 인공지능이 더 많은 직업을 대신하게 되면,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겁니다.

미래의 젊은 세대들은 성장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지 모릅니다.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면서 정답을 찾아가고 실패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가는 과정, 기계가 대신할 세상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테니까요.

에단 호크가 주연한 영화 '가타카'(Gattaca, 1997)는 완벽한 유전자 조합으로 아기를 생산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가타카'는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에는 인간의 유전자조차 '오류'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주인공은 우주비행사가 되기를 꿈꾸지만 인공지능은 그를 '열성 유전자'로 분류해,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그의 부모 역시 "네가 우주선에 탈 수 있는 방법은 청소부가 되는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을 지는 모르겠지만, '가타카'가 그린 미래와는 다르기를 바랍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규창 (mrtrendreporter@gmail.com )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