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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통화·문자메시지 '공짜' 시대…통신, '인프라'에서 '원자재'로

이규창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규창 기자] 월 3만원 정도의 기본 요금만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사용 가능해졌다. KT와 LG유플러스가 이 같은 구성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고, SK텔레콤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사실상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의 '공짜' 시대가 열렸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동통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 문자·음성통화 대체제 잇따라 등장…'유료' 고집하다 플랫폼 빼앗겨

이미 네이버, 다음카카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여러 인터넷 기업들이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를 대신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은 출시 초기에 이용자들에게 '공짜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각광받았다.

이동통신 3사도 이에 대응할 서비스를 내놨지만 '유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에, 나오자 마자 사장됐다.

이후 모바일 인터넷 음성통화(mVoIP) 서비스가 등장하자, 통신사들은 요금제에 따라 이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맞섰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문자(text)나 음성(voice)을 전달하면 데이터 요금만 부과되는데, 기존 통신사의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요금보다 훨씬 저렴하다.

특히 4G LTE 통신은 음성과 데이터가 동일한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적 차이도 없다. 더이상 소비자들에게 과거의 단가와 과금방식을 강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구글은 월 20달러에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통신시장에 진출했다.


△ '진지전' 벌이는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더 밀리면 끝"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대세를 읽고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사용량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수익 모델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구글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더는 시간을 늦추기 어려워졌다.

구글은 기존 이통사 망을 빌려서 서비스하는 MVNO(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로 불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20달러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는 1GB당 10달러의 정률로 사용한 만큼만 요금이 부과된다.

국내와 해외 사용시 데이터 요금에 차이가 없어 구글과 제휴한 전세계 126개국에서 같은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직은 미국 지역에서 넥서스폰에 한정해 가입자를 받고 있지만, 곧 단말기와 서비스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허가를 받기 쉽지 않은 통신사업자와 달리 MVNO는 해외 진출이 쉽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KT가 8일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놨고, LG유플러스도 14일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도 정부 인가를 받아 곧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최저 2만9900원에 통화·문자가 무제한 제공된다.


△ '인프라'에서 '원자재'로…통신업의 정체성 바뀐다

오랜 기간 '인프라' 산업으로 여겨져온 통신업(Telecommunication)의 정체성도 바뀌고 있다.

CDMA로 시작해 4세대(4G)를 넘어 5세대(5G)로 진화를 앞둔 이동통신은 매 단계마다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수천억~수조원의 자본이 투입된다.

투자비를 회수하고 다음 세대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아왔다.

주파수 자원을 이용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수반된다는 점을 감안해, 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제한 경쟁 체제로 시장을 관리해온 것.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투자 재원 확보'가 방어 명분이 됐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이 '원가'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금 부과 체계가 바뀌면서 원가를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MVNO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통신서비스는 '인프라'가 아닌 '원자재'로 개념이 바뀌게 된다.

광고·콘텐츠 등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구글은 '원가' 수준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등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영역의 비즈니스를 와해시키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mVoIP 처럼 눈에 보이는 적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경쟁자들이 더 위험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미드'를 무제한 볼 수 있는 한국형 넷플릭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 이상철 LGU+ 부회장 "'양'으로 부과하는 요금제 종말…'가치' 중심 요금제로 바뀔 것"

따라서, '원자재' 판매에만 매달려온 통신사들도 대응을 위해서는 변신이 필요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서비스로 따라 붙는 '무료 배송'처럼, 통신서비스도 유료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에 머물 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LTE 도입 이전부터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존 '양 중심 요금제'가 향후 '가치 중심 요금제'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과도기일 뿐, 사용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사업 모델은 이제 곧 끝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나 혹은 기업에게 요금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

LG유플러스가 미국 방송사 HBO와 독점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한국형 넷플릭스 서비스를 출시한 것과, KT가 서울시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선 것도 그 '가치'를 찾는 과정이다.

앞으로 통신사들의 경쟁 성패는 누가 더 빠른 통신 환경을 제공하느냐가 아닌,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하느냐에 달려있다.


↑KT는 서울시, 파워큐브와 손잡고 2018년까지 서울에 10만곳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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