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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주진형 한화證 사장의 파격..강추하시나요

최종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종근 기자] 흔히 증권사들은 시대의 흐름이 민감하고 변화에 발빠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돈'이 오고가는 금융업 특성상 그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곳이 증권사다.

보수적인 증권업계에서 최근 잇따라 파격적인 제도를 내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화투자증권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처음부터 변화를 선도했던 곳은 아니다. 정확히 현 주진형 사장이 취임한 2013년 9월부터다.

주 사장은 개인별 성과급제 폐지와 과당매매 금지, '매도'의견 보고서 발표, 레버리지펀드 신규 판매 중단, 자사주 의무 보유제 도입, 회사내 편집국 설치, 직원 연금제도 도입 등 쉴새없이 실험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 직원 성과급 체계 개편하고 과당매매 금지…"고객보호 강화"

일년전 한화투자증권은 개인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팀별 성과체제로 전환했다. 아울러 고객 주식 회전율이 연간 300%를 넘는 경우 성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는 올해부터 이 정책을 강화해 회전율이 200%가 넘으면 과당매매로 규정하고 기준을 넘기면 지점과 직원의 수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직원 입장에서는 애써 매매를 자주할 필요성이 완전 사라진 것이다.

직원 성과급 체계를 바꾼 뒤 한화투자증권이 또 한번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과다한 주식매매가 고객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은 '회전율-수익률상관관계 분석' 보고서를 내놨기 떄문이다. 주식 매매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 했다. 중개업 수수료가 주 수입인 증권사가 회전율이 높아지면 고객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튀려고 한다거나 양심있는 척 한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당시 주 사장은 "전담 관리자가 있는 고객의 수익률이 더 나쁜 것은 내부적으로도 충격적이었다"며 "이것을 외부에 공개할 것인가를 갖고 경영진들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리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의 치부를 우리 손으로 직접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매도 보고서 발간해라"…리서치센터는 인력이탈에 몸살
최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사태로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고 있는 증권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 지면서 증권사들의 사후 관리와 자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 사장도 이런 시대적인 요구를 미리 감지한 듯 취임 초기부터 리서치센터 혁신을 독려했다. 통상 '매수' 등급의 애널리스트 보고서에만 목표주가가 있었지만 '보유' 등급과 '매도' 등급에서도 목표주가를 제시하라고 했다. 그리고 '매도' 등급의 보고서 발간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험적인 조치들에 내부 반발이 있었고 일부 인력은 이탈하고 말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수는 지난 2013년 8월 46명에서 현재 24명까지 줄었다. 여기에는 RA까지 포함시킨 숫자로 실제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는 애널리스트는 10여명 수준이다. 주 사장의 이상적인 요구를 현실에 발딛고 서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자사주 상시 보유해 책임경영 하겠다"

지난해부터 주진형 사장을 비롯한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사주를 보유해 경영진들의 주인 의식을 높여 책임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실제 주 사장은 자사주 4천600주를 신규로 취득해 총 21만300주(0.24%)를 보유하게 됐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21만주면 6천원을 기준으로 해도 12억원이 넘는다.

정해근 부사장과 박재황 부사장도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정 부사장은 작년 8월부터 자사주에 매입에 나서 모두 12만2천100주(0.14%)를 보유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자사주 8만5천600주를 사들였고,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2만주, 5천주를 매입해 총 11만600주(0.13%)를 보유하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해 임원 주식 보유 제도를 도입했다. 임원 주식 보유제도는 최근 3년 동안 해당 임원 보수의 연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의 자사주를 매입해 퇴임때 까지 보유하는 제도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사주 보유 비율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작년 자사주 보유 비율은 대표이사 150%, 본부장 100%, 상무보 이상 50%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확대해 대표이사가 300%, 본부장은 175%, 상무보 이상은 100%의 비율을 적용한다. 아울러 지난해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부서장도 올해는 25%, 내년에는 50%의 비율로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 올해부터는 부서장도 포함되는데…사측 지원은 아직 '無'

작년 도입한 임원 주식 보유 제도가 올해 크게 달라진 점은 보유 비율 증가도 있지만 부서장도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런데 주 사장이 유독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고, 임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만큼 부서장들도 자사주 매입 동참에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대상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할인율 적용이나 저금리 대출 등 별다른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본인이 감당해야한다. 올 하반기까지 기준을 맞추려면 적지않은 현금이 필요한 데다 자사주를 퇴임 이후에만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서장급 직원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호황이거나 회사의 성과가 좋으면 주가가 자연스레 상승해 직원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증권업 자체가 침체기에 빠지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임원 이외의 직원들까지 책임경영을 위한 자사주 매입에 동참시키는 정책은 가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한화투자증권은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 불만을 의식한 조치로 보이지만, 사실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위해 사측이 지원하는 방식은 낯설지가 않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때는 임직원이나 소액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로 볼 수 있다"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때문에 특히 부서장들의 경우 사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증권사에 웬 편집국?
주 사장의 실험과 파격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사내에 편집국을 만들기로 했다.

증권사에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와 투자설명서 등 매일 방대한 문서를 쏟아내지만 과도한 전문용어 사용 등으로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근거가 미약하거나 어법에 맞지 않은 글이 너무 많다는 게 주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증권가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축약형 표현을 사용하거나 불필요하게 영문식 표현을 빈번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 펀더멘털(기초여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 등은 그나마 양호한 표현이다. YoY(전년 동기 대비)나 QoQ(전분기 대비)를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은 암호를 푸는 심정일 것이다.

주 사장은 앞으로 리서치 보고서부터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 회사가 고객에게 보내는 모든 글은 편집국의 감수를 거쳐야만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1,451명 → 998명

주 사장이 취임한 직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조직을 '슬림화' 하는 구조조정이었다. 적자에 허덕였던 만큼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한화투자증권의 정규직 직원수는 현재 998명이다. 주 사장이 취임하기 이전(2013년 6월 30일 기준 1,451명)과 비교해 45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임원수도 44명에서 29명으로 35%나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124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8억1,000만원으로 집계돼 역시 흑자전환했고, 매출액은 9,852억1,000만원으로 26.2% 증가했다.

주식 시장의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금리 인하로 채권평가 이익이 증가해 증권사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발표하긴 했지만, 단기간에 흑자로 돌아선 데에는 뼈를 깎는 고통을 참은 직원들의 눈물이 베어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가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주 사장으로선 더더욱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주 사장이 이 같은 파격 실험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원론적인 명제는 '고객 만족'과 '고객 보호'다. 고객의 이익이 늘어나야 회사의 성과가 좋아지고, 고객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 회사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고, 직원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맞물려 전개하고 있는 잇따른 파격이 성공할 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보수적인 증권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실험이 성공하면 '파격'은 '상식'이 될 것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증권업계의 '상식'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최종근 기자 (cj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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