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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KEB하나은행’에 관한 '열린 결말'의 동화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KEB하나은행’을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를 위한 동화

자수성가한 부자가 있었습니다. 유서 깊은 전통의 명문가의 틈바구니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세상이 혼란할 때 차곡차곡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됐습니다.

자수성가한 부자는 망한 양반집 규수와 결혼을 했습니다. 부자는 빚을 대신 떠안아 주는 조건으로 아내를 맞았습니다.

아내는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혈통도 좋고 능력 있는 여자였습니다. 혼란의 시기 집안이 망하자 부모님은 빚을 떠안아 주겠다는 서양인에게 그녀를 시집 보냈습니다. 부모는 다른 자식들을 챙기느라 여력이 없었고, 여자는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습니다.

서양인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이용해 그저 돈 벌 생각만 했습니다. 화장품도 사주고 옷도 사주며 아름답게 꾸며줬지만 그저 더 비싸게 다른 사람에게 팔 생각만 했습니다.

규수는 홀로 서고 싶었습니다. 충분히 혼자 살아갈 자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빚이 너무 많았습니다.

부자는 아내를 정말 사랑했습니다. 아내 없이는 앞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자는 아내를 얻었지만 아직 합방은 못했습니다. 부자는 규수와 결혼을 하며 5년간 합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인과 살면서 상처 받은 여자이기에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불안했습니다. 다른 가문의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부자는 점차 나이 들어갔고 다른 가문과의 경쟁이 힘에 부쳤습니다. 빨리 아이를 낳아 다른 가문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집안 아이들이 장성해 있을 때 자기의 아이만 걸음마를 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5년이 되지 않았지만 합방을 제안했습니다. 아내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돌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인가.

아내의 친구들은 “거봐. 그 사람도 그저 너를 돈벌이로만 생각할 뿐이야. 네 혈통은 비천해지고 모든 걸 빼앗기게 될 거야. 무조건 약속을 지키라고해”라며 쑥떡거렸습니다.

부자는 아내에게 진심을 믿어 달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아내를 존중한다는 증표로 새로 태어날 아이의 성은 자기의 성과 아내의 성을 같이 쓰자고 했습니다. 그러는 순간에도 아내의 친구들은 남편이 아내를 감시한다는 등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며 둘 사이를 이간질 했습니다.

아내는 애절한 남편을 보며 5년간 합방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거둬줄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이 너무 밉습니다.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건 자신의 감정보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을 빗대 유치하게 지은 동화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주식회사는 1971년 단자회사로 출범했습니다. 19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며 은행업을 하게 됐습니다. 11개 은행중 10위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합병하고 3대 투신사 중에 하나였던 대한투자증권까지 인수하며 대한민국 4대 금융지주로 올라섰습니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외환은행법에 따라 수출입을 지원하고 외국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국책은행으로 설립됐습니다. 외환은행은 대한민국이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상업은행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5개 은행이 문을 닫은 외환위기를 맞았고 외환은행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정부는 다른 은행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외환은행을 독일 코메르츠방크에 팔았습니다. 코메르츠방크는 론스타에,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팔았습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은 완전히 다릅니다. 단자회사에서 은행으로, 금융그룹으로 성장해온 하나은행. 국책은행으로 태어나 국내 최대 상업은행이 됐다가 이리저리 팔려 다닌 외화은행.

하지만 이 둘은 이제 같은 길을 가야 할 운명 공동체가 됐습니다.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 속에 다른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하나은행은 더 이상 독자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외환은행 역시 도도한 자신감과 달리 홀로서기는 불가능합니다.

최근들은 외환은행 노조는 경영진이 직원들의 개인 전자우편을 사찰한다는 등 흠결을 지적하며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표면에는 개인정보보호 논란 등의 행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합병 시기를 둔 근원적인 갈등이 있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합병 시기를 결정하는 키는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쥐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은 메워지기 힘들 정도로 깊어 보입니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 깉이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결정으로 달라진 미래를 살아야 하는 주체는 그들이 아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젊은 직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시기를 미뤄 5년의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KEB하나은행’을 살아가야 할 젊은 직원들을 위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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