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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 '허니'부터 '저도주'까지 미투제품의 명과 암

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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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정 기자]


< 앵커멘트 >
허니버터칩부터 순하리까지. 유통업계에 분 단맛 열풍에 원조제품은 물론 유사제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한 일명 미투 상품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원조가 유행을 만들고 유사제품이 시장을 키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미투 마케팅의 그늘도 지적됩니다. 이정 기자와 함께 미투 마케팅의 양면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1) 허니버터칩 구매하러 마트에 갔다가 제품이 없어서 다른 유사제품을 샀다는 분들이 참 많죠. 이 달콤한 감자칩 열풍 덕에 스낵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에서 시작된 단맛 과자 열풍은 전체 과자 시장을 크게 키웠는데요.

AC닐슨이 대형마트, 수퍼마켓, 편의점 등 국내 유통채널에서 발생하는 주요 스낵업체 5개 사의 포스 매출을 집계한 결과, 올 1분기 스낵시장 규모는 2,940억원에 달했는데요. 이는 2,350억원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성장한 수치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1조 3천억원 규모였던 스낵시장은 올해 1조 6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원조 허니버터칩을 대신해 미투 제품들까지 인기를 끈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2) 최근에는 순하리 처음처럼이 주류계 허니버터칩이라고 하더라고요?

최근엔 롯데주류가 내놓은 '순하리 처음처럼'이 비슷한 바람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저도주(14도) 순하리 처음처럼이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떠올랐는데요.

도수를 낮춰 소주 특유의 쓴 맛을 없애고 유자 농축액을 첨가해 달콤한 맛을 살린 순하리는 출시 2달 만에 1,000만 병이 팔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제가 마트에 나가서 직접 소비자들의 반응도 살펴봤는데,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소비자들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혜령(21) / 서울 용산구
"순하리는 유자맛이 첨가가 되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여자들끼리 먹기 훨씬 더 좋고 도수도 조금 더 낮으니까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에요."

시중에서 순하리 처음처럼을 사는 것도 허니버터칩 구하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는데요. 심지어 순하리를 사기위해 예약 주문을 하는 소비자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포털 검색창에 '순하리'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순하리 파는 곳'이 뜰 정도로 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3) 순하리의 인기,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요. 허니버터칩 때 그랬듯이 소주업계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네요?

네, 아니나 다를까 미투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순하리가 인기를 끌자, 부산·경남 지역의 강자인 무학은 발빠르게 과일향 저도주 '좋은데이 블루·레드·옐로우'를 출시했습니다. 13.5도로 도수를 좀 더 낮추고 유자 맛 이외에도 블루베리, 석류 과즙을 첨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금복주도 유자향을 첨가한 14도짜리 '상콤달콤 순한참'을 내놨고, 국순당도 9.5도에 유자·자몽 등 천연 과실원액을 첨가한 '새콤달콤 콤주'로 과일 저도주 경쟁에 뛰어 들었습니다.

하이트진로 역시 기존에 한정판으로 생산했던 '참이슬 애플'이 회자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제품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예 유자소주를 직접 만들어 먹자는 사람도 늘면서 온라인에서는 유자소주 레시피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주에 넣을 유자음료 매출까지 덩달아 뛰고 있는데요.

소주와 1:1 비율로 섞으면 비슷한 맛을 낸다는 웅진식품의 유자음료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4) 물론 미투 제품의 맛이 원조를 뛰어넘는다면 소비자한테는 좋은 일이겠지만, 원조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워서 미투 제품을 사는 소비자도 많거든요? 허니버터칩이나 순하리 처음처럼은 왜 이렇게 구하기 힘든 건가요?

대형마트에 가보면 다른 허니버터 과자는 전용 매대가 있는데, 원조 허니버터칩은 전용 매대가 없습니다. 입고 되자마자 다 팔리기 때문에 빈 매대 공간을 남겨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요.

허니버터칩은 현재 생산량이 월 75억원으로 전체 과자 시장과 유통 채널 감안할 때 매우 적은 규모입니다.

때문에 해태제과는 오는 7월 새 공장을 착공해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는데요.내년 4월부터는 허니버터칩 생산량이 두배(150억원)로 늘게되는데요. 다만, 이정도 생산량이 수요를 맞춰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초 순하리는 부산과 경남지역을 겨냥해 출시된 제품인데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가정용 제품이 시험적으로 출시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롯데주류 측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애초 강릉공장에서만 만들다 4월 말부터 군산공장으로도 생산라인을 확대했습니다.

5) 그런데 미투제품 때문에 기업 사이에 법정다툼을 벌이는 일도 있다고요?

식품업계의 미투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특히 제과업계에는 미투제품으로 인한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일단, 과거 사례들을 좀 살펴볼까요.

해태제과는 지난 2013년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누크바'가 자사 제품인 '누가바'와 유사한 상표권,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요.

두 회사는 지난 2000년 자일리톨 껌을 두고도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후 롯데제과는 오리온의 자일리톨 껌의 디자인이 자사제품과 비슷하다면서 부정행위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과 팔도의 신경전이 치열한데요.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베껴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무혐의로 결론났습니다.

또, 1974년에는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는데, 경쟁업체인 롯데제과가 미투제품을 출시하면서 상표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신경전은 미투제품의 인기가 원조를 넘어서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생산량의 한계 때문인데요.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AC닐슨의 포스 매출 데이터를 보면 올 1분기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터드 공세에 6위까지 밀린 상황입니다.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는 사이 농심이 수미칩의 물량 공세를 쏟아낸 영향입니다.

또 지난 1984년 코카콜라가 암바사를 출시하고 우유 탄산음료를 처음 선보였지만, 롯데칠성이 5년 뒤인 1989년 밀키스를 출시한 이후에는 줄곧 1위 자리를 밀키스에 내주고 있습니다.

6) 미투 마케팅은 비단 제과업계의 일만은 아니죠?

화장품 업계에서도 미투 제품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가격 뿐만 아니라 성능이나 효과가 비슷한 화장품들이 우후죽순 출시되는데요.

제가 들고있는 이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여성 분들 많이 사용하는 쿠션 제품인데요. 국내 화장품 업계 1,2위를 다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놓고 송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 발포우레탄 폼과 스펀지 재질인 에테르폼에 자외선 차단제와 파운데이션 등을 넣는 특허기술을 출원해 특허 등록을 했는데요. 두 회사의 법정다툼은 2012년 LG생건이 아모레를 상대로 특허등록무효소송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7) 결과가 궁금한데, 어떤 판결이 나왔나요?

아모레퍼시픽이 1심에서는 졌는데 2심에서는 승소를 했고요. 현재 LG생건이 항소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8) 사실 원조가 따로 있다고 해서 활짝 열린 시장을 지켜만 보는 것도 이상한 거겠죠?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은데다, 초기 시장 분석과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미투 전략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관련 시장이 커져 소비가 확대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원조를 개발한 기업이 뒤로 밀려나고 카피 제품이 선두에 오른다는 사실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도덕적인 논란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힘들게 발굴한 블루오션을 금새 레드오션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 빠른 유행은 소비자들을 금세 질리게 만들어서 '꼬꼬면과 하얀국물 라면 열풍' 때처럼 관련 시장을 함께 추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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