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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모바일의 역설① - 쿠팡이 '택배'에 주목한 이유

이규창 기자

[편집자주] 스마트폰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 세대들이 성인이 되는 2020년 무렵이면, 세상은 우리가 알고있던 모습과 크게 달라질 겁니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해 못 할 일들이 지금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있던 것들의 정의와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변화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바일의 역설'이라는 주제의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PC 시대에 살아왔던 어른들에게 '모바일 네이티브' 시대를 준비할 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역할과 정의가 바뀌는 것, 첫 사례로 '택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PC 인터넷 시대에 택배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해주는 대행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에 택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O2O Platform)'입니다.

PC나 스마트폰, 무엇을 통하더라도 결국 인터넷 쇼핑의 최종 단계는 택배를 통하게 됩니다. 또, 모든 인터넷 상거래 기업들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 바로 '택배기사'입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남편보다 반가운 사람이 택배 아저씨"라는 우스개소리가 공감을 얻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한 상품을 기다리는 여성 고객들에겐 택배 기사와 마주치는 몇 초의 시간이 즐겁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은 이 소중한 시간을 대행업체에 넘겨온 것이죠.

특히 모바일 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O2O)를 넘어 경계선이 없이 하나로 일체화된(옴니채널) 단계까지 진입하게 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택배란 도로와 주택가 골목까지 누비는 광고매체이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여줄 A/S센터 기능까지 수행하는 놓쳐선 안 될 'O2O'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쿠팡은 이용자가 원하는 날짜, 시간에 맞춰 배송해주는 자체 택배서비스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배송을 시작한 것은 이런 상황을 읽었기 때문일 겁니다. 쿠팡은 전국에 7개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1000대의 택배 차량을 직접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엎치락 뒤치락 점유율 경쟁을 하는 동안, 쿠팡은 '택배'라는 플랫폼에 투자해 차별화를 시도한 겁니다.

그 가능성을 높게 본 소프트뱅크(손정의)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원대로 평가했고, 10억달러의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 '비용' 줄이려 아웃소싱했던 택배…모바일 시대엔 '플랫폼 자산'

쿠팡은 모바일 트래픽이 75%를 차지하고, 국민들 2명 중 1명은 쿠팡 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속 성장을 하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도 이런 상황은 비슷합니다.

손정의가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근거는 쿠팡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소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전략을 갖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배송을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을 하는 반면, 쿠팡은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2~3시간 내에 고객에게 배송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겁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 중에서는 아마존(Amazon)이 쿠팡과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마존은 자동화된 물류시스템으로 유명하지만, 배송은 외부 업체에 맡겨왔습니다. 연회비를 받는 대신 무료로 2~3일내에 배송을 해주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가 미국에서는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걸 보면, 무료에다 당일 배송이 익숙한 한국이 한 발 빠른 느낌입니다.

그랬던 아마존이 최근 사람 대신 드론으로 직접 물건을 배송해주는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쿠팡보다 한 발 늦었지만, 아마존 역시 직접 배송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택배 '아마존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 "모바일, 그 까짓 게 뭐라고?"…쿠팡 '거품' 논란에 대한 해명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원대로 평가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데일리 딜'(daily deal)이라는 새로운 커머스 업종이 한국에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라는 다른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2010년 전후, 그 때부터 지속돼온 논란입니다.

거래액과 매출이 늘어도 이익을 내지 못하니, 사업의 지속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죠. 광고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물건을 싸게 판 결과이니 '거품'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옵니다.

실제로 쿠팡의 실적을 들여다보니 매출액은 2012년 845억원, 2013년 1464억원, 지난해엔 3485억원으로 성장을 해왔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영업적자가 1215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1조원대 투자를 계기로 인식이 조금은 바뀐 듯 합니다. 15년전 매출이 없었던 신생 인터넷기업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손정의는 무려 4000배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10년 뒤 가치가 10배 이상 성장할 기업에 투자한다"는 투자 원칙을 가진 손정의는 당장의 매출과 이익 대신, '성장할 시장'에서 '선점 가능한 기업'을 가려내는데 주력합니다.

모바일 쇼핑은 기존 PC 인터넷 쇼핑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고, 수직계열화로 경쟁력을 갖춘 쿠팡이 충분히 선점할 수 있다고 손정의는 판단했을 겁니다.


△ 'IT 버블' 주역 아마존, 이익률 1% 남짓…"이익보다 성장"

알리바바의 원조 격인 아마존(Amazon)은 1994년 창사 이후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 업체로 성장했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미디어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200조원이 넘는 아마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지난 3년간 매출액은 연 20%대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3년간 평균 0.71%를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제프 베조스 CEO는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보다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철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익을 '0'(제로)로 만드는 대신 자금 여력을 모아서 아마존이 1위를 할 수 있는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합니다.

'IT 버블' 시대에 아마존은 이익은 커녕 매출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고공 행진을 했고, 시장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온갖 수단을 써야 했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주가매출비율(PSR)이 등장했고, 그것도 모자라 5년 혹은 10년뒤 매출액을 끌어다 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의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마케팅비용을 '자산'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이론까지 등장했습니다. 돈을 아무리 써도 자산이 줄지 않는 마법의 이론이라며 훗날 놀림거리가 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거품이 꺼졌다고 비아냥을 들었던 아마존의 주가는 2009년 IT 버블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그 이후 다시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아마존의 '무수익 경영'에 불만을 토로하는 투자자들이 있긴 하지만, 더이상 '거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택배' 등에 업은 쿠팡의 미래는?

이제 아마존의 사업 영역은 단순히 '온라인상거래 기업'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 커졌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을 구글, 애플 등과 함께 묶어 '플랫폼 기업'이라 부릅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강력한 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한 뒤
택배와 물류센터로 오프라인의 플랫폼까지 영역을 넓힌 쿠팡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쿠팡은 오프라인 세상 곳곳을 누비고 다닐 택배 차량과 기사를 어떻게 활용할 지 궁금해 집니다.

광고 효과나 배송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의 충성도 제고 외에도 교통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택배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택배' 앱. 택배를 통해 가치있는 쇼핑·물류 데이터를 얻고있다.


소프트뱅크를 매개로 알리바바와 손잡고 해외로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택배를 '물류비용' 관점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택배를 '레드오션'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국토부는 3일 "적정공급 대비 화물차 보급이 98.8% 수준"이라면서 올해 택배 업체들이 화물차를 더 늘리지 못하게 규제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비용일 뿐인 '택배', 모바일 시대의 커머스 업체들에겐 생존과 도태를 좌우할 경쟁력이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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