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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메르스 앞에 멈춰선 대한민국

이대호, 이정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이정 기자] 사회 전반으로 퍼진 메르스 공포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은 외출을 꺼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금씩 반등 기미를 보이던 내수시장이 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는 두 자릿수 매출 감소가 현실화 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식음료와 화장품, 패션산업에도 실질적인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각 매장에는 1주일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했고, 지난 주말 이후 직원들의 체감도가 급상승했다.

지난 8일 시내면세점과 명동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형쇼핑몰 등을 둘러봤다.

▲오전 10:00 서울시내 면세점…"설화수 매장까지…"

평소 시내면세점은 오전 10시쯤이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이대문에 면세점들은 백화점보다 1시간 앞서 9시 30분에 문을 연다. 오전부터 관광버스로 주차장이 가득 차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이날 표정은 전혀 달랐다. 면세점 내부는 무척이나 한산했고, 주차장에도 남는 자리가 적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은 단체 관광객이 조금 적은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이날은 더욱 도드라졌다.

"오늘 고객 수가 평소의 절반 정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면세점 직원은 "절반이 뭐냐, 평소의 반도 훨씬 안 되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직원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화장품 매장 앞을 가리키며 "설화수 매장 앞이 저 정도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과 썬글라스 매장은 직원보다 고객 수가 더 적었다.


쇼핑 중인 중국인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 20대 중국인 여성은 "직접 와보니 중국에서 생각한 것보다는 덜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더 우려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여성은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손을 자주 씻고, 항상 마스크 쓰고 다니고 밥 먹을 때도 주의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의 매출 타격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지난주까지는 이미 관광이 예약된 중국인들이 다녀갔다. 지난주부터 본격화된 한국여행 취소는 주말부터 고객 감소로 이어졌다.

메르스가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한 50대 중국인 남성은 "메르스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혹시 몰라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메르스가 지나가면 한국 상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도 다시 쇼핑하러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전 11:00 명동 시내…"내국인이 더 많이 줄었다"

명동 시내가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당연했고, 내국인들도 크게 줄었다.


관광안내소 한 직원은 "지난주부터 사람들이 줄더니 지난 주말에는 완전히 썰렁했다"며 "내국인이 더 많이 준 것 같다"고 했다.

명동 시내에서 분식점을 하는 상인은 "보통 오전 11시를 넘으면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이제는 직장인들도 밖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에게 더 불안감을 줄 수 있으니 우리라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한 편의점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대와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30%가량 준 것 같다"며 "고객들이 주로 찾는 것도 마스크나 손 세정제같은 것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 편의점 매대에 남은 마스크는 어린이용뿐이었다. 방역용 마스크는 물론이고 부직포로 된 위생 마스크도 동났다.

또 다른 편의점 직원은 "마스크는 들여놓기 무섭게 다 나간다"며 "10개씩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 오후 2:00 대형 영화관…"극장 이용객도 급감, 영화계도 메르스 직격탄"

영화 관람객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6~7일) 전국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수는 122만 4,786명으로 집계됐다. 전주(5월 30~31일) 대비로는 23.4%,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주 전 주말(5월 23~24일)에 비해 38%나 줄었다.


서울 용산의 영화 상영관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메르스 감염 우려로 겁이 나 외출을 자제하려 했다"며 "한가해서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걱정돼 외출 후 손씻기 등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강남, 명동 지역에서는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던 영화 '암살' 제작보고회와 '나의절친 악당들' 쇼케이스가 취소됐고, '연평해전'과 '뷰티 인사이드'는 개봉이 연기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주연 배우들의 내한 행사도 무산됐다.

▲ 오후 4:00 대형마트…"손님 발길 뚝"

메르스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다.

6월 첫째주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까지 줄었다. 특히 메르스 발생 지역인 경기도 수원과 평택 지역 대형마트에서는 매출이 20% 가까이 급감했다.


이날 찾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풍경은 불과 10일 전과 확연히 달랐다. 손님 수가 확연히 줄었고 마스크를 착용한 쇼핑객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 마트에 입점한 한 음식점 관계자는 "메르스 발병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마트를 찾은 쇼핑객들도 쇼핑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20대 주부 강 모 씨는 "가급적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물건이 있어 장을 보러 나오긴 했는데 불안해서 사야 될 것만 빨리 사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한국으로 여행을 오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막상 오긴 했는데 불안해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내부 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타액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신선식품 작업장 근무자와 시식사원 전원에게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점포 출입구와 매장 입구, 쇼핑카트와 쇼핑바구니 옆, 화장실 등에 손 세정제와 알코올 손 소독제, 종이타월 등을 비치했다.

정작 매장 내 판매대에서는 판매용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열하기 무섭게 품절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마트에서는 손 세정제를 먼저 구매하려는 일부 고객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 예측불가 메르스...그럼에도 막아야 한다

당국도 시민들도 업계도 메르스 확산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예측은 물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그래도 정상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여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정부가 나서서 외출과 소비를 독려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사태가 길어질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세월호 참사 당시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 감이 있지만 금리인하와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고의 선제적 경제정책은 메르스 차단이다.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고 공포에 질리고 그로 인해 경제가 망가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정부는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초동대처가 그러했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응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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